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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첫 오프라인 독서모임 - 사람 사이의 인력 얼마 만에 오프라인 독서모임인가. 나는 오프라인 모임을 기다렸는 지 모르겠다. 온라인 모임을 오래 하다 보니 그렇게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도 오프라인으로 만나니 좋았다. 만남은 대개 오프라인이었지만, 코로나 덕분에 만남의 양식은 다양해졌고, 온라인에 많은 사람들이 적응했다. 오늘 독서 모임의 내용과는 별게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온라인이 가지는 장점은 무엇이었나 생각해 본다. 모임 앞 뒤로 소모되는 시간이 적었다. 모임을 준비하는 시간이 적으니, 남은 시간은 또 다르게 사용할 수 있었다. 날씨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이야기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하게 되어, 나의 이야기가 방해 받는 경우도, 다른 사람의 말을 끊는 경우도 없다. 채팅도 사용할 수 있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오로지 하나의 방식(말.. 더보기
독서모임 먼북소리의 미래 오랜만에 커피숍이고, 오랜만에 학교 밖 사람을 만났다. 독서 모임을 꾸려 나가면서, 늘 겪는 어려움이 있다. 최근 2년간은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면서 온라인의 장점도, 온라인의 한계도 느꼈다. 그래서 만났다. 독서모임은 '독서'활동이기도 하고, '모임'이기도 하다. 어떤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그 모임의 역동성은 달라질 수 있다. 온라인 독서 모임의 경우 '독서'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린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판기에서 음료를 빼먹듯, 정해진 시간에 모여서 책 이야기만 나눈다는 점에서 '모임'의 성격은 다소 약해졌다. 어떻게 다시 이 모임을 정의할 것인가? 독서모임을 같이 시작한 교수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사이, 사르르 다음 달 모임은 오프라인으로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 더보기
먼북소리 5월 모임: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한 배우나, 한 감독의 작품을 자꾸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우가, 그 감독이 줄 수 있는 분명한 무엇인가가 있어서가 아닐까? 배우가 늙어가도, 역할이 달라져도 그 배우에게서 무언가를 기대할 수만 있다면, 그 배우의 영화를 보게 된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김영민 교수는 정치에 대한 냉소를 경계한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그가 가진 위트와 유머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한발만 더 디디면 정치다 라고 이야기해준다. 혼자 산 속으로 들어가서 "숯불갈비나 처 먹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면, 우리는 정치의 그물망 아래에 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로 태어났기 때문에, 혹은 정치적 동물로 존재할 때에만 인간이기 때문에,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책에 대한 총평부터.. 더보기
어린 기린 해부학자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군지 메구. 더숲. 2021. 아이의 마음을 갖고 어른이 될 수 있을까? 3년 전 일 수도 있고, 5년 전 일 수도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의 마음을 아이였던 기억을 생생하게 가지고 있는가? 에 대해 생각하고는 했다. 그런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 게 너무 오래되었다. 왜 일까? 이제 나는 어른의 일만 생각하게 된 것일까?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다가 기린을 생각해 낸다. 저자는 운이 좋다. 교실 안에 앉아 있는 많은 학생들 중, 내가 질리지 않고 오랜 시간 좋아하던 것 을 생각해 낼 수 있는 학생이 많지 않다. 저자는 용케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냈고, 끝까지 그 마음을 간직해 냈다. 아직도 진행형인 사람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자꾸 이 사람을 부러워 하게 된다. .. 더보기
책과 함께 사라지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어려운 작가의 이름 이 정도면 니코스 카잔차키스 만큼이나 어려운 이름이다. 보후밀 흐라발. 책의 제목은 기억하되, 과연 나중까지 이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아주 한참 동안 내 눈을 끌었고, 내 귀에 웅웅 거렸지만, 너무 평이 좋은 영화에 끌리지 않는 것처럼, 너무 평이 좋은 책을 일부러 집어 들지 않게 된다. 어줍짢은 허영심의 발로가 아닌가. 하지만, 아름다운 꽃이 사람의 눈을 끄는 것처럼, 이 책을 열어보게 되었고, 나는 여러번 읽게 될 첫문장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스토리다. 러브스토리와 장례사 그는 여러 개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준다. 그 중 가장 사랑.. 더보기
도망가기 좋은 책으로 도망가기 인기있는 책은 역시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읽어야 제 맛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구석은 먼지가 날리기 마련이고, 그 먼지가 가라앉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사람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사람들이 물러간 자리여야 찾아가서 앉는다. 일이 많은데, 잘 하지는 못 해서, 나는 한 주 내내 책 속으로 도망갈 생각을 했다. 다음 날을 위해 일찍 잠들어서, 아이폰은 나에게 잠자는 시간을 잘 지켰다며 칭찬을 했다. 정말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나 생각하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1분, 신호를 기다리는 30초도 책을 읽을 수는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는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 책값이 비싸다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저 책이 해야 할 일의 순위에서 자꾸 .. 더보기
티타가 끓여내는 스튜 같은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씀, 권미선 옮김. 민음사(2004) 사람의 몸에는 불의 씨앗이 있다. 한 번에 너무 활활 타버리면 주변의 모든 걸 태울 수 있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마치 요리책 같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은 모두 여성이다. 음식을 만드는 절차에 대한 묘사는 대단할 것이 없지만, 사건과 사건 사이, 쉼과 쉼 사이에 끼어드는 조리의 현장은 이 작품 전체에 풍미를 더한다. 이 책을 고를 때, 책 제목이 익숙해서 들었다. 그리고 처음 몇 페이지를 읽는데, 빠져 들 수밖에 없어서 골라서 집으로 왔다. 일터에서는 쉬는 시간 따위는 없기 때문에, 잠들기 전 집에서만 읽을 수 있었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는 티타를 둘러싼 사건에 마음을 졸이고, 그녀가 내놓는 음식을 상상했다. 좋은.. 더보기
먼북소리 2월 '대화란 무엇인가' (데이비드 봄) 대화란 무엇인가? On Dialogue 데이비드 봄 양자물리학자가 왜 대화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을까? 그가 책에서 예로 들었던 것처럼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우정이 깨진 일화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다양한 인간의 문제에 대해 대증적 요법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을 보고 인류를 자기 자신이라는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 일지에 대해 골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늘 우리 삶을 흔드는 대부분의 문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자기계발서라 불리는 많은 책들도 관계에 대해 조언하고, 요즘 쏟아져 나오는 에세이들 또한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심리학도 사회학도 인간이라는 문제를 탐구하기 위한 학문이다.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지만, 인간만이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