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Stuff

모카포트 관리와 비폭력 대화

타츠루 2022. 7. 3. 21:52
중고로 구입한 모카포트


하루 종일 집콕이다. 아침 9시에 일어났는데, 곧 에어컨을 켜야 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에어컨을 끈 적이 없다. 이런 날은 계곡에 가서 발을 담그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어제 바닷가에서 살을 모두 그을려서 오늘은 집에 있기로 했다. 아들은 양 볼이 빨개졌고, 딸도 마찬가지다. 나는 몸을 잘 감쌌음에도 손등이 아주 까매졌다.

커피도 집에서 해결해야 한다. 얼마전 모카포트 3컵짜리를 중고로 구입했는데, 추출은 되는 데, 크레마가 전혀 없다. 모카포트에서 크레마란 큰 의미는 없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모카포트로는 적당히 크레마도 생기면서 추출이 마음에 들게 잘 되었는데, 같은 3컵짜리인데, 추출되는 게 영 시원찮다.

나의 모카포트 레시피는
- 커피 18그램 정도 분쇄
- 보일러에 끓인 물 넣기
- 아주 약한 불로 추출 기다리기

오늘도 한번 추출했는데, 시원치 않아서 고무링을 빼봤다. 오염은 없는데, 경화된 것 같다. 제대로 압력을 만들어주지 못하니, 추출도 시원찮은 것 같다. 기존에 사용하던 고무링도 이제 교체 시기가 된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장마 시즌에 열심히 달려주는 브롬톤도 그렇고, 소소하게 관리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관리가 할 만한 게 다행이다. 브롬톤이나 모카포트나 구조가 간단해서 나 같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구조다. 유지 보수도 쉬울 수 밖에 없다. 물론, 비교대상은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자동차가 되겠다. 커피를 뽑고 내 이동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모카포트는 그 기능이 같다. (맛의 차이는 가격의 차이만큼 크지는 않다, 분명히) 브롬톤과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경우에는 오일 교환도 내가 하지 못한다. 타이어 교체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브롬톤의 경우, 나는 타이어와 튜브를 교체하고, 자잘한 변속 트러블은 잡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브롬톤 브레이크 패드도 주문했다.)

내가 알고, 돌볼 수 있다는 데에서 어떤 관계가 발생한다. 최근 ‘교사를 위한 비폭력대화’를 온라인 연수로 듣고 있는데, 거기서 자주 ‘연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운 것은 각자가 ‘욕구’를 가진 존재라서 그렇다. 기구나 기기, 기계들은 그렇지 않다. 마치 브롬톤을 보고 있으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브롬톤에게는 어떠한 욕구도 없기 때문에, 오로지 나의 욕구를 투사해도 충분하기 때문에 그렇다. 내 욕구만 주장해도 아무런 불만이 없으니, 그 관계란 관계가 아니지만, 어찌보면 “너무나 쉬운 관계”이다.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지만, 비폭력 대화에 대해 공부하면서, 좀 더 내가 가진 언어, 내가 가지고 있는 욕구, 사람이 사람일 수 밖에 없는 한계에 대해서 생각한다. 내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튀겨 나갈 때, 다시 돌아올 자리를 마련하는데, 비폭력 대화가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아, 새로 들인 모카포트는 새로 들이긴 했지만, 중고였다. 이 물건을 판 사람은 왜 사용하지도 않고 오랜 시간 모카포트를 묵혔을까… 아무튼 자주 사용하던 모카포트로 커피를 뽑았고, 설탕 티스푼 세 개를 섞고, 얼음과 우유를 넣어 아내와 시원하게 잘 마셨다. 월요일이다. 약간 ‘흡’하고 기합을 주게 하는 날이 월요일이다. 잘 하고 싶다는 욕심, 부담을 느끼기 좋은 날이다. 그 욕구에 너무 사로잡혀 나를 너무 다그치지 않는 한 주를 보내고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