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9. 발행
학생들의 합창제가 있었다. 오늘처럼 교복을 잘 입고온 걸 본 적이 없다.
아무렴 어떤가, 준비한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날이 되기만 하면 된다. 오전에는 동아리 발표 대회, 오후에는 합창제. 동아리 발표도 준비해야 하고, 그 와중에 내일 동아리 부스도 준비해야 하고, 그 와중에 합창도 준비해야 한다. 우선 합창에서는 누구도 빠질 수가 없으니 합창이 먼저다.
체육관으로 가서, 음악실로 가서 그 동안 틈날 때마다 연습을 해왔다. 초반의 자신감은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별 힘들다는 소리 없이 연습을 해냈다. 담임인 나는 연습을 하면서 사이가 틀어지거나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하며 지켜봤다. 다행히 별 문제가 없었다.
합창제를 마치고 교실에 들어선 아이들은 모두 부담을 내려놓고 편안한 얼굴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화장한 얼굴이 딱딱한 마스크를 쓴 것처럼 보였는데, 교실에서의 표정은 대개 옅은 미소를 띄고 있다. 나는 반주자에게, 지휘자에게 특히나 수고했다는 말을 전했다. 누구보다 다른 팀과 비교가 될 게 뻔하니 말이다.
개인 체험학습으로 펜션에 갔다가 사고가 학생들의 뉴스가 넘친다. 힘들다면 힘든 고비를 다 넘기고 이제 좀 자유롭게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다닐 시기인데, 정말 안타깝다. 그저 사건의 경위를 밝히고 애도하면 좋을텐데.. 그러기도 쉽지 않은가 보다.
교육부장관 유은혜는 학교가 '학생'을 '방치'한다고 규정하고,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전면 점검한다고 한다. 하지만, 체험학습이 사건의 원인인가? 당장 교육청을 통해 개인체험학습 현황 통계를 작성해서 제출하라는 공문이 왔다는 지역이 있다. 인솔자가 없으면 되도록 체험학습을 허락해야 하지 않는다느니 의견이 교육부에서 나오고 있다. 각 학교의 고3학생들은 모두 학교로 정상등교다. 그리고는 학교의 프로그램이 부실하여 학생들을 불러놓고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게 한다'고 주장한다.
3학년 1학기면 사실상 끝나는 입시, 수능이 끝나면 사실상 교육과정도 끝이 난다. 학생들을 붙잡아 수업을 시키고 싶다면, 3학년 2학기까지 정상수업하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싶다면 수능도 미루고, 대입전형도 학생들의 교육과정이 사실상 끝나는 시점으로 잡으면 된다. 학생들을 끌어서 교실에 두되, 또 놀리지는 말라? 교육부는 학교를 통제함으로써 그 존재를 알리려 한다. 결국 통제의 대상은 학생과 교사인데, 그 통제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를 통해 얻는 실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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