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

맞이하는 인사만큼, 떠나보내는 인사도 중요할텐데.

타츠루 2021. 2. 5. 21:31


교무실에 앉아 있는데, 인사를 온 학생이 있었다. 오늘은 종업식이다.

다른 선생님들은 한 학년도의 마지막을 어떻게 기억하거나 기념하거나 하는 지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한 학년도가 마무리 되었다고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간 같이 시간을 보낸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게 잘 되지 않는다. 코로나가 없을 때도, ‘전보발령’이 너무 늦게 나서, 학생들에게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는 인사를 할 기회가 없을 때도 많다. 처음 만나면 만났으니 인사를 나누는 기회는 대개 있다. 입학식을 겸해서 선생님 소개를 하기 때문에. 물론 많은 학생들 앞에 나가서 별 말 없이 인사만 하고 내려와야 하지만, 그래도 그 인사는 중요하다. 그렇게 인사로 시작하건만 끝인사를 나눌 기회가 없다. 그저 새로운 학년도가 되었는데, 누가 안 보이면 ‘아, 그 선생님은 다른 곳으로 갔나보다.’ 하게 된다.

선생님들끼리는 그래도 ‘환송회’가 있다. 나는 이 환송회 자리가 참 마법같다고 생각한 적이 여러번 있다. 다른 직장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교에서는 늘 일년이라는 ‘학년도’가 지나고 나면 다른 학교로 가게 되는 선생님이 있다. 그러면 ‘환송회’를 한다. 예전에는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술잔을 들고 자리를 돌며 나누지 못한 인사를 다 하고는 했다. 술을 권하지는 않아도, 그 동안 감사했다 다음에 또 만나자 인사를 했다. 언젠가 한번은 거나한 술자리로 이어지는 때였다. 평소 존경할 만한 구석이라고는 없던 선생님이 일어나 인사를 하신다. “그동안 제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아무튼 감사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 수많은 잘못과 실수를 이렇게 뭉뚱그려 사과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그런데도 저렇게 편안한 얼굴로 용서를 빌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억울하게도 저 사과의 말을 듣고 나니 마치 나에게 사과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용서하는 마음이 생기더라. ‘그래, 저 사람도 아마 그때의 자기 잘못을 알고는 있나보다’ 이렇게 멋대로 생각하게 되더라.

학교라는 조직에서는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지만, 만났던 사람을 또 다시 만나게 되기도 한다. 지금 한 해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한 해는 분절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학생들보다 더 질긴 인연이 동료교사다.

수제 도시락 & 사과주스



오늘은 학교에서 간식 도시락을 하나씩 나눠주더라. 그걸 받아서 집에 와서 먹었다. 다음 주 쯤에는 정기인사 발표가 나겠지만, 모두가 모이는 점심식사는 없을 것이고, 술자리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누군가 술잔을 들고, ‘그간 제 잘못은 용서하시고..’ 운운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교장으로 승진해 가는 교감선생님을 환송하는 행사도 없었다. 마스크 쓰고 숨쉬는 데 적응하고, 되도록 집에 있는 데 길들여지지만, 이렇게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이 많았던가’ 싶을만큼 지금의 현실에 적응이 안되는 시간이 있다.

새로운 학년도. 코로나 예방을 위해 학생들 등교나 학사 일정을 짜고, 온라인 수업을 위해 온라인 수업 공간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하지만, 같이 모여 인사하지 못하더라도, 서로 맞이하는 인사를 할 기회를 만들고, 떠나가는 사람을 환송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저 ‘생략생략’한다면, 무엇이 남을까. ‘이제 코로나 때문에 못하는 것은 사실 이전에도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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