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 392

남겨진 디저트와 시험 끝

시험이 끝나고 나면 학생들은 대개 곤죽이 되어 있고, 시험 직전에 그랬던 것처럼 수업을 힘들어한다. 혹은 격렬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한다. 그 마음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보면, 얼른 수업을 시작하고, 성적이 오를 수 있도록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내일 협의회 간식도 사려고 밖으로 나섰다. 한 커피숍에서 그릭 요구르트 메뉴를 팔았다. 6000원짜리 그 메뉴를 시키고 기다렸다. 플라스틱 커피용기에 그릭 요구르트, 그 위에 시리얼, 블루베리 등이 얹혀 있었다. 그럴듯해 보였다. 차가운 셔벗 같은 요구르트를 기대하며 한 숟가락 뜨려는데, 잘 퍼지질 않았다. 씨리얼과 블루베리를 헤치고 들어가서 요거트를 한 스푼 떠서 입에 넣는데, 약간 치즈향..

욕망의 매개, 대상자a

이카루스의 추락 한귀은 교수님 우리 학교 전학공 모임으로 오늘은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한귀은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주제는 또 하나의 교육, 문화 비평 이었다. 제목도 보지 않고 강의하는 분이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당연히 참석한다고 했지만, 제목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2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교수님은 생각을 잘 이어나갔다. 물론, 이어나가는 길은 이쪽저쪽 쾌속으로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과 "미나리"와 "자크 라캉"을 오갔다. 내 마음대로 요약 기억나는대로, 정리를 해보자. 욕구는 채울 수 있지만, 욕망은 채워질 수 없다. 신드롬은 집단적 무의식 욕망이고, 욕망은 욕망을 갈구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만으로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욕망은 채워지지 않은채,..

학교에서 대화가 가능할까?

대화란 무엇일까. 점점 대화하게 되는 선생님이 늘고 있다. 담임을 할 때는 학년교무실에 있는 선생님들이 거의 유일한(?) 대화의 상대였다. 그리고 대화의 주된 상대는 대개는 학생이다. 한데, 올해에는 좀 달라졌다. 더 많은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게 나의 일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꿈꾸지만, 소통하고 있다라는 느낌은 누가 얼마나 갖게 되는 지 모르겠다. 분명 서로 굉장히 친해보이는 선생님들이 있고, 그 분들은 서로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나도 그렇게 느끼는 동료 선생님들이 있다. 그럼 어디서부터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동료가 출현하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누구에게 공감하느냐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이해관계에 부딪힌다고 생각할 때, 서로 등을 돌리게 ..

학교의 변화는 가능하다

학교의 변화는 가능할까? 어떤 변화를 말하느냐에 따라 답은 다르다. 학교는 늘 변화하고 있으나, 변화되지 않는 부분,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너무나 더디게 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코로나가 세계인을 덮쳤을 때, 누군가는 이를 기회로 삼자고 했다. 위기는 곧 기회다 라는 진술은 뭔가 힘을 불끈 나게 하는 매력은 있지만, 뼈를 깍는 노력으로 끝끝내 살아 남은 자만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사람의 마음을 얻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의 영역에서 여러가지를 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잠시 학교가 멈추었을 때, 재빨리 정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 구석구석은 법과 규정의 지배를 받고 있고, 법과 규정이 그렇게 빠르게 바뀔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잊혀서 좋다

잊힌다. 얼마나 빠르게 잊히느냐는 상관없다. 유치원 선생님도, 초등학교 선생님도, 중고등학교 선생님도 결국 잊힌다. 교사는 잊혀야 하는 존재라고 어떤 교육자가 이야기했다. 강아지 똥풀 속 강아지똥처럼, 사라지고 나서야 꽃을 피운다. 어떻게든 좋은 교사가 되겠다와 나쁜 선생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두 축을 오간다. 학생들과 함께 있으면, 당장 나의 역할이 어마어마 한 것 같지만, 결국 학생들은 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 어른,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양분을 얻고, 소화시키고, 성장한다. 성장이 빠른 학생도 있고, 늦디 늦은 학생도 있다. 학생들에게 잊혀질 수 있다는 점은 지금의 내 부담을 줄여주는 주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담임을 했던 학생들을 만나면, 내 눈은 애틋해지고, 내 손은 아이를 불러 세운다. ..

