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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딸은 갑자기 이가 아프다며 울었다

어제 저녁 수박을 먹는 중이었다. 아직도 가끔 밤에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때가 있어서 아내는 6시가 지나면 딸이 뭘 먹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어제는 놀다가 시간이 늦어져서 7시 쯤에 같이 수박을 먹었다. 딸이 갑자기 아프다며 우는데, 입술 아래를 깨문 모양이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어서 업어줬다. 아야, 아야 하면서 우는데, 이가 아프단다.

곧 나아지겠지 했는 데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그냥 혀를 깨물거나 입 안을 씹은 거라면 금방 진정이 될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오늘 아침 밥을 먹다가 또 아야 한다. 어제와 같은 이다. 만져보니 아랫니 하나가 흔들흔들. 유치를 뺄 시기가 되었구나. 쑥쑥 자라는 걸 보면서도 딸이 유치 뺄 때가 되었다는 게 낯설게 느껴진다.

요즘은 왜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치과는 모두 예약을 기본으로 한다. 아예 예약하지 않는 환자는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내과과 그런가? 이비인후과가 그런가? 치과의 경우, 진찰과 처치가 좀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예약을 하지 않는 손님이 와서 치료가 길어진다면, 예약을 한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예약을 한 사람은 거의 기다리지 않고 진찰을 받기를 원할테고. 의사도 (예약한) 환자도 편리하기는 하겠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급작스러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응급치과도 있나?

아무튼 아이 이를 당장 빼야 하니 치과로 가기로 했다. 예약은 없지만, 가서 기다리면 해주겠지 싶어서. 이 빼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고. 잠시 잠깐, 내가 빼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릴 적 아빠 손에 내 이를 뺀 적은 있어도 내가 직접 빼본 적은 없다. 아서라, 나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문을 여는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책장을 뒤져 치과와 관련된 그림책을 여러권 찾았다. 그리고 딸과 함께 읽는다. 이를 빼면 어떻게 하는 건지 살펴보려고 했지만, 그림책에서는 할머니가 실로 이를 묶고, 그 실을 문고리에 걸어 직접 이를 빼주는 이야기였다. (다시 한번 고민. 그냥 확 내가 빼버려?)

딸은 이는 다 빼야 하는 건지, 뺄 때 아픈지, 뺀 이는 어떻게 되는지, 친구 이에는 왜 금색이 덧 씌어져 있는 지 질문을 했다.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하는 와중에 그 질문에 대해 답도 하고, 치과로 출발한다. 한 500미터 되는 거리라 킥보드를 타고 간다. (오랜만에 딸과 나란히 킥보드를 타니 기분이 좋았다. 역시 자동차 보다는 킥보드나 자전거가 좋다!)

다음부터 예약을 하고 오시라는 싸늘한 안내를 받았지만, 뭐 진료만 된다면 된다. 예약된 환자 두 명이 끝나고 곧 우리도 진료를 봤다. 양치질 상태는 좋고, “하나, 둘, 셋” 이는 마치 튀어나오든 아무런 통증 없이 빠져나왔다. (다음에는 내가 빼도 되려나?) 이 뺀 자리에 솜을 물고 딸은 이상한 기분인가 보다.

딸의 유치

“오늘 이 뺀 거 전국에 다 소문 내고 싶어.” 라는 딸. 스스로도 대견하게 느껴지는 걸까? 아기 이가 빠져서 이제 좀 더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인 걸까? 딸은 빨리 자라고 나는 시간을 잡을 수가 없다. 요즘에는 매일매일 사랑한다는 말도 못해주고 있는데, 딸은 이전처럼 자주 안아달라고 하지 않는다. 네가 커도 아빠는 늙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