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들어가지 않은 지 얼마나 되었나.
2020/09/29 - [일상사/그냥'글'] - 페이스북 이후 적응기 : 블로그를 손보라
흠. 저 글을 보면, 벌써 세 달이 훨씬 넘었다. 대단하다. 매 순간 잠시의 짬만 나면 페이스북 앱을 열어 아래로 화면을 스와이프 해보고는 했는데, 친구들의 피드를 거의 모두 들여다봤는데. 이제는 더 이상 페이스북에 가지 않는다. 잠깐 트위터 타임라인을 살펴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그만뒀다. 이제 유튜브만 남은 건가. 유튜브를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서도 방법을 좀 더 생각해 봐야 하는데, 내가 유튜브 영상을 만들다 보니 여기서 빠져나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뉴스는 아침에 일어나 7시 뉴스를 보는 게 다고 포털 사이트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 어디서 소식을 듣나? 별로 듣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지 지켜봐야 한다. 당장 교실 안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듣고 있는 것'과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고, 내 관심사에도 맞는 유행하는 관심사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관심 갖는 키워드 중에 내게 생각을 던져주는 소재가 있으면 그걸로 글을 쓰면, 검색 유입도 늘지 않을까 생각하니까. 그래서 휴대폰 화면에 '구글 트렌드'를 바로 가기로 추가해뒀다.
trends.google.com/trends/?geo=kr
구글트렌드는 사이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검색어 동향을 보여준다. 구글은 모든 사용자의 모든 검색 기록을 가지고 있다. '지우기'를 눌러도 분명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기록에 보면 시청기록 삭제라는 게 있다. 자기가 봤던 것을 보지 않은 것처럼 지우는데, 나는 가끔 그걸 보면서, '정말 지우는 걸까?'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분명 '내 눈에만 안 보이게 가리는 거겠지'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구글 트렌드를 통해 하루 동안 사람들이 관심가졌던 단어들을 살펴본다. 6개 정도의 키워드를 보여준다. 그 키워드를 따라 들어가면 몇 개의 기사로 연결된다. 하루에 여섯 가지 소식 정도는 듣는 것. 단 그 기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해본 것이 된다. 내 관심과 관련 없이. 한 이 주일째 구글 트렌드를 보고 있는데, 사람들의 관심사는 대개 '유명인의 죽음/이혼/결별', '돈벌이 관련-비트코인, 주식', '스포츠', '잔인하거나 잔혹하거나 안타까운 사건사고'를 향해 있다. 어느 날의 트렌드를 보든 '돈'이나 '사건'과 관련된 키워드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사라는 것도 모두 자료로 만들어 놓고 나면 정규분포의 형태를 띄지 않을까? 내가 아주 독특한 인간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이 관심 갖는 것에 나도 관심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트렌드를 보면서, '하, 사람들 하고는. 어린이가 학대된 뉴스를 이런 식으로 소비하나. 기사에 또 아이 사진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걸까. 정말 양부모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건 과연 실현 가능한 건가?' 생각한다. 마치 나는 더 뛰어난 취향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인냥, 사뭇 건방지게.
나는 너무나 평균적인 인간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제발 평균을 벗어나는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야에 묻혀 공자왈 맹자왈 하면서 살지는 않더라도, 평균적인 속물근성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힘들 것이다. 아주 애써도 힘들 것이다. 어제 다 읽은 '어떻게 일할 것인가?(아툴 가완디)'에서 저자는 의사들의 의료 행위에 대한 평가가 공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해 쓴다. 그리고 자신을 평가하면 평균점수 정도 받는 의사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평가에서 최하위 그룹으로 판명된다면 의사직을 떠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내가 만약 B-정도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자기에게 묻고, 독자에게도 묻는다. 그는 '월등하지 않음'(평균정도의 의사) 자체가 죄악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평균의 상태에 안주'하는 것은 잘못이라 말한다.
저자의 뛰어남은 여기에 있다. 그는 나 같은 평균적인 인간을 나무라지 않으면서도, 쉬지 않고 갈고닦으라고 독려한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일단 '전국의 교사들을 모아 두고 굉장히 정밀한 평가도구를 만들고 점수를 매긴다면, 나는 어디쯤에 들어갈까?' 생각했다. '평균 근처겠지' 그렇다면 나는 '긍정적 일탈자'(변혁을 이해 스스로를 혁신하는 전문가를 지칭하는 용어 - 아툴 가완디가 쓴 용어)로 살아가는가? 글쎄다. 하지만, 나는 평균에 머물고 싶지 않다. 그건 알겠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니 그냥 안주해서 최하로 내려가느냐, 남들만큼 해서 평균에 머무느냐, 남들보다 더 노력해서 최고를 향해 나아가느냐 그건 나에게 달려 있다.
한글을 사용하며 검색을 하는 사람들의 평균적 관심사를 구글트렌드가 보여준다. 나는 이걸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일단 평균적 관심을 쫓아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평균에서 빗겨 나는 시선으로 오늘처럼 글을 쓸 수가 있다. 우리가 보는 세상이란 거기서 거기다. 또 다른 경험을 하려고 애쓰기보다, 나만의 시각을 가지려고 글을 쓰는 게 낫다. 나의 하루는 오로지 나의 관심이 닿은 것으로만 가득 찰 수 있으니까. 관심 두는 대상을 늘이거나, 더 깊은 관심을 쏟는 게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커피 사러 나갔다 온 것 빼면 하루 종일 집이다. 무엇에 대해 글을 쓸까 휴대폰 사진을 뒤져보니, 딸이 찍어둔 내 자는 모습의 사진 뿐이다. 그럼에도 글을 쓰려고 앉아 있는 순간, 내 마음은 쉬지 않고 생각을 이끌어 낸다. 젖은채로 쳐박아둔 텐트를 꺼내듯 대충 끌어다 볕에 두고 지켜본다. 그리고 모서리를 잡고 모양이 나오게 펴본다. 텐트가 정리되는 것처럼 생각도 조금씩 순서를 갖추고 모양을 잡는다. 키보드로 꺼내어 모니터에 말려두니 잡내나던 생각도 제법 바삭하고 산뜻해졌다. 글쓰기는 힘이 있다. 모두 글쓰기를 찬양해야 하지 않나. 또 하루를 글쓰기로 지켜냈다.
매일매일 쓰기를 두 달 정도 이어오고 있다. 2년, 12년, 20년 할 수 있다면, 내 생각은 평균을 넘어서서 나아갈 수 있으려나. 넘지는 못해도, 안주하지는 않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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