긴급하게 긴급한 일

학교로 가는 길 전화기 진동이 울리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최근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확진이 늘었고, 그만큼 학교는 힘들게 돌아간다. 여전히 확진을 받는 선생님이 나오고 있다. 살펴본 바, 아이가 확진되는 경우 부모는 2, 3일 안에 반드시 확진이 된다. 꼭 아이가 아니더라도 가족이 확진을 받으면, 곧 확진이 된다. 학생들도 친한 학생들은 순서를 달리하며 확진이 된다. 이쯤 되면, 개학 후 한 2주 정도는 온라인으로 확산기를 좀 늦출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30만이면 정점일거라고 했지만, 그 30만은 넘은 지 오래고, 3월 말이면 정점을 찍고 내리막으로 돌아설거라고 했지만, 아직 내리막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조금만 몸이 안 좋아도, '이거 코로나 아닌가?&..

주말에는 원래 일하는 거래요

주말에도 일을 가지고 왔다. 뭐 다들 주말에도 일을 하는 건가 싶다. 교사가 되고 나서 주말에 전혀 일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여전히 수업 준비는 주로 주말에 한다. 이번 주에는 갑자기 계획서를 써야 할 게 있어서 그 일을 가지고 왔다. 예전에는 연구학교, 선도학교로 사업이 좀 단순했지 않았나 싶다. 학교는 다양한 사업을 따내야 더 많은 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수 기준으로 나온 돈 만으로 살림을 꾸려야 한다. 뭔가 계획서를 써야 한다니 마음의 부담이 되는 나는 아직도 아기 부장이다. 그래서 어제는 힘을 내려고 고기를 사 왔다. 내가 비건에 대한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알게 되면 고기 먹기가 어려워 지거나 힘들어질 것 같아서다. 비겁한 인간이다. 더 알게 되고 더 공감하게 되면, 삶..

동일교과 교사의 대강이 안되는 경우를 위한 준비

아침 저녁으로 자전거를 타는 게 힘이 된다. 학교에서는 매일 정신없이 바쁜데, 그렇게 정신없으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 일부러라도 여유를 부려야 하는데, 그 틈을 노리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확진이나 PCR검사 등을 이유로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학교 운영에 있어서 더 큰 문제는 교사가 출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는 교육과정부 내에 일과 업무가 있어서, 선생님 한 분이 안 오시면, 우리 부서가 좀 술렁인다. 나는 교육과정부장이 처음이고, 우리 일과 선생님도 일과 업무가 처음이다. 선생님이 PCR검사를 받으러 가거나, 전문가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러 가면 일단 그날 하루는 공가가 된다. 수업이 비는 만큼 교체 혹은 대강을 해야 한다..

모이고 싶어 모인 수행평가 사례 나눔

학교에서 일을 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다. 나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은 질색이다. 그러니 재미있는 일을 하거나, 해야 하는 일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수업 준비를 할 때에도 도구를 바꾸어 가며 하는 게 바로 그런 이유다. 도구가 낯설어지면, 과제는 재미있어 진다. 작년 같은 학년을 하면서 한 달에 한번 정도 모여서 수업 이야기를 하던 선생님들과 지난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자고 이야기했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수행평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 선생님들도 좋다고 해서, 일을 조금 크게 벌였다.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를 더 많은 분들도 와서 들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교내 메신저로 선생님들에게 알렸다. "수행평가 사례 나눔을 하고자 합니다. 오시고 싶은 분 신청해주세..

새학년맞이워크숍 - 회복적 생활교육 - 왜 선생님이 되었냐는 질문에.

새학년맞이 워크숍 두번째 날이었다. 앉아서 주로 듣기만 해서는 너무나 힘들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의 고충(?)에 대해 생각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 오전에는 워크숍이 마련되어 있었다. 2시간 밖에 안되는 시간이라 강사선생님은 아주 바빠 보였다. 그래도 큰 써클을 만들고 이야기하고, 작은 써클을 만들고 또 이야기 나누면서 재미가 있었다. 어제 우리 학교 연구부장님이 “이런 거 왜 하노?” 란 말은 제발 하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그런 탄성을 뱉어내는 분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말로는 하지 말자. 이건 내 지론이다. 힘들어도 아무나 들으라고 *힘들다*라고 말하지 않기. 위로가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정확한 대상을 찾는 게 좋다. 아무튼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 했고, 그 중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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