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세장

2016.03.21 14:23
2016-03-07 at 19.47.19
2016.03.07
 아이는 흥에 넘친다. 요즘에는 생각지도 못한 돈을 얻게 되면 너무 기뻐한다. 

 "아빠, 만원 세장으로 터닝메카드 몇 개나 살 수 있어?" 
"음. 천원짜리 두 장 정도 더 보태면, 터닝메카드 2개 살 수 있겠네." 

 아들은 만개하여 어찌할바를 모른다. 받은 돈 쓰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가. 내 돈 벌어 쓰는 재미는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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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버스타기가 그렇게 힘들더냐?

2016.02.16 12:41

2016-02-13 at 08.39.30

버스탈 준비

금요일밤 아들과 다음날 아침에 볼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는 쿵푸팬더, 아들은 번개맨. 나는 쿵푸팬더에서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었다. '더빙'을 선택한 것도 양보다. 아들을 설득(번개맨 볼거면 아빠는 안간다.;)하고 결국 쿵푸팬더 9시 30분으로 예매. 토요일에는 비가 올거라해서 좀 걱정을 했다. 반드시 버스를 타고 가야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를 읽고서 다시금 '차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지 생각하게 되었다. 버스를 타는 것도 다양한 오염 및 손실을 발생시키지만, 자가용보다는 나으니까. 차선책으로 선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귀찮거나 힘들게 생각될 때가 있다. 어떤 때인가?

  • 차편을 기다리는 시간
  •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시간, 걷기
  • 난폭한 운전(신호위반, 과속, 자리에 앉기 전에 출발)
  • 들고 탈 수 있는 짐의 한계(자가용을 이용하면 날씨변화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비가 온다니, 일단 가방에 우산을 챙긴다. 6살 아들과 외출하려고 해도 여전히 챙길 것들이 많다.

  • 물티슈
  • 간식
  • 장난감
  • 아들책 & 내 책
  • 지갑
  • (오늘은 우산)

그렇게 챙겨서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나에게 말하면서 아들에게도 같이 말한다. 아내는 그냥 차 타가고 가라고 했다. 그 전날 비도 많이 왔으니. (아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그 말은 내 마음 속에서 열번도 더 메아리쳤다. 나도 차타는 게 편하다구.)

우리차가 아니라 버스를 타면 기름도 절약할 수 있고, 공해도 덜 발생해. 이렇게 걸어서 정류장까지 가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그러면서 동네에 새로 생긴 커피숍도 기웃거리고 공터에 버려진 쓰레기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눈다.

2016-02-13 at 09.01.46

차 안 타면 안해도 되는 것

차를 타지 않으면 주차를 하지 않아도 된다. 버스에서 내려 바로 극장으로 간다. 그리고 아들과 여유를 즐긴다. 9시 30분 영화인데, 집에서는 8시 30분에 출발했고, 버스는 단 20분만에 극장으로 왔다. 10분 걸어서 정류장에 갔었으니 30분이나 시간이 남았다. 눈치보며 어디에 주차해야 하나, 누가 내가 찜해둔 자리를 먼저 차지 하는 건 아닐까, 누가 내 차에 문콕을 하는 건 아닐까, 좀 놀다나가면 주차비 달래는 거 아니야(주차비가 늘 아깝다고 생각이 드는 못된 버릇) 이런 생각들로부터 자유롭다. 아들이랑 게임을 한 판하며 '버스타고 오니 좋다. 주차 안 해도 되고' 라며 나에게 말하며 아들에게도 말한다.

2016-02-13 at 09.08.34

좀 큰 팝콘을 시켰다. 나초는 나를 위해서. 나초는 먹다 말고 콜라랑 팝콘을 들고 상영관으로 들어간다. 가득찬 팝콘통을 들고 있는 아들은 종종걸음이다.

2016-02-13 at 11.44.06

버스타며 대화한다

잭블랙의 목소리도 안젤리나 졸리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더빙'버전의 쿵푸팬더였지만, 좋았다. '네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너를 뛰어넘지 못한다.'라는 대사가 오늘은 '맨날 편한 차만 타다보면, 차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로 들린다. 당연히 서점에 가서 책도 구경하고 아들에게는 책을 한권 사줬다.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지겹지만, 10분도 되지 않아 버스가 온다. 그 사이 아이들은 새로산 책을 들고 서서 펴서 읽는다. 그리고 다리가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프다고 칭얼댄다. 생강팔던 아줌마가 의자에 앉아 좀 쉬라고 해서 그 의자에 앉아서 쉰다.

