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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뒤에 서 있을께 - 딸이 자전거 라이더가 되는 과정 자전거를 타려면 페달을 밟기만 해서는 안된다. 페달을 밟으며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균형은 적당한 속도가 있어야 잡기 쉽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이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괜찮은 단계를 거치면 누구나 자전거를 탈 수가 있다. 지난여름 딸은 내 자전거 뒤에 매달린 위라이드 코파일럿을 타고 신나게 자전거를 즐겼다. 균형은 내가 잡아주니 딸은 힘이 나면 힘껏 페달을 밟으면 되었고, 여차하면 두 손을 놓고 일어서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야 할 때다.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도록 기술을 알려줘야 할 타이밍이다. 딸은 하고 싶은 게 많고, 잘하고 싶은 게 많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부터는 매일 집에서 피아노를 연습하고 진도를 앞.. 더보기
나에게 풀칠하는 딸 딸이 잠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저녁을 대충 먹고부터 딸은 간식을 먹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간식을 먹는다. 8시쯤 되면 이제 자야 할 시간이라고 엄마가 이야기하면, 다시 먹을 것을 꺼내어 먹기 시작한다. 양치질을 하고 나면,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이제 잠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계속 뭉그적 거리다가 결국에는 나에게 온다. 차렷 자세로 서서는 "안아서 가줘."라고 부탁인 아닌 듯 지시한다. 나는 딸은 안아 들고 엄마 옆 딸의 이부자리로 데리고 간다. 누운 채로 다시 안아달라*고 하면 또 안아주고, 문을 닫고 나오면서 또 *안녕 인사한다. 어제는 그렇게 안아주고 나왔는데, 딸은 물을 마시겠다며 나왔다. 그리고 슬금슬금 나에게 다가온다. 풀을 손에 쥐더니, 내 어깨에 풀을 바르.. 더보기
몸쓰기의 기술 전수 : 간지럼 참기 딸은 눈을 위로 뜨더니 쌍꺼풀을 만들어 엄마를 웃긴다. 나도 질세라 옆으로 가서 눈을 위로 희번덕 뜨고 쌍꺼풀을 만들어 본다. 딸의 쌍꺼풀은 상큼하고 나의 그것은 기름지다. 이제 딸은 콧방울 양 옆으로 주름을 잡는다. 이건 당최 나도 따라 할 수 없다. 나는 혀를 말아서 딸에게 보여주며 따라 해 보라고 한다. 이번에는 혀를 옆으로 세워서 보여주며 딸을 이겨먹으려고 한다. 우리는 자기의 몸과 놀고, 몸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더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보라, 내일 내가 아플지 아닐지 알 수가 없고, 코로나 주사를 맞고 얼마나 아플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간 자신의 몸과 친숙해 진다. 어릴 때에는 추운 건과 서늘한 것과 시원한 것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감기에 자주 걸.. 더보기
내 작은 도토리의 큰 세상 딸의 뒷모습을 찍으려는데, 셔터 소리에 자꾸 딸이 뒤를 돌아본다. 돌아보지 말라고 해도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돌아본다. 오랜만에 둘이서만 외출을 했다. 나는 아침에 코로나 백신 3차(화이자)를 맞고 아내의 허락(?)을 얻고 잔뜩 누워 있다가 오후에는 몸이 근질거려 대출한 도서 반납하기라는 심부름을 하기로 했다. 아들은 피아노 연습하느라 나가지 않는다고 하고, 딸은 기꺼이 같이 가주기로 했다. 가족 네 명의 카드로 빌린 책을 모두 들고 가니 어깨가 무겁다. 날이 차기는 하지만, 덕분에 공기는 청명했다. 아침 식탁에서 딸은 밖을 보면서, 저렇게 날이 좋은데 어떻게 추워.라고 했다. 그래. 너무 맑은 날은 밖으로 나가면 마치 따뜻할 것 같다. 우리 마음속에 맑은 날은 따뜻한 날과 짝을 맞추어 다닌다. 책을 반.. 더보기
