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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우리집의 크리스마스 이브 아들이 선물받은 조명으로 트리를 대신한다. 그리고 아들과 딸이 미술학원에서 만들어온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작품도 놓아둔다. 살치살과 부채살을 사서 구웠다. 양상추, 방울토마토, 사과, 파프리카로 간단하게 샐러드를 준비하고, 오일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230도 온도에서 50분 오븐에 익힌 베이크드 포테이토를 먹었다. 낮에 딸이랑 병원 갔다가 딸은 유치원에 다시 보내고 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하나 사고, 가족들 선물도 포장했다. 아들은 새벽 한 시가 넘어서까지 잠들지 않아서 나를 힘들게 했다. 산타를 기다리려는 아들의 시도는 벌써 세 해째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도 정말 기다리길래 불을 끄고 책을 30분 넘게 읽어줘서 재웠다. 아들이 잠든 걸 확인하고 내가 준비한 선물과 카드를 거실에 뒀다. 산타는 아마도.. 더보기
나의 예쁜 동네 가게 - 카페 홀리데이 (진주 초전) 오랜만에 동네 카페에 갔다. 그 카페 이름은 홀리데이 카페인데 재작년쯤에 내가 휴직했을 때 글쓰기 멤버들과 함께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서 글을 쓰던 장소였다. 마침표 코로나가 터지고 계속 문을 열지 않길래 나는 장사를 그만두신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그쪽으로 머리를 자르러 갔다가 나오는데 가게에 불이 켜진 게 보였다. 그래서 가보니 가게 문이 열려 있어고 커피도 마실 겸 가게로 들어갔다. 예전에 보았던 그 사장님이 맞아서 일단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하면서 늘 닫혀 있었 있길래 문을 닫으신 줄 알았다고 말을 했고 예전에 글을 쓰러 수요일마다 오고는 했었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그제야 그때 그분이냐고 물으시는데 정확히 나를 알아보셨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마스크 덕분에 이제는 사.. 더보기
남편과 집구석 집구석 : '집안'을 잡아 이르는 말 90년대 드라마에서 '이 놈의 집구석, 아주 들어오기가 싫다 싫어.' 따위의 대사 속에 섞여 들려왔다. 집구석은 여자가 지켜야 하는 공간이거나 지켜내야 하는 공간이고, 가족들에게 오로지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어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공격의 화살은 집구석을 지키는(실제로는 맞벌이를 하느라 홀로 지키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로 향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아빠도 저런 대사를 몇 번쯤은 날리지 않았을까. 이런 드라마에서 '집구석'을 들어보지 않았을까. 집에 들어오기 전이 바깥이라면, 그 바깥에서의 고된 정신적, 혹은 육체적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거머리처럼 따라붙은 그 피로를 다 떼어내고 집으로 올 수 없다. 집으로 들어오기 전 문을 열며 '.. 더보기
목이 부은 딸과 우리동네 빵꾸똥꾸 초전동 빵꾸똥꾸 힘이 없어. 딸 옆에 누워서 힘이 없다는 딸이 손으로 밀면 나뒹구며 딸 얼굴에서 웃음을 꺼내는 데, 정말 힘이 없었던 거다. 장난쳐서 미안해 딸. 7시 20분에 아내가 열을 재보는데, 38도. 딸은 코가 막히고 목이 아프다고 한다. 어제 밤 딸이 잠들기 전 차가운 우유를 준 건 바로 나. 딸 감기에 불을 지른 죄책감을 안고 시간표를 머릿 속으로 살펴본다. 1, 2교시 수업이 없어서 아내에게 내가 딸을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했다. 교감선생님에게, 옆자리 선생님에게 전화를 한다. 교감선생님은 수업 걱정을 하고, 학교에서 수업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는 건, 교사가 학교를 비울 때에만 잘 드러난다. 아무튼 옆자리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지각’처리를 하고 나는 딸을 살핀다. 아파도 웬만해서는 축 처지는.. 더보기
QCY T13에 폼팁 나는 저렴한 상품에 익숙한 편이다. 돈을 제법(제법이라는 기준이 모호하지만)써서 어떤 물건을 사야 한다면, 저렴한 버전을 먼저 사서 써보기도 한다. 고프로를 사기 전에 짭프로를 사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름있는 액션캠은 50만원 이상이지만, 짭프로는 10만원 이하다. 그걸 쓰면서, 그 기기가 사용될 수 있는 화각, 현장이 어떠한 지 가늠해 본다. 그리고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겠다 싶으면 널리 알려진 제품을 구입한다. 이중지출이랄 수 있지만, 새 것을 샀다가 되팔 때 발생하는 감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올해 자전거 출퇴근을 하면서 음악을 많이 듣게 되었다. 올초에는 벅스뮤직을 이용했고, 최근에는 애플뮤직을 이용하고 있다. 자전거 타는 중에 음악을 들으니, 내 주력 이어폰은 에프터샥사의 에프터샥 에어로펙.. 더보기
사물 글쓰기 강의 엿듣기 사물은 거기에 있고, 우리는 거기 주변에 있다. 우리가 있어야 사물은 의미를 가지지만, 우리가 주는 의미 없이도 사물은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사물 가까이에 있어서, 사물을 들여다 봄으로써, 거기에 묻어난 우리의 흔적을 벗겨낼 수 있다. 무엇으로든 은유가 될 수 있어 사물을 쳐다보고 언어로서 사물에 닿아보려 애쓸 수 있다. 애는 쓰지만, 언어는 우리의 조력자이자 최후까지 살아남는 방해꾼 최선을 다해 사물에 다가가려 하지만, 노력은 거기까지 가장 피상적인 사물의 속성에서 시작하지만, 그 사물의 속성에서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나를 포함한, 나의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에게만 일부 진실일 수 있는 그 머나먼 속성, 또 다른 사물을 찾아내는 게 최선 객관은 가깝지만, 객관은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아 이야기가.. 더보기
킹스크로스역 9와 3/4 을 지나면 학교 열려 있는 때보다 닫혀 있는 때가 더 많아. 문이라고 불러야 할 지, 벽이라고 불러야 할지.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문이지만, 이 문은 킹스크로스역 9와 3/4 교복을 입은 사람이어야 자유롭게 출입가능 가방을 앞으로 매고 힘차게 걸음을 디뎌 벽 사이를 무사통과 안에서 닫아 밖에서 안으로를 막는다. 그리고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도 막아선다. 들어오려는 사람에게나 나가려는 사람에게 모두 벽 막는 것은 지키는 일 밖으로부터의 위협에서, 안으로부터의 일탈로부터 가만히 있어도 제일 바쁘다. 핀볼같은 눈치게임 지키려는 사람과 드나들려는 사람들 막으려고 하지만, 빈틈투성이. 더보기
코로나 3차 접종과 진주문고 1차, 2차 백신까지만 맞으면 끝날 줄 알았지. 부스터 샷은 필요없다고 할 때,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어제 아침 일찍 동네 소아청소년과에 전화를 했다. 화이자만 있다고 했고, 나는 1, 2차를 화이자로 맞았다. 10시까지 가니, 어린이 환자들은 없고,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온 사람들만 가득했다. 1, 2차 때도 주사 맞은 팔이 약간 묵직한 것 빼고는 별 이상이 없었다. 그렇다고 3차를 맞으면서 전혀 걱정이 안 되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2차보다 3차가 힘들었다는 사람도 있고. 어제는 별 일 없이 잘 보냈다.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으며 낮에는 잠을 조금 잤다. 오늘도 통증 같은 것은 없었다. 2차 때보다 팔이 뻐근한 것도 덜 했다. 하지만, 그냥 침대에 누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