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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런 때 많은 선생님들은 '짧은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새 학기 시작을 위한 자료도 모읍니다. 업무를 맡은 분들은 업무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담임을 맡은 분들은 1년 동안 학생들과 어떻게 지낼지를 고심합니다. 고등학교의 경우, 교실을 이쁘게 꾸민다거나 아기자기한 서식들을 준비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줘야 할 것은 없습니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정확히는 집에 있어도 쉴 수가 없어서) 학교로 갔습니다. 아직은 내 학교 가 아니지만, 일찍 가면 더 일찍 정이 들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
오늘의 목표는 오로지 교실 청소였습니다. 청소기로 싹 먼지를 빨아내고 바닥을 물걸레로 닦고 여기저기 틈새도 걸레로 좀 훔쳐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둥 진공청소기가 없네요. 선생님들도 출근하신 분이 많지 않아서 문의할 곳도 별로 없었습니다. 일단 알아봤지만, 없어서 그냥 빗자루를 꺼냈습니다. 얼마 동안 교실을 떠돌며 자리를 잡은 먼지들일까요. 솜털처럼 뭉친 먼지가 엄청납니다. 빗자루로 살살 쓸어내는데도 먼지가 제 눈높이까지 날리는 것 같습니다. 걸레받이 위에도 먼지가 소복이 쌓였습니다. 아, 이전 담임선생님이 방학식 하는 날 좀 청소를 꼼꼼히 봐주고 갔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잠시 들지만, 그런 생각해 봐야 힘만 빠집니다. 오랜만에 허리 숙이고 비질이라 금세 삐질삐질 힘이 듭니다. 그리고 이제 물걸레를 가지고 와서 바닥을 닦습니다. 청소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책상 위에 의자를 얹고 청소를 했습니다. 물걸레로 닦으면서 먼지를 줍습니다. 손걸레를 빨아와서 구석구석 먼지 쌓인 곳을 닦습니다. 책상 열을 맞추고 다시 손걸레로 책상 위도 닦습니다. 창틀, 칠판 아래, 수업용 컴퓨터 책상, 게시판 위.. 손 닿는 곳은 모두 닦습니다. 마스크 안에 땀이 고입니다.
마지막으로 의자를 내리고(그때 떨어지는 먼지를 또 줍고), 학생 수만큼의 책걸상을 남기고 남는 책걸상은 복도로 빼놓습니다. 책상을 닦다가 좀 더러운 책상은 다시 밖으로 가서 더 나은 것과 바꿔 둡니다. 책상의 줄을 맞추고 나니 교실이 아주 깨끗합니다. 벽에는 학생들이 해놓은 낙서가 있기는 하지만, 바닥에 있던 더러운 음료수 자국 같은 건 모두 없어졌습니다.
물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는데, 저와 알고 지내는 여러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학교를 옮겼다는 소식에 어디로 옮겼느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 이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또 어떤 부모님들의 아이들일까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조금 불안해집니다. 사실상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아는 분의 아이 혹은 내가 아는 분의 아는 분의 아이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차라리 동네 사는 사람들 아무도 그냥 모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학생을 통해 듣는 내 모습 때문에 내 초라한 밑천이 다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어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의 아이라도 잘 보듬고 애써야지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슨 활동을 할까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합니다. (아마도 개학 전까지 고민이 계속되겠지요)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좋은 학생"이란 어떤 사람인가? "좋은 선생님"이란 어떤 사람인가? 그러다가 내가 최고의 교사가 아닌 것처럼 학생들도 반드시 최고의 학생일 수는 없으니, 나는 내가 될 수 있는 최선의 교사 가 되려고 노력할 테니, 학생들에게도 최선의 학생이 되어달라 부탁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1년을 보내며 서로의 삶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귀한 만남이 일어날 공간을 오늘 청소했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앉아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하, 이거 하나 하고 지치는데 생각이 들었는데, 청소만 한 것도 참 장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물론 개학 준비는 아직도 한참 남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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