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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의 배신

타츠루 2022. 12. 25. 21:23

산타의 배신

크리스마스인데, 아들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새벽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나는 늦게 일어나 아들에게 갔다. 선물 포장은 뜯겨 있는데, 아들은 기분 좋은 얼굴이 아니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아이패드 미니가 갖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린다. 아들이 울면, 나도 울음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나는 조심한다. 아이패드 미니가 많이 갖고 싶었구나, 선물이 다른 거라서 섭섭했구나 물으니, 아들은 이제 더 운다. 아들을 안아주며, 산타를 조금 원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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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가 두고 간 선물은 문에 걸어 쓸 수 있는 미니 농구대다. 나쁘지 않은데? 이건 내 생각이고, 아들은 생각이 다르다. 그래도, 조립해서 방 문에 걸어두니 아들은 제법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오늘 아들과 나, 딸은 여러 번 자유투 대결을 하며 놀았다.

아들은 산타에게 카드도 썼다. 작년에 큰 걸 받지 못했으니, 올 해에는 자신이 원하는 아이패드 미니를 달라는 카드였다. 한글로 썼지만, 분명 산타는 읽었을 것이다. 아들은 한 달 전부터 아이패드 미니가 갖고 싶다고 했다. 나는 너에게만 그렇게 비싼 선물을 주기는 어려울 거 같다, 엄마가 반대하는 선물을 산타가 주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아들은 산타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나 보다. 각종 기계를 싫어하는 엄마라고 하더라도, 산타가 아이패드 미니를 주고 가면, 뺐지는 않을 것 같다고 아마 아들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산타는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준다. 물론, 울거나 나쁜 짓을 하는 아이에게는 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몇 번 울어도, 제법 나쁜 짓을 해도, 산타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려 하지 않을까. 문제는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주지 못할 때다. 아이들은 그래도 산타를 이해하겠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주지 못하고 돌아서는 산타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들이 잠드는 시간 동안 산타를 배달을 할테니, 착한 아이(9시에 자고 7시에 일어나는)를 기준으로 10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지구는 자전하니까, 지구가 이동하는 만큼 움직이면 24시간을 더 벌 수 있다. 34시간의 배송을 끝내려면, 아직도 산타는 일을 하고 있겠다. 루돌프의 코는 아직도 어둠을 밝히고 있겠다.

배달을 모두 마치고 나면, 산타가 편히 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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