내 차를 타고 영화관에 가면 만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팝콘파는 사람, 표를 검사하는 사람.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나와 아들은 버스기사님에게 인사를 했고, 서점가서 이야기 하고, 오는 길에 생강파는 할머니와 이야기했다. 버스 정류장 옆에는 붕어빵 장수가 있었고 나는 아내를 위해 사갈까말까 잠시 고민했다. 더 많이 걸으면 차를 적게 타면 우리는 분명 더 많이 대화하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나는 아들을 꼭 안고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덧. 버스와 택시 기사님들의 안전운전을 막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사님들의 성격이 모두 급하고, 신호따위는 우습게 보는 건 아닐텐데. 어쩐 제도나 장치가 그들은 '너무나 서두르게'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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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Minimalism, 버스, 아들, 영화, 적정소비, 진주

아들아, 돈을 벌려면..

2016.01.17 16:32

money, money, money, money, money

아들은 '돈을 어떻게 벌 수 있어?' 묻는다.

모두 이야기해주지 않지만, 내 생각을 대부분 이야기 해준다. 묻는 말에는 모두 답해준다.

돈을 벌려면, 다른 사람이 원하는 일을 해줘야해. 그리고 아빠의 시간을 써야해. 보통은 시간을 더 많이 써야 돈을 좀 더 벌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아들이 갖고 싶은 장난감을 모두 갖고 싶어 한다면 아빠는 더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고. 그럼 아침에 아들 일어나기 전에 일하러 가고, 잠들고 한참 지나야 집으로 올 수 있다고. 그리고 주말에도 같이 놀아줄 수도 없다고. (장난감이랑만 놀아야 된다고)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나에겐 거의 사실인 이야기다.

누가 아들에게 돈을 주는 건, 그 사람이 쏟은 시간과 노력으로 번 돈을 주는거야.

아이들에게가 아니구서야 다른 사람에게 돈을 그냥 주는 일은 없다. (네, 부모 자식간에 그런 일이 있기도 하고, 아주 선량한 친구간에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누군가 돈을 준다면, 그 돈을 받는다면 고맙다고 말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돈은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말한다. (아, 신중하게 쓴다는 게 어렵지만, 어려워도 아이는 잘 듣는다. 아이는 있는 힘껏 내 이야기를 이해한다. 쉽게 설명하려고 애쓰지만, 그렇다고 너무 돌려말하거나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왜곡하거나 생략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제가 별 생각없이 사용하는 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될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돈을 벌게 된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돈을 벌게 되더라도, 그 과정에 반드시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 낄 수 밖에 없다. 내가 그림그리기를 즐기지만, 그림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그림을 그리는 에너지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수 있다. 왜냐? 돈은 다른 누군가에게서 받아야 나에게 오기 때문이다.

돈으로부터 자유롭지도 못하고,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을 실천하지도 못하지만, 지향하는 바를 아이에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내 설명을 그대로 흡수하지만은 않는다. (분명 큰 영향을 받겠지만. 그러니 부모가 생각하고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본을 보이려면.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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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대화, , 아들

‘맛있는 과자 사먹어’라는 이름의 돈 

2016.01.17 14:49
Murph & Billy: 1 small box 2 not small Kittehs

아들이 어른들에게서 직접 받은 돈 중 일부는 아들이 좋아하는 신발박스에 보관되어 있다.

요즘 큰 돈 내고, 거스름돈 받는 것에 흥미가 커서 그런지, 어디 나가자고 하면 자기 돈으로 과자 사 먹겠단다.

>나 : 그래, 네 돈이지만, 먹을 건 아빠가 사줄테니까 민준이 마음을 좋게 해주는 걸 사자. 책이라든지 말이야. >아들 : 응. 그런데, 과자 사먹어 하면서 주시던데.

그렇다. 아들은 그분들이 돈주며 하신 말씀도 다 기억하고 있다. 여러분 이제 아이에게 돈 주실 때는 '재미있는 책 사 읽어.' 해주세요. 먹을 건 제가 사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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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 아들

아들이 생각하는 돈맛

2015.12.09 23:33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500"]Money Pictures of Money[/caption] 요즘 '돈맛'에 대해 알아가는 아들이랑 어제는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시작은 이렇게.. 아들 : 아빠, 천원으로 뭘 살 수 있어?

나 : 껌 하나.

아들 : 오천 원으로는?

나 : 껌 다섯 개.

아들 : 오천 원으로 토미카 살 수 있어?

나 : 응, 하나 살 수 있어.

