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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

올해 처음 영하권 날씨와 내 자출 세팅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일주일 자출을 쉬었던 사이, 가을의 흔적은 지는 노을에 조금 남아 있었다. 며칠 전에는 자동차 보험을 갱신해야 했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열심히 한 덕분에, 차를 적게 타서, 13만원 가량 보험료를 돌려 받았다. 차를 타지 않게 되면 좋겠지만, 머지 않아 집에서 출퇴근이 힘들어 질테니, 내 생각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을 때는 자전거를 타야 한다. 영하로 떨어진 날이라 옷 입기에 정성을 쏟았다. 하의: 메리노울 양말, 고어택스 트래킹화, 콜럼비아 방풍바지 상의: 파타고니아 캐필렌 에어크루, 파타고니아 레트로 엑스 베스트, 파타고니아 나노에어 후디 재킷, 파타고니아 알파인 후디니 재킷 장갑은 끼지 않고, 얼마전 아들 자전거에 쓰라고 사줬던 락브로스.. 더보기
부럽지 않아야. 출장가는 길에 낯선 장면을 봤다. ‘순천 방향’이라는 종이로 만든 표지를 들고 고속도로 방면 차도에 서 있는 남자 두 명. 나이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두 청년이었다. 처음에는 한 명인 줄 알았는데, 조금 더 가다보니 똑같은 표지를 든 남자 분이 한 명 더 있었다. 그 분은 영상도 촬영하는지 바닥에 놓인 카메라 방향을 옮기기도 했다. 신호를 받은 운전자 중 한 명이 그 청년 중 한 명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한 시간 반 정도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데 두 사람은 없었다. 순천방면 차를 얻어탄 것일까, 아님 자리를 올겼을까, 아니면 버스를 타러 갔을까. 나는 저런 방식의 여행을 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 무모한 듯한, 고생스러울 게 뻔한 여행에 대한 환타지 혹은 로망이 있다. 환타지나 로망은 현실이 아.. 더보기
마음이 피곤할 때는 읽는다 마음이 피곤할 때는 읽는다 출근하기가 싫어지는 이유는 안 좋은 한 공간에 대한 나쁜 추억들을 자꾸 반복재생해서 그런 게 아닐까. 마음이 불편하면 무엇을 하면 되나 생각했는데, 별 달리 할 게 없다. 리디북스를 꺼내니 거기에 "서울리뷰오브북스" 잡지가 올라와 있다. 종이잡지로 사서 봐야지 생각했는데, 리디북스 셀렉트로 본다. 김연수 작가의 글을 찾아읽고, 김겨울님의 글을 찾아읽고, 그렇게 읽다 보니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아픔이나 슬픔은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데, 자기 세계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데 있다. 괜히 죽음의 공포 혹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인간을 철들 게 만드는 게 아니다. 손톱이 깨져도 하루 종일 손톱의 존재는 과장된다. 나의 아픔 이외에는 마음을 쓰기가 어렵다. 내가 원하는 것, 내.. 더보기
수능시험일 수능시험일 오늘 받은 수능 감독수당은 16만 원이다. 기록을 위해 남긴다. 수 차례의 수능 시험 감독, 본부 요원 경험 등등으로 보건대, 쉬운 수능 감독은 없다. 감독하지 않는 게 제일 쉬운 감독이다. 또 한 번의 수능 시험 감독을 마치고, 노곤한 가운데 밤을 보낸다. 내일은 그냥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우리 학교의 경우, 고3은 원격수업이다) 별 탈 없이 수능시험일이 지나갔다. 몸이 안 좋아서 별도 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수험생이 있었고, 화장실을 가는 수많은 학생이 있었다. 다행히 날씨는 춥지 않아서 여러 사람이 덜 힘들지 않았을까. 감독관이 가끔 앉을 수 있도록 시험실 안에 의자가 비치되었지만, 앉아 있는 감독을 보기가 어려웠다. 모두들 수고 많았습니다... 더보기
