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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초등학교 아들의 등교전 래피젠 코로나 검사 아들은 얼마전에 학교에서 래피젠 검사키트를 4개 받아왔다. 내일은 개학이고, 오늘 밤 9시까지 담임 선생님에게 검사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야 했다. 가족 외출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경건한(?) 마음으로 검사를 준비한다. 유튜브로 영상을 두 개 찾아보고, 설명서도 꼼꼼히 읽어본다. https://youtu.be/BcgrSw1x058 영상에는 없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피검사자(아들)가 코를 세 번 정도 풀어야 한다는 것. 이물질을 없애기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이후에는 설명서만 따르면 된다. 주의할 만한 점은, 검체 채취를 위한 면봉 머리를 만지지 않도록. 검사키트를 평평한 곳에 두어야 한다는 점. 결과는 당연히 음성이었다. 15분만에 결과가 나타나며, 30분이 지나도 결과가.. 더보기
아빠는 싱겁다 이제는 정말 일찍 잠을 자야 하나 보다. 어제 12시를 넘긴 나는 오늘 아침 아침밥 먹으라는 소리에 깼고, 아침밥을 먹고 다시 잠들었다가 점심밥 먹으라는 소리에 다시 일어났다. 아내는 3시부터 시작되는 재난안전교육을 신청해뒀고, 우리는 이른 점심을 먹고 합천으로 출발한다. 요즘 차 안은 제법 평화롭다. 늘 다투던 아들과 딸은 이제 제법 대화하며 놀기 때문에 아내와 나도 대화가 가능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있는 아내의 차를 타면 운전도 더 수월하고, 급히 가려는 마음도 없어진다. 음악을 틀고 간식도 조금씩 먹으며 드라이브를 즐긴다. 조금 기다려서 교육이 시작된다. 집에서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에 대해 듣고 아파트 주방처럼 꾸며진 세트장으로 들어가서 지진이 발생하면 식탁 밑으로 몸을 숨기고, 지.. 더보기
나에게 풀칠하는 딸 딸이 잠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저녁을 대충 먹고부터 딸은 간식을 먹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간식을 먹는다. 8시쯤 되면 이제 자야 할 시간이라고 엄마가 이야기하면, 다시 먹을 것을 꺼내어 먹기 시작한다. 양치질을 하고 나면,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이제 잠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계속 뭉그적 거리다가 결국에는 나에게 온다. 차렷 자세로 서서는 "안아서 가줘."라고 부탁인 아닌 듯 지시한다. 나는 딸은 안아 들고 엄마 옆 딸의 이부자리로 데리고 간다. 누운 채로 다시 안아달라*고 하면 또 안아주고, 문을 닫고 나오면서 또 *안녕 인사한다. 어제는 그렇게 안아주고 나왔는데, 딸은 물을 마시겠다며 나왔다. 그리고 슬금슬금 나에게 다가온다. 풀을 손에 쥐더니, 내 어깨에 풀을 바르.. 더보기
몸쓰기의 기술 전수 : 간지럼 참기 딸은 눈을 위로 뜨더니 쌍꺼풀을 만들어 엄마를 웃긴다. 나도 질세라 옆으로 가서 눈을 위로 희번덕 뜨고 쌍꺼풀을 만들어 본다. 딸의 쌍꺼풀은 상큼하고 나의 그것은 기름지다. 이제 딸은 콧방울 양 옆으로 주름을 잡는다. 이건 당최 나도 따라 할 수 없다. 나는 혀를 말아서 딸에게 보여주며 따라 해 보라고 한다. 이번에는 혀를 옆으로 세워서 보여주며 딸을 이겨먹으려고 한다. 우리는 자기의 몸과 놀고, 몸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더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보라, 내일 내가 아플지 아닐지 알 수가 없고, 코로나 주사를 맞고 얼마나 아플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간 자신의 몸과 친숙해 진다. 어릴 때에는 추운 건과 서늘한 것과 시원한 것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감기에 자주 걸.. 더보기