아들 : 그럼 만원으로는?

나 : 껌은 10개. (이 순간 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토미카는 2개

아들 : 그럼 만원이랑 오천 원이랑 하면, 터닝메카드 살 수 있어?

나 : 만원이랑 오천 원이랑 천원 더해야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들 : 나 만원이랑 오천 원이랑 천원이랑 있어...

로 시작한 대화는 은행에 돈을 넣어 두고 싶다는 둥, 넣으면 다시 받고 싶을 때 받을 수 있는 거냐. 만원을 넣은 다음에 만원 여러 개를 받을 수도 있는 거냐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나 : 아들, 돈이 많으면 좋겠지?

아들 : 응 나 : 그래, 돈이 많으면 여러 가지 살 수 있어. 그런데 돈이 많이 있으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해.

아들 : 돈을 어떻게 벌어?

나 :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해달라는 일을 해줘야 해. 그러니까, 돈을 벌고 싶으면 아빠의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써야 한다는 거지. 아빠가 돈을 더 많이 벌려서 더 늦게 집에 들어오고, 더 일찍 집에서 나가야 할 거야. 그래도 괜찮을까? 아빠는 아들이랑 샤워도 하고, 킥보드도 타고, 자동차 놀이도 하고 싶은데.. 아들은 어때? 아빠가 민준이 자고 있을 때 일하러 가고, 잠들고 나면 집에 오고 이래도 좋겠어?

아들 : (나를 뒤에서 안으면서 - 내가 식기 세척기를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니, 나는 아빠가 일찍 오는 게 좋아.

나 : 아빠도 그래. 그러니까 아빠가 아들이 사달라는 장난감 다 사주지 않는 거야. 다 사주려면 더 일해야 하고, 그만큼 늦게 오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또 일하려 가야 하거든. 그래서 아빠 생각하기에는 덜 사야 한다고 생각해. 집에서 물도 전기도 아껴쓰고 말이지.

아들 : 물은 다 쓰면 아프리카 사람들이 쓸 물 없어지니까. 물이 다 땅속 깊이로 빠져들어 가 버리니까?

나 : 그렇지. 그리고 전기랑 물도 쓴 만큼 돈을 내야 하거든. 아껴서 덜 쓰면, 덜 사면, 덜 벌어도 되거든. 그러면 그만큼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잖아. 그렇지?

아들 : 그래.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한다고 해도 돈을 더 벌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힘들게 일해도 나보다 훨씬 수입이 적은 분들도 수두룩하다. 노동하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도 매우 많아서, 더 일해야 더 번다는 말은 '옳지.' 않다 돈을 갖고 싶으면 내 시간을 써야 한다는 건 맞다. (사람들은 최대한 시간을 덜 쓰고 더 벌기를 꿈꾼다. 시작부터 허황한 꿈이지만, 우리에게 만연해 있다. 복권이 그렇지 않은가? 각종 금융상품 투자도 그렇지 않은가?)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내 시간을 써야 한다. 다른 시간은 그 중요한 시간을 위해 이바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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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경제, , 돈맛, 아들

#018 아침 하이킹

2015.12.05 12:41

주말 아침 아들과 하이킹.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물어보고 'YES'라는 답을 얻었다.

주말에야 숲에 가볼 수 있다. 아침에 밍기적 거리면 더 재미있는 놀거리(티비, 영화 등)에 아들일 뺏겨 버리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두룰수록 좋다. 이전에 걸어보니 아들은 쉬엄쉬엄 4킬로는 걸을 수 있었다. 1시간에. 늦은 속도가 아니다. 하지만, 완급을 조절하면서, 달래가면서 걷는 게 중요하다. 중간에 간식도 먹으면서.

아들이 좋아하는 코스는 진주여고 뒤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서 전망대를 지나 걷는 길. 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아들이 원하는대로 출발.

늘 옆에서 뒤에서 아들을 걱정하며 따라 걷는다. 이 정도 길에서는 넘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쓸 데 있는 걱정에 쓸데 없는 걱정까지 하는 게 부모니까.

2015-12-05 at 09.26.08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은 아들은 엄마로부터 '간식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래도 몰래 아들이랑 먹을 귤이며, 과자를 챙겨갔다. 내가 귤을 꺼내자, 아들은 짐짓 못 본 척 한다. 약속은 꼭 지키려고 하는 아들이다. 귤을 조금 떼어서 주니 '이걸 먹어도 되나?'하는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내게 바짝 다가와서 더 챙겨온 건 없는지 묻는다. '아빠 잡으면 나눠 먹지' 하며 '너무' 빨리 달려가니 잠깐 삐친다.

