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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엄마, 내가 돌봐줄게. "아들, 아들 때문에 엄마가 더 힘낼게" 엄마는 내가 안아주자 그렇게 말했다. 나는 엄마에게 힘내라고 말하며 엄마 등을 토닥였다. 힘껏 안아주고 힘내라고 했다. 서울에 계신 외할머니가 최근 급속도로 몸이 안 좋아지셨다. 폐에서부터 암이 시작된 것 같은데, 한 달 전에는 나이가 많으신 분이라 암도 진행이 빠르지 않다고 했었다. 하지만, 엊그제부터는 의식을 잃고 호흡도 힘들어하신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어제인 금요일에 별 일이 없었다면 비행기를 타고 할머니를 보러 갈 계획이었다. 이야기 나누지 못해도 옆을 지키고 싶어서. 하지만, 큰일이 생겼고 엄마는 서울로 가지 못했다.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복잡할까. 곧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연락을 몇 번 받았지만, 그때마다 간이 졸아드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나는 아빠.. 더보기
아빠에게 아빠가 되어줄게. 1교시. 엄마의 전화를 받고, 최근 들어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셨다는 외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 데자뷰를 경험하는 것처럼, 아침에 울리는 발신자 ‘엄마’의 전화는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아빠 사고 났데.’ 그 순간,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모두 머릿속에 꺼내보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어떻게 처리 할 지 생각하고, 지금 부산까지 가거나 아빠가 이동하고 있다는 진해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지를 생각했다. 늦잠을 잔 덕분에 오늘 아침 출근은 차로 했고, 기름이 없으니 가득 채우고 출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일하는 곳은 진해에서 가깝고, 아빠를 실은 구급차는 일단 진해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엄마는 회사에서 나왔으나 차도 없이 진해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테.. 더보기
안경을 잃어버린 아들에게 비폭력대화의 방식으로 마음 전하기 올해 들어서 지속적으로 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 마음을 전하고, 설득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화에서 목적이 설득은 아니다. 대화의 목적은 관계다. 나는 관계가 어렵고, 다행인 점은 나만 어려워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의 말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시도하고 실천하고 있다. 비폭력 대화란 비폭력대화에 대해 공부하는 바를 쓰게 되겠지만, 간략히 정리하면, 비폭력대화란 사람의 말이나 행동으로 그 사람 전체를 평가하지 않고, 되도록 기다리고 관찰하며, 그 사람의 말에 드러나지 않은 감정과 욕구를 이끌어 내고, 나의 감정과 욕구를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하는 대화이다.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대화. 이런 대화의 전제는.. 더보기
초등4 아들이 갖고 싶다는 초능력 설득력 어젯밤 아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어? 뭐든 잘할 수 있는 능력. 아니, 한 가지만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말이야. 설득력. 나는 잠시 생각했다. 왜 설득력을 갖고 싶은지 묻지는 않았다. 하지만, 훌륭한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이제 세상과 싸우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은 게 많아지는데, 그것을 가로막는 것도 많아지고 그런 것들을 알게 되었고, 그것들을 모두 견뎌낼 수 없게 되었다. 싸워서 이기면 패자가 생긴다. 그러니 설득하면 좋다. 나도 중학생 때나 고등학생 때에는 다른 사람, 정확히 친구들을 잘 설득한다고 생각했다. 판매사원이 된 마냥, 내가 사놓고 마음에 안들었던 다이어리를 친구에게 성공적으로 .. 더보기
Not with 독감 (독감 접종기) 2021.11.01 - [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 아들의 이가 깨어졌다 아들의 이가 깨어졌다 “아들 이가 깨져 나갔어.” 아들은 아주 장난꾸러기가 아닌데도, 이미 한번 팔에 실금이 가서 반깁스를 한 적이 있고, 캠핑장에서 뛰어 다니다가 돌에 박혀 턱 아래가 찢어져 꿰맨 적이 있다. yagatino.tistory.com 온라인 수업이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아이톡톡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학생들도 접속할 수 있었고, 교사들도 접속할 수 있었다. 아주 오랜만의 온라인 수업인데, 익숙한 듯 학생들 몇 명을 깨우고, 자가진단을 독려하고, 잃어버린 비밀번호는 재설정해주며 상당한 오전 시간이 지나갔다. 학생들이 오지 않아서 저렴한 급식은 어렵다. 그래도 우리 학교에서는 조리종.. 더보기
데자뷰의 순간 : 내 책장에 접근하는 아들 데자뷔라는 현상이 있거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들이 이름 붙인 것을 보면, 여러 사람이 비슷한 현상을 경험했고, 그걸 이야기하다 보니 지칭해야 할 단어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미래를 보지 못하고 오로지 과거를 회상할 뿐인데, 과거에 했던 일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정말 우리가 같은 일을 거의 같은 상황에서 두 번 하는 것일까? 데자뷔는 낯선 상황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이미 했던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우리 뇌의 속임수라는 글을 읽을 적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불안하거나 부정적인 상황에서만 데자뷰를 경험하게 되지 않으니 그 설명은 반 정도만 맞는 것은 아닐까? 매트릭스에서 빨간약을 삼킨 네오는 매트릭스로 들어갔다가 데자뷰를 경험하게 된다. 복도 한쪽에 있던 검.. 더보기
아들의 이가 깨어졌다 “아들 이가 깨져 나갔어.” 아들은 아주 장난꾸러기가 아닌데도, 이미 한번 팔에 실금이 가서 반깁스를 한 적이 있고, 캠핑장에서 뛰어 다니다가 돌에 박혀 턱 아래가 찢어져 꿰맨 적이 있다. 낫고 나니 모두 눈에 띄지는 않는 상처다. 오늘은 태권도장에서 피구를 하다가 공을 잡으려다 앞에 있는 형 팔꿈치에 턱을 맞아, 윗니 아랫니가 딱 맞부딪히면서 아랫니 두 개의 윗부분이 조금 깨어져 나갔다. 아내의 문자를 받고 집에 와서 확인하니 크게 깨어져 나간 게 아니지만, 병원에 당장 가보는 게 좋겠다. 역시나 치과들은 모두 예약제라 빠르면 목요일 밤 진료가 가능하단다. 나는 요즘 저녁 시간에 전혀 시간이 나지 않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아내가 데려갈 생각으로 목요일 밤 예약이라도 잡으려고 다시 전화했는데, 처음과는.. 더보기
2021년 10월 24일 아들의 방 나는 자주 아들을 부러워 하는 데, 그중 가장 부러운 것은 아들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어려서부터 있었다. 7살 때 아들방을 꾸미기 시작했고, 아들은 8살이 되어서 점점 혼자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들이면서, 엄마가 보기에는 쓰레기에 가까운 것들로 방을 채워갔다. 쌓고 무너뜨리고 다시 정리하기를 반복하면서, 아들방에는 나름의 질서가 생겼다. (지만, 여전히 혼란스럽기는 하다.) 어떻게 인형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아들은 어릴 적 테디베어박물관에서 산 테디베어를 무척 좋아했다. 코를 물고 빨고… 사진 왼쪽에 보이는 녀석이다. 그리고 하나둘 인형을 사고, 선물받으면서 제법 쌓였다. 그리고 중간에 펼쳐진 것은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받은 물건너온 고무인형. 해적과 반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