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초등학생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팔찌 만들기 재료 : 아들은 갑자기 팔찌를 만들기 시작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몇 번의 중대한 성장의 계기가 있다면, 그 중 하나는 아이가 이성에 관심을 갖게 되는 때가 아닐까. 내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이성’에 대한 인식은 없었지만 그래도 늘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여자로서’ 라고 인식할 만한 때는 없었다. 하지만, 여자 아이와 남자 친구들은 다르다는 생각은 했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여자 아이들은 대개 더 이뻤고, 더 조용했고, 더 깨끗했다. ㅎㅎ

아들도 벌써 4학년이고, 이제는 초등학교 고학년!! 11살의 사춘기도 있다는데, 아들은 얼마전부터 강한 자기 생각을(나쁘게 말하면 똥고집 혹은 약한 반항) 가지기 시작했고 우리에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보다 아내는 더 유연하게 대처하고 더 많이 받아주려 하고 있다. 나도 받아주려 힘껏 애쓰고 있고, 그렇지 않을 때면 가끔 모른 채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아들은 나아졌다. 동생이 입원한 사이 나와 같이 자면서 애정이 급히 회복되어서 일 수도 있고, 내가 이제 거의 매일 자기 전 책을 읽어줘서 그럴 수도 있다.

비데 무선 리모컨이 안되어서 화장실에서 나는 끙끙거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는데, 아들은 약간 들뜬 모습이고 아내는 질문을 한다. 대화를 엿듣지는 않았어도 알 수 있다. 아들은 여학생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용인즉슨, 아주 친하게 지내는, 태권도에 같이 다니는, 여자 동생이 말해준 건데, 아들과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학생이 아들을 좋아했다는 것.

그래서 내가 말해줬다.
‘그건 지금도 그 아이가 널 좋아한다는 말이야. 지난 이야기를 왜 그냥 하겠어. 지금도 좋다는 말이지.’

그랬더니, 아들의 표정이 피어난다.
“나도 그런데”

아들은 어떤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고, 그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 갈까. 그건 기대되는 일이기도 하고, 걱정되는 일이기도 하다.

아들은 내게 다가와서 “그럼, 어디서 만나는 게 좋을까?”

아들은 연애를 해리포터로 배웠다. 당장 어디서 만나느냐 보다 무슨 이야기를 할 건지가 중요한 거 아니겠니 아들? 아무튼 어디서 만날 지,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아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좋아하던 여학생이 있었다. 그 여학생들은 (대개 여학생이 그런 것처럼) 몇 몇 친구와 몰려 다녔다. 그때는 집전화가 있었고, 가끔 받으면 끊기는 전화도 있었다. 어느날 나는 전화 한 통을 받았고, 내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아니라, 그 여학생과 친한 여학생이었다. 그 학생의 말은 이러했다. “나, 4학년 올라와서부터 너 좋아했어.” 응?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흠. 아무튼, 오늘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말자.

아들이 내게 좋아하는 여학생에 대해서 말해준 것이 고맙다. 무려 내게 조언을 구한 것은 더 고맙다. 언제까지나 나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다는 사람을 데려올 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분명 아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나도 좋아하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그리고 간절히 간절히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으면 하고 기도할 것 같다.

그나저나, 어디서 만나서 무슨 이야기부터 하는 게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