2015-12-05 at 09.27.16

웃으며 다가가 달래고, 칸쵸를 주며(역시 주도권은 칸쵸에 있다.)인터뷰.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면, 그 순간이 너무나 그립다. 이렇게 찍어두면 두고두고 보게 된다.)

흐뭇해 하며 내려오다 보니, 나뭇잎이 너무나 많다. 나뭇잎을 보니 이걸로 게임을 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더 큰 나뭇잎' 줍기.

숲에는 하나만 있는 게 없고, 주인도 없다. 누구도 소유해서는 안되고 소유할 수도 없다. 그런 이야기를 아들과 나누면서 내려왔다. 오늘 아들과 주고 받은 질문들만 떠오르는 대로 정리해본다.

  1. 누가 이렇게 높이 돌을 갖다 놓았을까? (아들 : 헐크가 벌레들 집지으라고 갖다 놓은 거 아닐까?)
  2. 왜 나뭇잎들은 모양이 다 다를까? (아들 : 나무이름이 다 달라서 그런거 아닐까?) 나무 이름을 왜 다 다를까? (아들 : 농부 아저씨가 그렇게 이름지어줘서) 왜 농부아저씨는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셨을까? (아들 : 아이참, 나도 다는 몰라.)
  3. 유치원에서 어제 배운 게 뭐야? (아들 : 색종이로 여우 만들기)

일단 질문하면, 대답을 기다리고 나는 주로 '그럴 수도 있겠다.' '좋은 생각이다.' 말한다. 그러면 아들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어때? 나 생각 잘하지?!"라고 말한다. 우리 아들은 생각을 잘한다. 오후에는 서점에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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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오랜만에 처음이네요

2015.10.14 21:00
2015-10-11 at 14.18.13 3 '처음'과 '오랜만'사이 아이의 언어 발달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영어교육을 전공하며, 학부에서 공부한 짧은 지식이 아이를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의 성장에서 키를 제외하고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언어다. 그걸 옆에서 관찰할 수 있으니 정말 행복하다. 아들이 요즘 자주 실수하는 표현이 '처음이다'와 '오랜만이다'
왠만에 욕조에 물을 받고 들어가서 씻었다. 아들 : "아빠, 이렇게 물받아서 씻는 건 처음이다."
'오랜만이다'를 써야 할 때, '처음이다.'를 쓰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그래서 일단 두 표현에 대해서 생각나는대로 설명했다. '처음이다.'는 해본 적이 없는 것을 하게 될때쓰는 말이다.
  • 코끼리를 실제로 처음 봤어. '오랜만이다.'는 이미 해봤던 것인데, 예전에 해보고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다시 해보게 될 때 쓰는 말이다.
  • 피자, 오랜만이다.
아들이 바로 알아듣고, 적용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설명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들은 한번 더 틀렸다. 틀린 것을 바로 잡아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아들은 얼마나 비슷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둘 중 무엇을 말하는 게 '옳은 것'일지 고민할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내놓은 표현이면 그걸로 족하다. 그리고 한 두번 고쳐주면 그 두 표현의 차이를 더 정확하게 알게 되지 않을까. 처음과 오랜만은 닮았다 내가 언제 '처음'과 '오랜만'을 구별하게 되었는 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들 덕분에 '처음'과 '오랜만'이 닮은 점이 많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 시간이나 순서상으로 맨 앞 오랜만 : (오래간만의 준말) 어떤 일이 있은 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뒤
무엇인가 오랜만에 하게 되면, '처음'할 때의 그 신선함, 낯섦을 느끼게 된다. 아들은 아마 그 느낌이 헷갈리지 않았을까. 정말 '처음인 것처럼 오랜만이다'라는 느낌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그제' - 엊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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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학생들의 유등은 버려진다

