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작소를 읽고..
글쓰기 공작소
- 저자
- 이만교 지음
- 출판사
- 그린비(그린비라이프) | 2009-05-05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나를 바꾸고 삶을 바꾸는 새로운 글쓰기! 한두 줄만 쓰다 지친 ...
충분한 열정이 있는가?
그렇다면, 열심히 쓸만한 힘이 있는가?
학교 도서관을 찾은 날.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책들을 하나씩 고르기 시작했다. 책 제목에 이끌려 고르기도 하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주제에 대한 책을 고르기도 했다. 목차를 자세히 읽거나 하지는 않았고, 순전히 '첫눈에' 책을 건져 냈다. 요즘엔 글을 쓸 일도 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서 글쓰기에 대한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 데, 그렇게 고른 책이 이만교씨의 '글쓰기 공작소'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기 때문에, 밑줄을 긋거나 할 수 없어서 나는 그동안 망설이고 있었던 ClipBook 이라는 앱도 구매했다. (사진을 찍거나, 직접 타이핑해서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기록할 수 있고, 쉽게 SNS에 공유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손에 들고 초반에는 특히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나 반드시 다시 생각해볼 부분들을 많이 기록했다. 그것들을 가지고 컨셉트맵을 그렸다. (또 컨셉트 맵을 그려보려고, Delineato pro 라는 맥용 앱도 구매;) 내가 읽고 내 머릿 속에서 크게 정리된 이 책은 먼저 글을 쓰기 위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에 대해서 쓸지 생각해봐야 하고, 글을 쓰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우리가 글을 쓰는 행위에 돌입하기 전에 우선, 왜 글을 쓰고자 하는 지 분명히 스스로 밝혀야 한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 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 쓰게될 글에 대한 주제의식과도 크게 관련이 있다. 그리고 뚜렷한 목표는 뚜렷한 계획의 밑거름이 된다. 목표가 뚜렷하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고, 장기적인 계획이 구체적일수록 단기적인 하루하루의 계획도 뚜렷해진다.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계획을 모두 가지고 글을 쓰게 되니, 매일매일 자신이 써내려가는 글 때문에 작은 성취감들을 계속 맛보게 되고, 그로 인해 도달하기 어려울 것처럼 보였던 최종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작가는 이와 관련하여 불교의 수행에 대해 언급한다. 동정일여, 몽중일여, 숙면일여야 바로 그 상태이다. 동정일여는 깨어 있는 동안 공부하는 것. 몽중일여는 잠든 동안 공부하는 것. 숙면일여는 아주 깊이 잠든 동안에도 공부하는 것. 여기에서 '공부'를 모두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나 글쓰는 행위, 혹은 글에 대한 생각'으로 바꾸면 어떠한가? 우리는 '의식적 꿈'을 가지고 있지만, 이 의식적 꿈이 '무의식적 욕망'과 대치하는 경우도 있다. '의식적 꿈'은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기꺼이 좇아야 할만한 것이라 우리가 꿈꾸는 것일 수도 있다. 무의식적 욕망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우선 의식적 꿈을 정확히 관찰하고 우리의 집중도를 돌아봄으로써의 우리의 목표를 반성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인용부분은 불교의 수행단계와 그 맥을 같이 한다.
p44.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꿈과 관련된 사념을 떠올리나?
마음 놓고 있는 순간(화장실에서, 샤워하는 순간) 꿈과 관련된 사념을 떠올리나?
내가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수업이므로, 수업과 관련해서 저런 상태를 경험한 적은 있다. 무슨 수업자료를 가지고 어떻게 수업을 할 지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것들을 계획하고, 머릿 속으로 학생들과의 수업을 시뮬레이션 해본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잠이 들면서, 샤워하면서 생각하다 보면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가 불쑥 내 옆에 다가오기도 한다. 혹시 그 아이디어가 달아날까 나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거나 노트북을 꺼내어 그 아이디어를 정리한다.
