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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종업식 때 읽을 편지를 썼다 내일은 우리 학교 종업식 및 졸업식날이다. 졸업식이야 더 이상 조용하게 치러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용하게 치러지니, 내일도 학교는 조용하겠지. 종업식은 각 학년의 업무가 끝나야 하겠지만, 내일이라고 업무가 끝나지는 않는다. 내가 맡은 1학년들은 이제 내일까지만 1학년이니 학년도가 끝나는 시점이기는 하다.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나면, 교실을 청소하고, 생활기록부를 계속 손보느라, 결국 2022학년도 개학 전까지는 일이 계속되는 시간이겠지만. 엊그제부터 시작한 우리반 학생들과의 상담을 오늘에야 끝냈다. 우리 반 수업이 아닌 시간도 바꿔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이들과 둘이서 앉아서 짧게나마 지난 일 년 동안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 또 좀 더 알게 되었다. 더 많이 알아갈 수 있었으면 .. 더보기
나만 늦은 개학 “선생님, 어디 갔다 왔어요 ~ ?” 자가격리 덕분에 나의 개학은 좀 늦었다. 어제는 오랜만의 출근 때문인지, 아니면 어제 있었던 자동차 사고 때문인지 밤새 잠을 설쳤다. 사고 처리를 다 하지 못했는데, 출근을 해야 해서가 아니었을까. 둘 모두 이유가 되겠다. 다른 때보다 잠을 두 배로 설친 게 아닌가. 태풍이 오고 있고, 폭우도 예상되어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긴 어려웠다. 게다가 어제 사고난 차를 정비공장에 입고시켜야 하는데, 상대측 보험사로부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차를 학교로 가지고 가기로 했다. 연락이 되는대로 차를 입고 시키면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혹시나 모르지 자전거를 차에 실어갔으면 좋았겠다 생각을 했을 때는 집으로 오려고 택시를 탔을 때였다. 그래도 학교에 가니 좋았다. 우리반 아.. 더보기
여름볕과 비난받기 쉬운 교사 길게만 느껴지는 장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잠잠하다. 퇴근 하는 길, 하늘에는 큰 구름이 가득하고 그를 뚫고 햇볕이 아득하다. 오른쪽으로 보니 풀과 나무가 딱 여름의 그 빛이다. 도서관 한켠에서 햇볕을 많이 받아 바래진 책처럼, 강렬한 태양에 풀빛도 바랜 것 같았다. 사진 찍으려고는 좀 처럼 자전거를 세우는 법이 없는데, 오늘은 그 색을 좀 찍어둘까 해서 자전거를 세웠다. 아무런 걱정도 없는 것 같은 풍경 덕분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교육부장관도 대통령도 2학기 전면등교를 실현하겠다고 했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때다 하고 확진자가 늘었다. 하루 2,300백명 선이 유지되었다면, 각 지역 교육청들도 방학이 되기 전에 전면등교를 ‘연습’해보도록 학교에 공문을 보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주 상황이.. 더보기
시험문제 출제하는 저의 방법을 공유합니다. 선생님, 시험 문제 어떻게 내시나요? 오늘의 예상 독자는 동료 선생님입니다. 교사에게 가장 고된 달은 3월이지만, 시험에 느끼는 출제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합니다. 오늘 옆에 있는 저 경력 선생님이 ‘차라리 시험을 치던 때가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씀하시는 데, 공감이 되더군요. 어디선가 모두들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계실 겁니다. 저는 지금 막 출제를 끝낸 김에, 어떻게 출제를 하는지 써두려고 합니다. 꼭 동료 교사가 아니더라도, 학생이나 학부모에게도 도움이 약간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릴 때 많이 들어본 말이 있지 않습니까? 시험문제 내는 선생님처럼 생각하라. 교사의 입장에서 수업 자료를 바라볼 수 있다면, 정말 굉장히 뛰어난 학습자임에 분명합니다. 그런 학습자는 드물죠. 출제의 어려움 학교 시험 .. 더보기
