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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영을 이겨내려는 자

타츠루 2019. 12. 10. 13:19

 

 

수영을 마치고 왔다. 굳이 블로그 에디터로 글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축하’하는 의미에서 새로나온 블로그 에디터로. 어떨지는 써봐야 알겠지만, 만약 매일 글을 써서 발행할 수 있다면 그냥 에디터에 글을 써두는 게 나으니..

이제 수영을 배운지 9개월째다 벌써. 그리고 수영 실력은 좀 나아진 것 같긴 한데, 아직도 강습을 받는 시간에는 부족함만 느껴진다. 수영 강습은 그냥 ‘노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강사가 몸풀기부터, 얼마나 수영을 시킬지 결정하기 때문에 그 페이스에 맞춰서 열심히 팔을 젖고 다리를 놀리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나오면 녹초가 된다. 나는 평영이 특히나 힘들어서 오래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초급이나 중급에서는 평영의 비중이 낮아서 견딜만 했는데, 최근에는 평영 연습이 많이 늘었다.

평영은 손을 모아 몸을 일으키고 빠르게 손을 뻗는다. 거의 다 뻗어졌다 싶으면 몸 뒤를 따라오며 슬 접혀 있던 다리를 펴며 발 안쪽으로 물을 밀어내면 된다. 발끝은 모으고 몸을 유선형으로 만든다. 그 탄력으로 잠시 기다리며 앞으로 주욱 나간다. 헌데, 내가 제일 안되는 부분이 바로 ‘발로 미는 것’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잘 안 되었다. 1번 자리에서 서서 강사가 출발하라고 하면 마음이 급해져서 팔을 힘차게 휘두르고 그 힘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니 또 힘이 너무 들고 숨이 차서 50미터를 연이어 수영해서 나갈 수는 없다.

그래서 강습 전이나 강습후, 그리고 지난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혼자 ‘평영 발차기’를 연습했다. 열 번 차면 한 번 정도는 제대로 물을 미는 느낌이 들기는 한데, 어렵다. 아직 자세가 몸에 익지 않아서 그럴까 자꾸 해도 헷갈린다. 내가 생각한 요령이랄까 느낌은 다음과 같다.

- 입수할 때 일단 물타기를 잘 하고, 올라오는 타이밍에 맞춰 손을 저어 몸에 힘이 일단 안 들어가게 한다.
- 손을 재빨리 모으고 발을 차는 동작에 돌입하기 전에 유선형 만들 준비를 한다.
- 손을 물에 찔러 넣을 때는 머리도 반드시 숙인다. (이때, 가끔 물을 마시기도 한다.)
- 무릎을 모으고 양 발로 물을 낚아챈다는 기분으로 물을 찬다
- 발끝을 모을 때까지는 힘을 주어 차내고, 발끝이 모이면 힘을 빼고 글라이딩 한다.

자, 이게 다 되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잘 안된다.

그래도 수영이 재미있다. 열번 중 한 번 성공하는 게 재미가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재미’를 느끼고 있다. 정확히는 온 몸의 근육과 관절들이 ‘수영’을 해내기 위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 이걸 알려주려면 머릿 속에 내 동작이 어떠해야 하는 지 상상하고, 몸의 동작을 취할 때는 내가 상상한 몸의 궤적대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강사가 보고 있지 않아도 내가 내 몸의 모든 부분을 관찰해야 한다. 그러니 조금 편한 자유형을 할 때보다 평영을 할 때 정말 몸과 마음을 집중하게 된다.

평영을 하면서 물을 제대로 밀면 마치 강사가 내 발을 잡아주고 있는 것 같고, 접영할 때 출수킥을 제대로 차면 마치 내 정강이 아래에 받침대를 두고 몸을 일으키는 느낌이 든다. 자유형을 할 때 제대로 팔을 저으면 잔잔한 호수를 가르고 나가는 것처럼 몸이 주욱 앞으로 나간다. 물이 저항으로 느껴지지 않고 오로지 나를 도와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도 좋은 시간은 그냥 아무 이유없이 잠수하고 물이 밀어내는 힘으로 물 위에 떠오를 때다. 수영장 천장을 쳐다보며 발을 사뿐사뿐 차며 배영을 할 때는 아주 고즈넉하다.

어제 읽던 에밀에서 수영에 대해 다룬 부분이 나온다.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쳐보라........ 승마에 서툴러도 말은 탈 수 있지만 수영은 그렇지 않다. 승마는 최악의 경우 말에서 떨어지는 정도지만 수영을 못하면 익사하고 만다.”

수영이 주는 긴장감은 잘 하다가도 물 한 모금 코로든 입으로든 마시고 나면 ‘빠져죽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대개 긴장하거나 힘을 너무 쓰면 숨이 모자랄 수 밖에 없다. 힘을 뺀다는 건 몸에 힘을 하나도 주지 않는 게 아니라, 몸의 수축과 이완을 구분하고 그 둘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어려운 만큼, ‘힘을 빼라는 말’도 어렵다.

더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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