딸의 취학통지서와 나의 국민학교 내년이면 딸이 초등학교에 간다. 오빠를 보고 혹은 오빠의 말을 듣고, 벌써 공부 많이 하는 건 싫다고 말하는 딸이지만, 돌아서서 공부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욕심쟁이다. 책가방 살 생각에 설레고, 자기 방을 만들고 침대도 들일 생각에 설렌다. 아이들의 성장은 늘 놀랍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의 변화는 대단하다. 유치원 때까지의 삶의 반경은 가족+유치원 친구들과 선생님이다. 하지만, 유치원 친구들과의 유대는 초등학생들 사이의 우정과는 그 모습이 분명 다르다. 유치원생들은 솔직하기는 하지만, 자기 마음이 어떤 지 잘 모르고, 서로 좋아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서로 배려할지 잘 모른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사람 사귐의 기술은 고도로 발달하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힘들어하기도 하겠지. ht.. 더보기
경상대병원 응급실 사용기 (feat. 딸, 장염, 코로나 선별진료소) 아이를 키우면서 뜻하지 않게 아이가 아프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일은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게 되는 일이다. 그런 일은 한 번 생겨도, 두 번 생겨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지난 일요일 새벽이 그랬고, 오랜만에(?) 응급실 경험이라 기억을 위해서, 다른 분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해서 글로 정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행히 오늘에서야(딸이 아프기 시작하고 3일째) 장염으로 확정된 것 같아서 마음이 좀 편안해 지기도 했으니 가능한 일이다. 딸의 징후 딸은 평소 배가 아프다는 말을 자주했다. 소아과 의사의 말에 따르면,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밥을 천천히 먹는 경우 배에 가스가 많이 차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보통은 밥을 먹다가 배가 아프다고.. 더보기
딸은 갑자기 이가 아프다며 울었다 어제 저녁 수박을 먹는 중이었다. 아직도 가끔 밤에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때가 있어서 아내는 6시가 지나면 딸이 뭘 먹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어제는 놀다가 시간이 늦어져서 7시 쯤에 같이 수박을 먹었다. 딸이 갑자기 아프다며 우는데, 입술 아래를 깨문 모양이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어서 업어줬다. 아야, 아야 하면서 우는데, 이가 아프단다. 곧 나아지겠지 했는 데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그냥 혀를 깨물거나 입 안을 씹은 거라면 금방 진정이 될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오늘 아침 밥을 먹다가 또 아야 한다. 어제와 같은 이다. 만져보니 아랫니 하나가 흔들흔들. 유치를 뺄 시기가 되었구나. 쑥쑥 자라는 걸 보면서도 딸이 유치 뺄 때가 되었다는 게 낯설게 느껴진다. 요즘은 왜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치과는 모.. 더보기
매일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는 매일의 사진 매일 글을 쓰기 위해서 매일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내가 쓴 글에는 내가 찍은 사진을 하나 넣으려고 한다. 글만으로 부족하니 사진으로라도 그 부족함을 좀 매우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도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고부터는 사진을 찍는 양이 다시 늘었다. 피곤해서 어제 좀 일찍 잠이 들었고, 오늘은 제법 일찍 일어났다. 아내는 이미 출근을 했다. 씻고 나왔는데도 7시가 되지 않았으니 오늘은 준비가 빨랐다. (매일 좀 이렇게 하자) 보통 아침 뉴스를 켜는 편인데, 오늘은 라디오를 켰다. 주파수는 클래식 FM에 맞춰져 있다. 어제 아들은 온라인 수업'만' 듣고 과제도 하지 않고 유튜브를 보았고 나에게 걸렸다. 나는 할 일도 다 하지 않고 놀아버린 아들을 혼냈고, 티브이 금지령을 내렸다. 그래서 오늘은 나도 뉴스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