2015.10.13 21:00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500"]2015-10-12 at 22.47.35 [오징어 아저씨][/caption]아침 직원회의. 교실에서 아이들 자습을 지도하다가 본관에 있는 본교무실로 간다. (아이들 자습 지도한다는 건, 떠드는 아이들에게 앉아서 공부를 시작하라는 지도를 말한다. 내일부터 시험이라 금새 분위기는 진정이 된다. 학교에 도착하면, 아이들에게는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 즐거움이 있다. 자습이나 영어듣기는 그 재미를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리라.) 특별한 안건은 없다. 학생들의 외투 착용에 대해 지도해달라는 것. 요즘에는 하복이나, 동복을 어떤 시기에 입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학창시절을 기억해보면 그대로 조금 차이가 생긴 것이다. 예전에는 몇 일부터 하복을 입을 것, 몇 일부터 춘추복을 입을 것.. 이렇게 규정하고 학생들은 거기에 따라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교복 착용에 대한 규율은 존재한다. 학생들은 추워서 외투를 입으려고 해도, 교복 동복까지 착용하고 그 위에 입어야 한다. 웬만큼 추운 날씨가 아니면 동복 재킷까지만 허용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리고 학교 폭력 예방에 대한 이야기. 물리적 폭력이나 금품갈취 등은 요즘엔 거의 보기 어렵다. 하지만, 메신저나 문자로 친구에게 욕설을 하거나, 험담을 하는 것 등이 문제가 된다. 학생들간의 모든 갈등은 학교폭력으로 관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른들이 사회 생활하면서 겪는 폭언들을 생각하면, 정말 세상이 폭력으로 가득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한가지 당황스러운 소식; 학생들이 달아둔 유등을 오늘까지 철거하라는 것이다. 오늘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내일부터는 강제철거 후 버려진다고. 이 사태가 당황스러운 이유가 있다. 우선, 학생들은 유등축제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물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축제장에 걸린 등은 아니지만, 재료도 자기 돈으로 사서, 정성을 들여 유등을 만들었다. 학생들을 독려하기 위해 잘 만든 것들은 교내상을 수상하고, 만들지 않은 학생에 대해서는 벌점을 준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실제로 벌점은 주지는 않았다.) 헌데, 그렇게 내놓은 작품의 철거 기한을 하루만 주다니 너무 한거 아닌가. 그리고 관련 업무 담당선생님은 어제 오후에 연락을 받으셨다는 데, 당연히 오늘 그 내용이 전달되었으니 갑작스럽게 공지를 한 것이다. 게다가 우리학교 학생들은 내일부터 시험기간이다. 집이 행사장 근처가 아닌 이상 시간을 내서 자기 유등을 찾으러 가야 한다. 부모님께 연락해서 유등을 찾아달라고 하면 될까? 학생이 조퇴하는 것보다 부모님이 직장에서 조퇴하는 게 더 어렵지 않은가? 그리고 학생들이 유등 달러간 것처럼 철거도 학생들이 직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 학생들은 유등을 달아만 두고 구경도 가지 못했다. 유등축제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이제까지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작품을 받아놓고, 유등축제가 끝나니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버린다니… 미리 알려주거나, 일요일부터 철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한국은 갑자기 시켜도 일이 된다. 원어민 선생님들과 학교에서 일을 할 때, 가장 당혹스러워 하고, 때로 화를 내기도 하는 문제가 ‘갑자기’ 어떤 약속이나 계획을 발표하고 그것을 이행하기를 강요할 때다. 갑자기 졸업앨범 촬영일정이 바뀌었다든지, 갑자기 시간표가 바뀌었다든지… 개인이 일정을 세우고 미리 자기 생활을 규율하려면 한 조직의 계획은 쉽게 바뀌거나, 어떤 지시가 너무 다급하게 내려져서는 곤란하다. 전달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그 사이 자리를 비운 사람은 그 이벤트 자체를 놓쳐버릴 수 있지 않나. 진주시에서 유등축제를 담당하시는 분은 학생들의 유등을 어떻게 생각할까? 돈을 주고 산 작품도 아니고, 성인들의 작품도 아니니 그냥 알아서 철거하든지 말든지 하라는 걸까? 내년에도 학생들이 유등을 만든다고 한다면, 나는 ‘그래 열심히 만들어봐.’ 할 수 있을까? 아니, 아닐 것 같다. ------- 대부분의 학생들은 '유등 수거'를 포기했고, 나는 우리반 학생 몇 명을 태우고 작품을 되찾고 싶은 아이들의 작품을 싣고 학교로 왔다. 웅대한(?) 스케일의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 대부분 정성이 들어간 작품들이다. 버려지는 수 밖에 없는 지 의문스럽다. 내년에도 이런 과정이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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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유등, 진주, 학교

