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화장실 변기 위에는 작은 공간이 있고 거기에는 책이 일곱 권 꽂혀 있다. 나는 앉아서 볼 일을 봐야 하면 책을 하나 빼드는 데, 최근에는 시집을 빼들고 있다. 그전에는 '새'에 대한 책이었다. '새'에 대한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자꾸 시집을 빼들고 읽고 있다. 화장실에 두기에는 시집이 최고다. 나는 시를 잘 모르고, 읽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화장실에 두고 같은 시집을 읽고 또 읽다 보니, 좋다. 일단 짧게 앉은 동안 하나의 완결된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오래 앉아 있는 스타일은 아니고, 그렇다고 화장실에까지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시집은 길어도 두 세 페이지다. 내가 앉아 있는 시간은 길어도 두 세 페이지다. 한 시인의 시집을 다 읽었고 이제 어던 시집을 넣어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