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출근이라는 개념 생겼을 때 같이 나타난 게 분명하다. 우리 조상의 조상들은 어쩜 일어나서 밤 동안 기달린 볼 일을 보고, 물가로 가서 목을 축이고 다시 잠시 쉬었다가 먹을 것을 주우러 다녔을 지 모른다. 주우면 거기서 좀 먹고, 많으면 좀 챙겨왔겠지. 집 비슷한 게 있었다면 거기를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약하거나 병든 사람이 있었을테니, 먹을 것을 주우러 가는 사람의 책임감은 내 배만 채우면 안된다 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일단 그날 다른 사람과 나눠 먹을만큼만 구하면 나면 다시 집으로, 혹은 비슷한 곳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돌아가야 할 곳을 기억한다는 점에서 집이란 공간은 어딘가에 정착하면서 생겨났으리라. 별다른 출근이 없으니 퇴근도 없었겠다.
채집은 덜 위험하나 사냥은 좀 달랐을 것 같다. 사냥에 실패하기는 다반사고, 잘못하면 다치거나, 어쩌면 죽거나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위험한 길을 떠난다면, 못 돌아올 지도 모를 이들을 위해서 남을 사람들은 분명 환송을 했겠지. 이게 최초의 출근아닐까. 출근은 험난한 일이고, 퇴근은 기쁜 일이다. 돌아온 사람은 또 하루 생명을 보존한 날이고,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내일의 먹거리를 해결해 줄 사람의 귀환이다.
하루를 보내고 오면서 장을 보면, 까만 봉지에 간식을 사들고 왔던 아빠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원시 조상의 그 DNA에는 먹을 것을 가지고 귀환하는 그 뿌듯함이 새겨졌을 것이고, 우리 몸에도 여전히 남아 있지 않을까. 반찬 가게에서 반찬을 사고, 농협마트에서 파를 사고 나는 자전거에 잘 싣는다.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건, 일단 나는 살아남았고, 해가 지기 전에 일터를 벗어났으며, 먹을 것을 가지고 퇴근한다. 출근은 위험한 일이고, 퇴근은 즐거운 일이다. 하루의 위안은 퇴근이다. 내일의 먹거리는 내일 구하면 그만이다. 돌도끼를 들고 사냥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오늘의 문명에 감사드려야 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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