김장김치 주는 엄마를 안아주는 게 뭐가 어렵나 올해 김장을 담글 때는 꼭 부산 집에 가려고 했다. 절인 배추를 건져내서 물을 빼는 걸 돕든, 양념 치대는 걸 돕든 엄마를 도우려고 했다. 얻어먹기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코로나 방역 지침이 바뀌면서, 동거가족이 아닌 이상 4명까지만 모임이 가능했다. 누나와 동생은 내려온다고 했고, 내가 가면 4명이 넘게 된다. 그래서 사진으로만 김장김치를 보고, 엄마가 삶아 준비한 수육을 봤다. 김장을 하고도 한참이 지났고, 그 사이 아버지가 크게 다치시면서 김장김치를 생각할 틈이 없었다. 며칠 전에는 엄마가 방에서 보는 티브이가 나오지 않는다고 내가 와서 봐줬으면 했다. AS기사를 부러면 되겠지만, 이제 엄마도 아빠도 가족이 아닌 사람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귀에 잘 안 들어오는 모양이다. 돈을 보내고.. 더보기
방학맞이 집밥과 육아 요즘 나의 크게 힘쓰고 있는 게 저녁 식사 준비다. 딸과 아들은 나를 닮아서(?) 당췌 열심히 먹지 않는다. 집에 반찬은 없고, 반찬 가게에서 사올 수 있는 레파토리는 정해져 있어서 아이들도 이제 손을 잘 대지 않는다. 방학을 맞이해서 나는 저녁 만큼은 새로운 반찬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살림을 하게 되면 우선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 지 다 파악해야 한다. 나는 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 일을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데 관심이 많다. 며칠 냉장고에 신경을 쓰다 보니 냉장고에 있는 채소며 식재료들은 파악이 다 되었다. 메뉴를 구성할 때는, 오늘은 애호박 반 개로 된장끓이고, 내일은 그 애호박으로 전을 부치는 식으로 연계가 되어야 한다. .. 더보기
오이지맛은 유전되었다 내가 따라한 레시피 방학이 되어 아이들에게 밥을 목이려니 반찬거리 궁리를 하게 된다. 유튜브를 뒤지며 ‘쉽고 빠르고 맛있게’ 반찬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본다. 업그제는 오이지 만드는 법을 봤는데, 가끔이지만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그 오이지가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고 그리워 하는 반찬은 모두 엄마가 잘 해주던 것들이다. 감자간장졸임, 감자볶음, 삶은 두부, 된장찌개, 고구마줄기 무침 등등 내가 하는 음식이라는 게, 내가 기억하는 게 엄마가 해준 맛이라는 걸 생각하면, 내가 해내는 것들은 완벽하지 못한 재현일 뿐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흉내내도 그때 그맛을 재현해 낼 수가 없다. 단칸방에 오래 살아서, 나는 아침에 엄마가 도마를 탁탁 거리며 반찬 준비하는 소리에 깨고는 했다. 그 타닥타닥타닥 하는 소리는.. 더보기
조용한 우리집의 크리스마스 이브 아들이 선물받은 조명으로 트리를 대신한다. 그리고 아들과 딸이 미술학원에서 만들어온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작품도 놓아둔다. 살치살과 부채살을 사서 구웠다. 양상추, 방울토마토, 사과, 파프리카로 간단하게 샐러드를 준비하고, 오일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230도 온도에서 50분 오븐에 익힌 베이크드 포테이토를 먹었다. 낮에 딸이랑 병원 갔다가 딸은 유치원에 다시 보내고 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하나 사고, 가족들 선물도 포장했다. 아들은 새벽 한 시가 넘어서까지 잠들지 않아서 나를 힘들게 했다. 산타를 기다리려는 아들의 시도는 벌써 세 해째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도 정말 기다리길래 불을 끄고 책을 30분 넘게 읽어줘서 재웠다. 아들이 잠든 걸 확인하고 내가 준비한 선물과 카드를 거실에 뒀다. 산타는 아마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