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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내가 사는 진주

나의 예쁜 동네 가게 - 카페 홀리데이 (진주 초전)

오랜만에 동네 카페에 갔다. 그 카페 이름은 홀리데이 카페인데 재작년쯤에 내가 휴직했을 때 글쓰기 멤버들과 함께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서 글을 쓰던 장소였다. 마침표 코로나가 터지고 계속 문을 열지 않길래 나는 장사를 그만두신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그쪽으로 머리를 자르러 갔다가 나오는데 가게에 불이 켜진 게 보였다. 그래서 가보니 가게 문이 열려 있어고 커피도 마실 겸 가게로 들어갔다. 예전에 보았던 그 사장님이 맞아서 일단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카페 홀리데이

커피를 한 잔 주문하면서 늘 닫혀 있었 있길래 문을 닫으신 줄 알았다고 말을 했고 예전에 글을 쓰러 수요일마다 오고는 했었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그제야 그때 그분이냐고 물으시는데 정확히 나를 알아보셨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마스크 덕분에 이제는 사람을 기억한다는 게 사람 얼굴 중 일부를 기억하게 되어 버렸다. 어쨌거나 할인이라도 해 드려야 되는데 라시면서 카드 길을 열어서 천 원을 현금으로 그냥 주셨다. 와주셔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이 카페는 인테리어는 아주 특이할 만한 건 없지만 편안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입구에서 들어가자마자 열린 주방의 모습으로 카운터가 보인다. 브런치 카페이기 때문에 샐러드 같은 것을 만드시고 커피 머신도 있다. 테이블은 한 6, 7개 정도가 되고 테이블마다 거리는 잘 뛰워져 있다. 소품들도 분위기에 맞춰서 잘 정리가 되어 있고 제일 안쪽으로 들어가는 자리에는 뒤편으로 책꽂이가 있다. 여행에 대한 책이 많다. 꽂혀있는 책들도 카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그냥 아무 책이나 꽂아준 게 아니라서 좋았다.

카페라떼

3년 전쯤에 우리 글쓰기 멤버들과 매주 수요일에 거기서 만나서 글을 쓰고는 했다. 지금도 그러면 좋겠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있다. 어쨌든 1천 원을 할인받고 아니 천 원을 현금으로 다시 돌려받고 나니까 이 동네에서 단골을 만든다거나 동네에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군가가 찾아왔을 때 기억해 주는 가게 그리고 누군가가 기억하고 찾아오는 가게, 문이 닫혀 있으면 왜 닫혀 있는지 손님들이 궁금해하는 가게, 그리고 가면 언제든지 누군가가 나를 반겨주는 가게. 그게 동네 가게가 해야 할 일이고 동네 가게가 의미가 있어지는 방법이 아닐까. 예전에는 동네라는 게 아주 좁았기 때문에 그리고 가게를 하는 분들이 가게에서 혹은 가게 한쪽에 마련된 방 혹은 가게 뒤편에 있는 집에서 사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가게를 하는 분들은 다 같은 동네 사람이었다. 쌀집아저씨는 쌀집에서 살았고, 점빵 아주머니는 점빵에서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 동네에 살지 않으면서 장사를 하더라도 그 동네 사람들이 찾을 만한 곳으로 만들려면 그 동네 사람들과 교류가 있어야 되겠다. 그러려면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가게 문을 약속된 시간에 열고 닫고, 가게 오는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 되겠다. 예전에 스타벅스는 손님들에게 이름을 묻고 그다음에 커피 컵에다가 그 이름을 쓴 다음에 메뉴를 만들고 그 이름으로 손님들을 불렀다. 그렇게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손님을 알아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 스타벅스는 더 이상 그렇지가 않다. 스타벅스와 관련해서 미담이 있는데,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면서 장학금 같은 것을 받고 대학을 다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식이 불가능하다 그 장학금이 사라졌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스타벅스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손님의 밀집도에 따라서
근무자의 시간이나 생활의 밸런스를 고려하지 않고 직무 시간을 배정함으로써,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시간 계획을 세우기가 힘들다. 예를 들면 밤에 마감을 하고 다음날 새벽에 문을 여는 식으로 배정이 되는 때도 있다. 그 덕분이라 생각하는데, 이제 더 이상 스타벅스에서 웃으면서 손님을 기억하려는 크루를 혹은 아르바이트생을 보기는 힘들어졌다. 그러면 예전에 스타벅스가 가졌던 그 매력 그것은 이제 어디에 있을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를 찾은 이유는 이제 점점 없어지고 있다.

강력하던 프레차이즈 가게들이 오로지 장사를 최고의 목표로 삼음으로써, 스스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직원들에게 친절을 강요하겠지만, 강요된 친절의 유효기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프렌차이즈의 발달이 사람들을 다시 동네가게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네 가게가 가격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전히 동네가게는 힘들겠지만, 자영업에서도 개미들의 역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늘 일하는 사람이 바뀌어 늘 가던 공간인 것 같은 느낌*이 없는 가게보다는 *늘 거기에 있는 사람과 가게, 그 곳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