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천문학자, 진주문고 추천, 과학자의 좋은 글
에세이는 좀 덜 읽어야지 생각하는데도 손이 간다. 이 책은 일단 진주문고에서 서점원이 추천하는 책 매대에 있어서, 표지가 이뻐서 골랐다. 책을 고르는 데 큰 도움을 준 분들에게 감사한다.
그저 인생 잘 살아봅시다류의 에세이, 인생 별 거 없고, 여러분 잘 하고 있습니다로 치장한 에세이는 물론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즐겁다. 에세이라고만 하기에는 좀 모자란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자주 추천하고 좋아하는 책들 중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쓴 이야기가 많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일할 것인가’
- 박진영의 ‘박진영의 공룡열전’
주제가 확실하지만,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을 볼 수가 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면서는 꾸준히 노력하기 위해 중요한 체력과 루틴에 대해 생각하고, 아툴 가완디의 책을 읽으면서는 성실과 기록의 과학에 대해 생각한다. 공룡열전을 읽으면서는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궁리했다. 이 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도 그렇다. 대학에서 공부하고 대학원생이 되고 박사과정을 밟고 연구프로젝트를 따내고 동료 과학자를 만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랩걸’에서의 호프 자런의 모습을 떠올린다.
어떻게 해서 어떤 길에 이르게 되든 그걸 꾸준히 해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구나. 무엇을 좋아해서 어떤 일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어떤 일을 하다가 무언가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구나. 일찍이 영재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천문학자가 되기를 꿈꾼 것은 아니지만, 알지는 못하지만, 정해진 궤도를 움직이는 것처럼 천문학자가 되었다. 우주의 크기를 생각하면, 한 대학에서 누군가는 목성을 누군가는 달을 연구한다는 게 뭔가 비현실적이다. 너무 엉겁결에 우리나라 최초의 행성연구자가 되는 것처럼 썼는데, 불모지에서 최초가 된다는 건 즐거운 일이기 보다는 고된 일이지 않을까?
과학자의 좋은 문장을 보는 것은 즐겁다. 사람들은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할 때나 글을 무시할 때, 이과라서 그렇다라고 말할 때가 있지 않나? 하지만, 문과생이 글을 잘 쓰는 게 아닌 것처럼, 이과생이 글을 못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생각의 과정이니, 어떤 생각이든 곰곰히 궁리하고 명확하게 써간다면 누구나 괜찮은 글을 쓸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과학자의 좋은 문장을 보면, 나도 내가 아는 것에 대해서 좋은 문장을 쓰고 싶어 진다. 누군가의 좋은 글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늘 힘이 된다. 물론 자신의 미천한 글에 대한 좌절감부터 느낄 수도 있다.
저자의 글은 부드럽다. 몇 꼭지의 글을 읽고 너무 쉽게 잘 읽히는데다가 저자의 생활이 녹아들어 있어서, 어떻게 이런 글쓰기를 연습했을까? 생각했는데, 책 속에 일기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아마도 꾸준히 일기를 쓴 사람이라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글쓰기에 왕도가 있는데, 그건 꾸준히 쓰는 것 아니겠나. 저자는 꾸준히 읽기를 써왔다고 쓰지는 않았지만, 그랬다면 좋겠다.
이런 분에게 추천
- 별이 좋은 분
- 아이와 별 보러 가야지 생각하는 엄마, 아빠
- 공부하며 일하며 아이키우는 엄마를 응원하고 싶은 분
- 밤 하늘을 응시해본 적 있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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