입덧과 아들

2014.12.16 04:20



2014-11-27 at 17.12.50


입덧.
한 5년 전만 해도, 입덧은 티브이 드라마 속에서 여배우들이 좋지 않은 안색으로 시어머니 앞에서 '욱, 욱' 토할 듯 말 듯한 것이었다. 임신의 징후를 보여주는 것 이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곧 나에게 입덧은 생활로 다가왔다. 첫째를 입원했을 때, 아내의 입덧은 정말 심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아내도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지 못했다. 먹는 족족 토해냈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이비 스낵, 얼음, 물 뿐이었다. 냄새 때문에 집에서 밥을 할 수 없었고, 냄새가 심한 음식을 조리할 수도 없었다. 나는 같이 굶기도 했다. 그래도 그때는 아내와 나만 돌보면 되니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그때는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이제 아내는 둘째를 임신했고, 입덧이 시작되었다. 4주부터 16주 정도까지 입덧한다는 데, 아내는 일단 4주차가 되자 마자 입덧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매스꺼움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 어릴 적 아주 버스를 오래 탔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렇게 크지 않은 배를 탔던 때를 기억해 보면, 그 매스꺼움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매스꺼움은 조금씩 더 심해진다. 요즘 아내는 거의 일어나지 못하고, 밥은 한 번에 한 숟가락 정도만 먹는다. 그리고 딸기를 자주 먹고, 너무 신 과일은 먹지 못한다. 유분이 많은 음식은 토하면 냄새가 심해서 아이스크림도 먹지 못한다. 밥 냄새는 당연히 잘 맞지 못해서 임신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햇반을 가득 사뒀다. 다행히 아들은 햇반이 더 고소하고 좋단다. 그나마 아침에는 몸 상태가 좋은 편이지만, 저녁 시간이 되면 찡그린 표정으로 매스꺼움을 참는다. 이제 9주 정도 지났으니 앞으로 한 달이 좀 더 넘게 남았다.

그러니 아들은 나와 함께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좀 놀아주고, 밥을 준비하고. 다행히 아침에는 아내가 밥도 차려 먹고, 아들 어린이집 가방도 싸줄 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내가 아들 얼굴을 씻기고, 입을 옷을 챙기고, 밥을 먹이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다. 이 정도만 해도 힘들기는 하다. (하지만 이렇게 아들과 같이 출근하는 게 큰 기쁨이다. 이야기도 충분히 하고.)

오후가 되면, 아들을 데리러 간다. 아들과 뜨거운 재회를 하고, 집 근처를 좀 걷거나, 마트에 가거나, 집에 가자, 안 가겠다 실랑이를 좀 벌인다. 집으로 오면, 저녁을 바로 준비한다. 반찬이 있다면 아들이랑 좀 놀 수 있다. 반찬이 없다면, 아들 손만 씻기고 반찬을 해야 한다. 그렇게 저녁을 준비하고 나면 아들이 놀아달라 성화. 야구, 축구, 농구, 나는 악당 아들은 번개만, 씨름, 자동차 경주…. 등등. 그렇게 놀다가 저녁을 먹인다. 같이 안 먹으면 아빠 혼자 먹고, 너도 혼자 먹게 두겠다. 협박 아닌 협박을 해서 밥을 같이 먹는다. 그러면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온다. (반찬이라도 하는 날이면 왜 그렇게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건지…. 그렇다고 즉석 음식을 사면, 엄청난 쓰레기가. 물론 즉석은 몸에 좋지도 않으니) 그러면 아들을 씻겨야 한다. 10분 알람을 맞히고, 기다린다. 5분만 더 놀겠다는 아들 말에 다시 5분 알람 맞히고 기다린다. 씻으러 가서는 아들을 씻기고, 나는 대충 씻으면서 그 사이 아들은 놀게 둔다.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게, 아들 닦이고 로션 바르는 건데, 당최 가만히 이지 않았느니 참 힘들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 않은 걸로 뭐라 하지 않는다. 아이가 너무 가만히 있으면 이상하지 않을까?)



