딸은 아직도 독재자다. 내가 등을 보이면 늘 엎히고, 나를 이리오라 저리가라 한다. 먹다가 남는 건 나에게 버리고, 내가 먹는 맛있는 건 뺏아먹는다. 안으려고 하면 등을 돌리다가도 '싫어'하는 데도 날 와서 안는다. 사진을 찍으려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를 찍으면서 웃는다. 아침에는 '아빠 간다' 해도 쳐다보지도 않다가, 잠자러 갈 시간이 되면 나에게 쪼르르 와서는 '나, 좀 옮겨줘~.' 라며 나무처럼 곧게 서 있는다. 내일이 딸의 일곱살 생일이라 오늘은 편지를 썼다. 길게 쓸 수도 있지만, 너무 길면 읽기 힘들어할까봐 '잘 커줘서 고맙다는 말' 조금, '사랑한다는 말' 많이 넣어 간단히 썼다. 내일은 아무 약속도 없고, 딸이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게 내가 되도록 옆을 지키고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