새학년도를 준비하는 2월 : 봄이 오기 전 언 강을 깨려는 듯이 오늘은 퇴근하면서 괜히 학교를 사진으로 찍어봤습니다. 어제 2월 9일 경남지역 정기인사 발표가 있었고, 사람들은 짐을 싸고 학교를 떠나는 분들은 떠날 준비를 합니다. 이동이 없는 분들은 새학기 준비로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아, 다들 조급한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조금 조급해지고는 했습니다.) 인사 발표 이후의 학교는 이런 식의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겨울방학 직후 1. 업무 분장 발표 및 신학기 업무 희망서 제출 : 학교 조직을 구성하는 부서를 나누고, 해당 부서에서 해야 할 업무를 명시합니다. 그걸 보고, 어떤 업무를 맡고 싶은지, 몇 학년 담임을 하고 싶은 지 등을 정해서 희망서를 제출합니다. 2. 교내 인사위원회 : 교과, 경력 등을 고려하여 선정된 인사위원인 선생님들이 모여 업무에 적합한 선.. 더보기
15년차 교사가 ‘어디선가 임용 2차를 준비하는 예비교사에게’ 대학을 졸업한지도 긴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어찌 가는지 세어보지 않아서 그런가. 이제 나도 제법(?) 경력이 쌓였다. 해온 만큼 더 하고 나면 퇴직하려나. 정년까지 만족스러운 교사 생활을 할 수 있으려나? 임용시험 시즌이다. 1차 시험 발표는 났고, 이제 곧 2차 시험이다. 내가 사범대를 다닐 때만 해도 국영수 과목은 다른 과목에 비해 교사 TO가 많은 편이었다. 개별화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에 대한 요구는 있지만, 결국 정책 결정은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고로 교사 수급은 다시 줄어들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드니 그에 따라 줄여나가는 것. 어떤 이유로 교사가 되기로 결심을 했는지 모르지만, 많은 예비교사들이 지금 시험을 준비하면서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겠지. 내가 영리하지 않고 늦된 사람이.. 더보기
학기 막바지 과학, 국어, 영어 선생님의 주제중심 융합수업 12월이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특히나 성적이 정리되는 대로, 생활기록부를 마감해야 한다. 담임이라면 훨씬 바쁘다. 매달 하던 것처럼 학생들의 출결을 정리해야 하고, 봉사활동도 모두 챙겨봐야 한다. 생기부에 모든 시간표가 채워져야 하고 창체활동 같은 경우도 오류 없이 입력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올해 담임이 아닌 덕분에 약간의 여유를 맛보고 있는데, 평소 수업 연구를 같이 하던 선생님들과 융합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첫 수업이었다. 평소 수업에 대해 자주 이야기 나누고 온라인 수업 나눔, 오프라인 수업 나눔 활동을 해온 선생님들이 있다. 과학 1, 수학 1, 국어 1, 영어 2. 이 선생님들 덕분에 올해 진주여자고등학교 생활이 즐거웠고 보람도 컸다. 배운 점도 많고 재미도 있었다... 더보기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은 '나'다운 교사 되기 나는 집에서는 아빠와 남편으로 역할하고, 학교에서는 교사이자 동료의 역할을 수행한다. 각 역할에 따라 내 모습이 조금 달라지기도 한다. 아빠로서의 나는 우리 집에서 '농담', '웃긴 짓', '체력', '방귀'를 담당하고 있다. 남편으로서의 나는 아내의 고민과 이야기 들어주기라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내가 하루를 보내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깨어 있는 시간 8시간 정도를 제외하고 거의 반 정도는 학교에서 보낸다. 나는 교사로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낸다.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은 하루에 답을 구하기는 너무 먼 질문이지만, 지금 나와 만나는 학생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바꾸면 하루하루 실천으로 답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교실과 학생을 완전히 통제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일단 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