글을 써야 겠다는, 글을 쓰고 싶다는 목표가 정확하다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한 열정이 충만하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돈벌이를 위해서든, 등단을 위해서든, 다른 사람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든 어쨌든 글쓰기는 열정이 필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열정은 강렬한 문제의식이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문제의식과 주제의식이 강하다면 그 문제의식과 주제의식에 대해서 글을 쓰면, 무엇을 쓸 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게 된다. 결국 이런 주제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소설가들이 자전적 작품으로 자신의 작품 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쓰더라도 그 전에 먼저 해야할 것이 있다. 바로 자기규정; 자기인정. 나를 정확하게 관찰하고 나를 규정하고, 나의 단점을 인정해야 그 단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은 대개 우리가 잘 관찰해왔던 것이거나, 우리가 기꺼이 관찰할 수 있는 것이리라.
글을 쓰는 데 열정과 목표가 중요하긴 하지만, 이에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욕망에 자식을 맞춰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따라가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인이 되면 한층 더 글쓰기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 우리는 우주의 극히 작은 한 부분이며, 고로 우리는 잉여롭다. 이러한 잉여로움은 우리에게 깃털같은 가벼움을 준다. 우리 하나쯤 비뚤어져도 세상은 약간도 기우뚱하지 않는다. 글쓰기 공작소의 작가는 앞서 언급한 타자의 욕망을 내면화 하는 사람을 일반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반인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다른 사람의 욕망과 나의 욕망을 비교하고,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의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억누른다.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내 글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도덕률과 규범에 의거해서는 내 욕망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없는 것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글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상상을 다른 사람에게 잘 이해시키는 것이다. 글쓰는 사람의 목표는 객관적인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드러낼 수 있는 입체적 진실을 써나가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관점에서 똑같이 이해될 수 있는 진실은 없으며 우리는 늘 진실의 단면을 드러내는 데 그치기 쉽다. 우리는 어떤 상황을 묘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드러내야 한다. 여러 사람들이좋은 글쓰기의 법칙에 대해서 말하지만, 그들은 좋은 글이라고 일컬어 지는 것들의 공통점을 찾아낸 사람들에 불과하다. 좋은 글을 쓴 사람들이 반드시 '좋은 글 쓰는 법'을 연구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은 우리가 '좋은 글쓰기 방법'이라는 신화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신의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흔한, 다수언어를 벗어나서 자신의 언어를 써야 한다. 대상과 주제를 낯설게 함으로써 더 깊게 관찰할 수 있다. 나는 비가 올 때마다 '조리퐁 떨어지는 소리'를 상상하곤 한다.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산을 쓰고 길을 가는 데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조리퐁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맛있는 비. 우리는 몇 줄의 일기를 쓰면서도 '기분 좋았다.', '재미있었다.' 라는 서술어로 긴급하게 우리의 감상을 마감하려할 때가 많다. 하지만, '기분 좋았다.'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그만큼 모호하다. 어떤 부분이 좋았는 지, 지금의 이 '기분 좋음'은 내가 다른 때 느낀 '기분 좋음'과 어떻게 다른지 경계를 구분지음(define)으로써 더 명확해지고 신선해진다.
글쓰기 공작소의 작가가 글쓰기에 있어서 경계할 것들로 언급한 것 중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것은 '감상적, 계몽적, 윤리적, 상식적, 도덕적 결론'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었다. 트위터 한 줄을 쓰면서, 페이스북에 상태 메시지를 남기면서, 학생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영화 감상을 쓰면서, 책에 대한 평을 하면서 나는 얼마나 자주 그리고 여러번 저러한 결론에 빠져서는 마치 괜찮은 글을 쓴 것처럼 착각했던가. 우리는 일장연설을 마친 교장선생님이 늘 마지막 말씀은 '훌륭한 교훈'으로 마치시던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에~, 그러니까 인생의 목표를 세워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기 힘들겠지만, 나의 글을 앞으로 섣불리 '멋져 보이는, 있어 보이는' 결론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ClipBook 앱으로 챙겨둔 좋은 구절들을 공유하겠지만, 일단 몇 개만 옮겨본다.
p42. 당신이 정말 꿈꾼다면, 오늘 즉시 당신의 행동에 구체적 변화가 오지 않을 수 없다.
p382. 행동은 결코 늦는 법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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