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다리가 좋았다고 다리만 좋았던 게 아니야

타츠루 2021. 8. 9. 21:02

농월정


저녁 산책을 마치고 딸에게 오늘 일기를 쓴다면 무슨 이야기를 쓰겠냐고 물으니 ‘다리 산책한 거’라고 한다. 우리 가족이 농월정으로 가는 오색조명으로 꾸며진 다리를 건너 산책을 하고난 후였다.

우리의 기억이란 우스워서, 일련의 이벤트 중 마지막이 어떠했느냐가 전체를 판단하는 데 과도하게 개입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고, 콜라를 마시고, 통닭을 먹고 웃고 놀고 나서도 제일 기억이 남는 일은 가장 최근이 한 일.

좋은 일이라면 무엇으로 하루를 기억하든 별 문제가 없겠지. 하루가 좋았으나 마무리가 좀 나빴더고 문제 될 건 없다. 그렇게 기억하려는 관성을 이겨내야 한다. 어떻게? 글쎄다. 오늘 하루 찍은 사진은 뒤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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