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적이 있을텐데, 기억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을 하다가 집에 왔는데, 또 해야 할 일이 있어 일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한쪽 화면에 첨밀밀을 틀어뒀는데, 그리로 자꾸 눈이 간다. 급기갸 영화에 빠져 그냥 시간을 좀 보내버렸다. 이제 곧 자야 하는 시간이 되어서 영화는 그만 보기로 하는데, 이 영화를 내가 본 적이 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본다. 본적이 있다면, 봤던 장면이 기억이 나야 하는데, 전혀 기억에 없다. 당시 음악이 유명해서 아마도 뮤직비디오로 보지 않았나 싶다. 여명과 장만옥의 시선에 나는 관객이 아니라 마치 당사자가 된 것처럼 영상을 쳐다 본다. 사랑하던 때 라는 게 있을까. 사랑에 빠지는 때가 있을까. 마치 그러한 순간이 존재하고, 턱을 하나 넘듯, 우리는 이제 사랑하는 사이라는 순간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