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안 시킨 일을 할 때가 좋다

타츠루 2014. 10. 2. 09:40

학교 주위를 걷다가 쥐어본 낙엽





안 시킨 일을 할 때가 좋다.


아침에 일터에 도착해서 차를 대고, 늘 그런 것처럼 학교 한 바퀴를 돈다. 그 전에 차 안의 쓰레기를 정리하다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면서 받은 종이봉투가 있어 거기에 쓰레기를 담고, 그 종이봉투를 가지고 학교 한 바퀴를 돌기로 한다.

에너지가 아까우니….

학교를 아주 청결히 하겠다, 내 집같이 생각한다. 라는 생각은 아니고, 걷는 김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도 주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면 얼마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가 보이는 데 그냥 지나친 적도 여러 번이다. 손을 더럽히기 싫고, 또 걷는 내내 그 쓰레기를 들고 다니는 게 귀찮았으니.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그래서 오늘은 쓰레기를 담을 종이봉투를 가지고 한 바퀴 걸었다. 쓰레기를 줍는 게 조용한 산책에 방해는 안 될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걷는 김에 쓰레기도 주우면 내 밥 먹은 힘을 더 가치 있게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쓰레기랄 것도 별로 없다.

학교 주변은 깨끗한 편이다. 아이들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는 않아서인지, 내가 주운 쓰레기는 한 8개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쓰레기를 줍고 한 바퀴 더 걸어보니 기분도 좋다. 줍지 않고 지나가면 두 번째 볼 때 마음을 괴롭혔을 쓰레기들이 없으니, 마음이 개운해졌다. 깨끗하게 학교를 쓰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온종일 학교 이곳저곳을 청소해주시는 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가끔 쓰레기를 버릴 때는 있어도, 쓰레기로 가득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몸을 쓰는 일이 행복할 것 같다.

학교에 오면- 하긴 집에서도- 대부분 머리만 쓰며,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을 전하려고 입만 쓴다. 몸은 그저 운동할 때만 흔들흔들할 뿐이다. 쓰레기를 줍는 일, 내 집 앞을 청소하는 일, 다른 사람을 위해 수고를 무릅쓰는 일이 가치 있다. 얼마 전부터 우리 학교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누굴까 생각이 들었다. 단연 학교를 청소하시는 분들이다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지만, 몸을 써서 주변을 깨끗이 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청소를 하는 일은 다분히 이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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