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그냥 직장 과는 좀 다르다. 오로지 사람을 만나러 가는 직장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학교의 근무환경을 고려해본다면, 자주 마주하게 되는 학생들이 어떠한가도 고려할 점이 되기는 하겠지만, 학생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 온 학생들은 모두 성장의 가능성이 있고, 고로 교육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 학교의 학생들이 어떠한가 는 근무환경으로 생각되어서는 안되겠다.
그렇다면 근무환경이 좋은 학교는 어떤 곳일까?
(이건 순전히 내 경험과 생각일 뿐이다)
첫째, 주변 환경
내가 근무해본 학교 중에 '공장이나 빌딩 숲' 사이에 있는 학교는 없었다.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주변이다. 대규모 주거단지를 벗어난 경우라면, 대지도 넓고 산을 뒤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교의 건물 형태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두는데, 그것보다도 일단 입지가 중요하다. 주변에 유해 시설도 없어야 하겠지만, 커다란 건물들만 있어도 곤란하다.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변 환경은 자연이다. 뒤에 바로 산이 있으면 좋다. 매일 오르지 않더라도 창밖으로 산을 볼 수 있다. 틈이 나면 걸어올라갈 수도 있다. 자연은 사계절을 지내며 그 모습을 달리하지만, 그러면서도 변하지 않는다. 변화는 있으되 급격하게 변해버리지 않는 자연.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도 정말 좋은 환경이다. 작고 사소한 결정들에 시달리다가도 산을 보며 마음을 달랠 수가 있다.
둘째, 깨끗한 학교
깨끗함에 대한 기억은 예전에 '생활지도' 혹은 '환경미화'를 떠올리는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을까. 나는 국민학교에 다닐 때, 계단에 놓여 있는 동으로된 발판을 열심히 닦았던 기억이 난다. 어떤 아이는 거울을 닦고, 어떤 아이는 국기봉을 닦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청소를 하지는 않지만, 깨끗한 학교를 만들려면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요즘 학교에는 화장실을 청소하는 분은 계시다. 하지만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과 교직원이 신경쓰지 않으면 깨끗한 학교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이 거의 살다시피하는 곳이라 우선 정리가 안되기 십상이고, 또 더러워지기 십상이다. 1년을 빌려살고 나가는 곳이라, 학년도가 끝날 때마다 주인없는 쓰레기가 넘친다.
셋째, 좋은 동료
만약 학교를 옮기려고 한다면, 첫째와 둘째는 내 눈으로 확인가능하다. 하지만 좋은 동료는 선택할 수도 미리 알아볼 수도 없다. 물론 공립교사의 경우 학교를 옮기고 그에 따라 나에 대한 평가도 나도 모르게 공유되기도 한다. 그런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미래의 동료들에 대해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관계란 구성원이 높아질수록 그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좋은 동료를 찾기 전에 우선 *좋은 동료 가 되는 게 좋은 방법이겠다. Give and Take 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중요한 룰 중에 하나라면, 어쩌겠나 나부터 줄 수 있는 것은 나누는 게 좋겠다. 그러니 어렵다. 나는 얼마만큼 먼저 내어줄 수 있을까. 반성하게 된다.
오늘 출퇴근을 자전거로 했다. 출근할 때는 혹시나 늦을 까봐 주변을 감상할 수가 없었다. 퇴근 하는 데 보니 정말 좋은 퇴근 길이다. 자전거를 정말 천천히 저으며 주변을 바라본다. 새로운 학교 뒤에 산은 없지만, 오늘 보니 매화꽃이 피었더라. 잘 닦인 자전거 도로가 집에서 학교까지 이어져서 출퇴근 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그러니 일단 첫째, 둘째는 대략 만족스럽다 할 만하다. 셋째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겠다. 무엇이 불만족스럽든 자전거로 퇴근하는 시간과 보게 되는 풍경은 여러모로 위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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