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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학급이야기

코로나 시국 체험학습 준비 : 점심이 관건

2019.02.26 - [학교 관련/학급경영] - 합창제와 체험학습

최근 공문이 왔습니다. 단계별로 차이가 있지만, 체험학습을 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단, 숙박형은 안된다. 학생들은 당연히 체험학습을 가기를 바랍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진로체험학습으로 하루 날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예산도 편성해뒀습니다. 이제 코로나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 학생들은 어디로든 나가면 좋겠다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그냥 근처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시험 기간이 겹치고, 체험학습일까지 여유도 충분하지 않아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버스를 타고 시외로 나가는 것으로 결정했고, 가는 데 1시간 이상 걸리지 않는 곳으로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진로체험학습인 만큼,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든 자신이 생각하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생들에게 몇 가지 질문이 담긴 학습지를 줄 생각이고, 보고서로 받고, 학급 시간에 발표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어려움은 장소 선택이나 코스에 있지 않았습니다. 한 반에 20명 조금 넘는 학생들인데,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식당에서는 단체 손님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몇 가지 옵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이 준비한 도시락을 싸온다, 출발하면서 도시락을 단체로 구입해서 간다, 목적지에 가서 개별포장음식을 산다.

브롬톤 피크닉

[내 구글포토에서 picnic으로 검색해서 찾은 사진]

 

1번 부모님이 준비한 도시락.
이게 가장 위험이 적은 방법이기는 합니다.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사고 중에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음식 사고입니다. 학생 여러명이 배가 동시에 아프기라도 하면, 바로 전교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합니다. 학교 규정에는 특별한 경우 학교장의 허락을 얻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외부 음식 반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소풍날은 학교 수업의 연장이므로, 부모님이 싸주신 도시락이 제일 안전합니다. 단, 요즘에는 부모님이 소풍 도시락을 싸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2번 출발하면서 도시락을 단체로 구입.
개별 포장이 되고 단체로 주문해도 별 문제가 없는 음식은 일단 김밥입니다만, 한 시간 이동하면서 혹여라도 변질되면 1번에서 말한 문제가 생깁니다. 도착해서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고작 산 김밥 밖에 학생들에게 먹일 수 없는가 생각이 듭니다.

3번은 목적지에 가서 개별포장음식을 산다.
제가 생각한 옵션은 패스트푸드입니다. 당연히 가게 안에서 먹는 것은 안되고, 패스트푸드의 경우에는 완전히 조리가 되어서 단시간에 변질되지도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밥보다 덜 위험할 것 같기도 하고.

3번으로 생각하고 목적지 근처 패스트푸드 업체에 전화로 문의를 해봤습니다. 50명이든 100명이든 문제없다는 답을 일단 받았습니다. 학생들에게 메뉴를 선택하도록 하고, 미리 주문을 하면 가능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장소로 배달도 가능하다니, 직접 가서 픽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일이 늘 최선의 과정을 생각하면 좋겠지만, 학교가 떠안는 부담 중 가장 큰 것은 안전사고입니다. 그래서 아무 사고 없이가 어떤 행사에서든 1번 목표가 됩니다. 당연히 아무런 사고가 없도록 준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온전히 기획하고 실행한 사람들이 짊어져야 하니, 창의적인 활동을 생각해내기가 어렵게 느껴집니다.

아무튼 학생들은 어디든 가길 원하고, 저는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 수다도 떨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 은근히 체험학습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