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일은 얼마나 까마득한 일인가. 재미있다 생각하면서 책을 읽다가, 이 책은 다시 읽고 싶다 생각하면서 끝까지 읽고도 다시 뒤를 돌아보면, 이 책을 읽었던가 기억이 희미하다. 출발한 곳은 책의 표지이고, 끝난 곳은 거기서 한 꼬집 정도 떨어진 지점인데도, 아주 먼 곳으로 가서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나는 책의 첫 장과 마지막 페이지를 연결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럴 때에는 그저 다 기억하지 못해도, 이 책의 이야기는 분명 나를 통과했다. 라고 나를 설득하기가 이롭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음악을 알려면 많은 음악을 들어야 하고, 그림을 보려면 많은 그림을 봐야 하고, 책을 읽으려면 많은 책을 봐야 한다. 그러기 귀찮아서 혹은 빠르게 가려고, 누군가의 책 추천*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나는 정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