그러면 잠시 시간이 있다. 이쯤 되면 아들은 그냥 엄마 옆에 있고 싶어 할 때가 많다. 침대에 누워 있는 엄마 옆에 가서 엄마 사랑 좀 받는다. 그동안 나는 그냥 멍하니 앉아서 쉬거나, 책을 읽는다. 이때 읽는 책 멋이 꿀맛이다. 그리고 아들이 다시 나오면 놀기 시작한다. 이때에는 보통 야구를 한다. 던지고 치고, 아들이 홈런을 쳐야 끝난다. 홈런은 아들이 친 공이 내 머리를 넘어가는 것. 제발 홈런을 빨리 치면 좋겠지만, 자주 나오면 홈런이 아니잖은가. 그리고 시계가 8시를 넘으면 이제 양치질을 시킨다. 요즘에는 는 양치질도 온전히 혼자 하려고 한다. 혼자 전동칫솔(나는 평생 전동칫솔을 써본 적이 없는데, 아들이 아주 부럽다.)로 이를 닦는다. 혀도 닦고. 그럼 나는 헹굴 물을 주고, 10번 입을 헹구라고 한다. 아들은 5번만 헹구고 나서 10번 헹궜다고 이야기 한다. 이제 밤에 읽을 책을 고르기. 늘 10권씩 읽자고 하는 데,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9시라 늘 5권 정도만 읽고 잘 때가 많다. 책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 좋아하는 책은 하 땅 자연관찰 시리즈 중, 버섯, 사마귀, 메뚜기, 거미에 대한 책. 그리고 '마르크스의 모험'이라는 책. 나도 아들 책을 읽으면서 공부가 된다. 마르크스의 모험이란 책은 첫 페이지 빼고는 글이 거의 없다. 그래서 더 할 얘기가 많다. 책 속에 나오는 사물의 이름도 대고, 무슨 이야기인지 묻기도 한다. 꼭 책이 글을 담고 있지 않아도 되는 거다. 그렇게 읽고 나서 이제 잠자리로.


전용 변기에서 쉬를 하고, 나랑 꼭 앉은 다음 자리에 눕는다. 요즘은 같이 이야기 지어내기도 한판 한다. 그리고 잠자리에 든다. 9시가 넘으면 나쁜 요정이 와서 눈을 뜨고, 안 자는 아이들 눈을 빼먹기 때문에 눈을 꼭 감고 있겠다. 이때 나는 휴대폰을 밝기 최소로 해두고, 페이스북을 하거나, 글을 읽거나 한다. 휴. 이렇게 휴대폰을 안 만지면 내가 먼저 잠드는 적도 많다. 아들은 한 두어 번 더 일어나서 물을 마신다. 그리고는 꼭 나한테는 왜 안 자느냐고 물어본다. 아들 지켜주려고 깨어 있는 거야 한다. 그렇게 잘 자고 나면 개운하다. 어젯밤에는 아들 옆에서 같이 잤다. 새벽에 내 코에 자기 얼굴을 대고 안아주는 데 아주 좋더라. 사랑해주는 것도 좋지만, 사랑받는 것도 좋다.


쓰고 나니, 아내의 입덧 때문에 내가 뭐가 힘든지 쓴 글이 아닌 것 같이 되어 버렸다. 몸은 좀 피곤해졌지만,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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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아내, 아들, 입덧

인센셥, 마음의 씨앗, 대니얼캐너만, 4살짜리 기억

2014.11.27 14:30


오늘 아침도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랑 어린이집에 가는 게 좋아, 이모님이랑 집에 가는 게 좋아?"
“아빠랑"
“왜?"
“몰라~"

아들은 나랑 놀다가 가끔은 내 등 뒤로 와서 나에게 기대며, 
“아빠, 사랑해.” 합니다. 
그럼 저도
“아빠도 아들 너무너무 사랑해.”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놀기 시작하죠. 이렇게 무심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물론 자려고 누운 아들에게도 ‘사랑해’ 이야기 하고, 뽀뽀도 해줍니다. 

우리 아들이 이런 순간들을 기억할까요? 

기억 못 할 것 같습니다. 기억 못 할 게 분명합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
저는 저의 4살 때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실 6살 때의 일도, 7살 때의 일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같이 놀던 아이가 밀어서 계단에서 넘어져 이마를 깼던 때나, 친구와 놀다가 친구를 발로 차서 친구가 다쳤던 때가 기억나는 데, 그것도 7살, 8살 때의 일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놀고 떠들고 울고 웃고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없는 것일까?

사실 묻고 싶은 질문은 기억이 나는 게 중요한가 아닌가가 아닙니다.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왜 아이에게 되도록 많은 즐거운 순간을 선물하고 싶으냐 하는 게 질문입니다. 당연히 아이에게 잘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 라고 되돌아 오는 질문에서 그 ‘당연성’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도 저를 끔찍이 사랑해주길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사랑을 주어야 하고, 사랑은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Inception 과 생각의 씨앗

Cobb: “What’s the most resilient parasite? An Idea. A single idea from the human mind can build cities. An idea can transform the world and rewrite all the rules.”  ~ from the film Inception, Christopher Nolan, Writer/Director[각주:1]