자출러의 아침 식사_오트밀 올해만큼 자출을 부지런히 한 적이 없다.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가려면, 많이 먹어야 할 것 같다고 자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할 지 모른다. 편도 10킬로도 안되는 자출 코스를 위해 뭘 더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 배불리 아침을 먹으면 되려 배가 불편하다. 그리고 아침을 차리는 일은 번거롭고, 내가 차려야 하니 더 번거롭다. 콘플레이크 처음에는 콘플레이크를 먹었다. 이보다 더 간편할 수가 없다. 그릇에 드르륵 차르륵 입맛대로 콘플레이크를 담고 우유만 부우면 된다. 우유를 너무 많이 마시게 된다는게, 너무 달다는 게 큰 단점이다. 하지만 언제든 쉽게 돌아갈 수 있는 대안이다. 오트밀 유튜브 채널 '두두부부'의 하이킹 식단을 보고 오트밀을 도전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마트에 있는 것을 보고,.. 더보기
아이는 어떻게 어른들을 그렇게 빠르게 용서할 수 있나? 마음이 제자리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 화를 내고 돌아서서, 그 화가 풀리기까지 얼마나 걸리나. 누군가에게 섭섭한 마음이 있다가, 풀어지는 데 얼마나 걸리나. 화가 난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반나절 넘게 걸린다. 섭섭한 마음이 풀어지는 데,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아이들은 강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아이들이 부모에게만 그러는 거라 생각했다. 빠르게 용서하고 다시 부모에게 안기는 것은 온전히 부모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를 용서한다기 보다는, 부모를 용서하지 않을 수 없는 약자라서 그런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구나 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들은 강하고, 그래서 부모를 용서할 수 있다. 엄마, 아빠에게 토라졌다가도 금새 살랑살랑 꽃처럼 웃을.. 더보기
돌봄 공개 수업과 라떼 부모가 맞벌이라서, 우리 딸은 초등학교 돌봄이 가능하다. 우리 부부야 퇴근 시간이 일정한 편이라, 우리 딸은 학교에서 돌봄 한 두 시간만 하면 된다. 그래도 싫다는 딸. 돌봄을 마치고 학원 두 군데를 가면, 아내가 퇴근하는 시간이다. 그 돌봄 교실을 학부모에게 공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돌봄교실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딸은 톡톡블럭으로 뭘 만들어 오고는 했다. 그래서 오늘 돌봄 공개 수업에 갔다. 공개는 맞았지만 수업은 아니었다. 나는 학교 입구에서 일회용 덧신을 신고 딸의 돌봄 교실로 가서 인사했다. 내가 언제 오나 기다리며 딸은 자꾸 복도를 쳐다 봤을 것이다. 반갑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딸을 지켜본다. 한 교실에 25명 넘는 아이들이 앉아 있다. 자기의 자리에서 선생님이 나.. 더보기
블랙팬서, 이성자 미술관, 커피플라워 케냐 아들은 갑자기 블랙팬서를 보러 가자고 했다. 같이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약속한 딸은 침대로 가서 눈물을 흘린다. 나는 비폭력대화를 떠올리며, 아들과 딸과 대화한다. 누구도 마음 다치지 않았다. 딸은 물론 기분이 상하기는 했다. 영화는 예매를 취소하고 시간을 조금 미루고, 딸은 같이 영화는 보지 않아도 온가족이 집을 나서기로 했다. 휴. 블랙팬서는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아서 그런지 괜찮았다. (스포일러 있음) 비브라늄을 가진 새로운 종족을 등장 시킨 것은 새롭다. (마블 코믹스를 보지 않으니, 거기에서는 이미 그런 존재에 다루고 있었다면, 마블 코믹스를 보는 사람에게는 전혀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기는 하겠다.) 하지만, 네이머와 탈로칸의 서사를 충분히 쌓기에 3시간이 안되는 상영시간을 짧기만 했다. 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