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 이렇게 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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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생님은 어떻게 시험 문제를 낼까?

교사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자신의 영역에 대해서는 드러낼 기회가 별로 없다. 가끔 굉장히 좋은 사례를 가진 선생님들은 여러가지 경로릐 자신이 성취한 것, 혹은 쌓아온 것을 나누고는 하는데, 이게 반드시 그걸 보는 선생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너무 뛰어난 성취와 나의 성취를 비교하고, 내가 하고 있는 괜찮은 것들마저 등 뒤로 숨기게 할 수도 있다.

다른 선생님들은 시험 문제를 어떻게 낼까? 나는 아직 모른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시험문제를 내는데, 그게 정말 시험 내기의 전과정은 아닐테니 말이다. 시험 내기의 전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은 나 밖에 없다.

시험 문제를 생각하기와 문제를 만들기를 분리하기

교직을 시작하고부터 계속해서 다양한 시험 문제를 낸다. 학교의 지필평가는 물론이고, 교육청 주관 영어듣기 시험 문제를 내기도 했고, 영재원 입학 시험 문제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시험 문제를 내는 경험이 시험 문제를 잘 만들 수 있도록 해주지는 않는다. 나의 경우에는 시험 문제를 생각하기와 문제를 만들기를 분리하면서 일단 속도가 높아졌다.

시험 문제를 생각하기

시험 문제를 생각하는 단계에서는 모든 수업 자료를 뽑는다. 내가 필기한 수업 자료, 수업할 때 사용한 수업 자료여야 한다. 최근 3년간은 온라인 수업을 대비하거나 가정에서 수업을 듣게 되는 학생을 위해서 수업 영상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Explain everything에서 필기한 자료가 많다. 그런 자료들을 학교 컬러프린터로 모두 출력한다. 내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학습지도 꺼낸다.

그리고 자료를 넘기면서, 수업 시간에 중요하게 다루었던 것, 시험에 낼 만한 소재라고 생각하고 따로 필기를 했던 것들을 살펴본다. 시험문제의 유형은 수능이 기본이기 때문에, 이미 머릿 속에는 다양한 유형 중 어떤 것을 낼 지에 대해 고민하다. 내신 시험의 경우, 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미 공부한 지문들을 가지고 모두 수능형 문제를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도 수능 문제 유형을 기본으로 작업한다.

이때는 빨간펜과 파란펜만 있으면 된다. 수업 원자료를 앞뒤로 오가며 문제를 생각한다. 몇 가지 아이템을 고르고, 보기도 지문에 직접 표시하거나 간략하게 쓴다.

만들기

시험 문제를 생각하는 데 시간을 쓰면, 범위에 따라 다르지만, 집중해서 2시간 정도면 문제는 모두 생각해낼 수 있다. 한 시간 정도만에 끝낼 때도 있다. 그리고 나면, 이제 컴퓨터를 열어서, 원자료를 꺼내놓고 시험 문제 작성을 시작한다.

시험의 틀에 맞춰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문제를 만들면서 보기는 더욱 구체화 되고 말도 정확하게 다듬는다.

반드시 두 과정을 분리하자

문제를 생각하는 과정도 만들기 과정을 분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를 하나 생각하고, 컴퓨터를 열어서 문제를 수정하면, 하나의 문제를 만드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한 문제를 생각해내는데 10분, 문제를 만드는 데 10분이 걸린다고 해보자. 한 문제를 완성하는 데 20분이 걸린다. 그리고 문제를 생각하는 생각의 과정과 문제를 만드는 과정 사이를 오가면서 에너지가 낭비된다. 일종의 멀티테스킹이 되어 버리고, 작업 전환에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리고 완성까지 너무 긴 시간이 예상된다는 것도 힘든 점이다. 문제를 낼 수록, 더 생각해낼 수 있는 문제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문제를 생각하는 데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다.

생각하기를 먼저 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단 낼 문제들을 끝낼 수 있다. 한 단계를 완성하고 나면 만들기 단계로 넘어간다. 펜과 자료만 있으면 문제는 만들 수 있고, 머리 속으로도 가능하다. 이렇게 해두면, 만들기는 거의 기계적인 일에 가깝다. 자료를 펴두고, 복사하고 붙이고 보기를 정교화 하기만 하면 된다.

좋은 문제는 아니더라도

좋은 문제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선 문제를 만드는 일의 효과적인 작업 흐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문제 생각하기와 만들기를 분리한 이후로, 시험 문제 출제 마감기간이 다가와도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적이 없다.

분리해서 만들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