인셉션을 보면서 눈도 즐거웠지만, 그 속에 나온 ‘생각의 씨앗’이라는 개념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 사람이 모르게, 그 사람의 마음에 어떤 씨앗을 심어서, 그 사람의 미래를 바꾼다. 여기서 제가 주목한 부분은 그 사람이 모르게 마음의 씨앗음 심는다는 점입니다. 마음의 씨앗이 외부의 것이라면, 우리는 누군가 함부로 내 마음에 들어와 그 씨앗을 심도록 두지 않을 것입니다. 내 마음은 온전히 나의 것이니까. 남이 나의 마음을 통제 할 수 있다면, 가장 은밀한 내 자유가 공격당하는 겁니다. 게다가 누군가 내 마음에 어떤 씨앗을 심었으나, 그 씨앗은 내 마음 속에서 자라 나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게 됩니다. 씨앗을 심는 행위로 그 사건이 일단락 되는 게 아니죠. 

기억 못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 못하고 있던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는 다는 것. 저는 어릴 적 몇 번 밖에 가보지 못했고, 이야기 하래도 30분을 채 넘기기 힘든 내용만 기억하고 있지만, 외할머니댁을 생각하면 마음이 즐거워 집니다. 강원도 홍천을 생각하면 마음이 그렇게 즐거워 집니다. 하지만, 기억은 없어 그 즐거움의 이야기를 길게 풀어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지만, 분명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 그런 마음에 영향을 줬다는 걸 확신합니다. 

Daniel Kahneman 의 Experiencing self 

Daniel Kahneman은 그의 책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그의 테드 강연에서 우리의 생각에 작용하는 두가지 시스템에 대해 말합니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작용하는 두가지 Self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현재에 존재하고, 현재의 경험을 체험하는 Experiencing self가 있고,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기억하고, 어떤 경험이 어떠했는 지 말해줄 수 있는 Remembering self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테드 강연[각주:2]에서는 특히 우리가 행복을 염원하기 전에, 우리가 말하는 행복을 Experiencing self와 Remembering self 두가지 관점에서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그는 예를 들어, 음악을 감상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데, 30분간 지속되는 음악회가 있다고 칩시다. 음악이 울려퍼지는 동안 Expereiencing self는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회를 만끽합니다. 그러다가 음악회가 끝나기 10분전쯤 관객의 핸드폰이 크게 울렸다면 어떨까요? 이야기가 어떻게 끝났는 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Remembering self는 음악회가 끝나고 나서, 그 음악회는 엉망이었다고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 중 많은 부분을 우리 아들은 잊게 될겁니다. 잊는 다기 보다는 기억하지 못하게 될 거니다. 하지만, Daniel의 관점을 빌리자면, 아들의 Experiencing self는 여전히 기쁨을 만끽하고 행복감을 느낍니다. Remembering self가 어떻게 이야기를 기억하는 지, 혹은 어떤 기쁨의 순간을 기억하기는 할 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어린 시절의 많은 추억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들의 마음에 씨앗을 심는다 

우리는 인셉션에서 그랬던 것처럼, 기억하지 못할 우리 아이들(Experiencing self)에게 ‘마음의 씨앗’을 심을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해오던 것을 해주면 됩니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잘 잤느냐 물으며 안아주고. 오줌을 뉘이고, 아침을 준비하고, 같이 앉아 아침을 먹습니다. 세수를 시키고, 입을 옷을 같이 고르고, 옷 입는 것을 도와주고, 어린이집에 갈 가방을 챙기고, 먼저 문을 열고 나가 아이가 신발을 다 신을 때까지 기다려 줍니다. 8층까지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같이 8, 7, 6, 5, 4, 3, 2, 1 세어 갑니다. 어린이집으로 가면서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청소해주시는 분에게 인사합니다. 아저씨들은 왜 가로수 가지를 자르고 있는 지 얘기해보고, 혹 지나가는 차가 그 나뭇가지에 부딪히지는 않는 지 걱정합니다. 어린이집 입구에서 뜨겁게 포옹하고 볼이며 이마에 뽀뽀를 합니다. 

열심히 마음의 씨앗 심기를 계속하면, 그 마음 저를 향하고, 우리의 관계를 향해 자랄 겁니다. 그 중 몇가지는 기억하고 많은 부분은 잊을 겁니다. 그렇게 아이가 자라서, ‘그냥 아빠랑 있는 게 좋아.’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아들에게 마음의 씨앗심기를 계속 합니다. 아들의 어린 마음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 씨앗은 쑥쑥 자랄 겁니다.







  1. http://www.imdb.com/title/tt1375666/quotes [본문으로]
  2. http://www.ted.com/talks/daniel_kahneman_the_riddle_of_experience_vs_memory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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