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

봄, 나의 빛나는 아이 늘 그립고 사랑스럽고 그립고 사랑스러워. 더보기
등 보인 새 마음은 마치 바다 위 배 같은 것. 홀수산을 맞추기 위해 바라스트 워터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나는 지그시 눌러 줄 무언가가 내 속에 필요하디. 내게는 책을 읽는 일, 자전거를 타는 일, 혼자 있는 시간이 그러한 물과 같은 것들인데 요즘에는 많이 부족하다 느낀다. 점심을 먹고 학교 한 바퀴를 빠삐용처럼 돈다. 그리고 나는 도무지 이름을 알 수 없는 새 한마리가 나와 같은 자세로 학교 밖을 쳐다 보고 있는 걸 봤다. 새는 곁눈질로 나의 동태를 살핀다. 그 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아주 스르르 휴대폰을 꺼낸다. 나 라는 몸에 내 팔이 뱀처럼 기어다니듯 손을 스스르 움직여 휴대폰을 꺼낸다. 찰칵찰칵. 다행히 날아가지 않는다. 저 새는 분명 힘주어 쳐다봐야 할 무엇인가 있었던게지. 짧은 일광욕을 마치고 .. 더보기
비봉산 산수유 하이킹 산수유를 볼 때에야 네가 산수유 꽃을 좋아했구나 생각한다. 꼭 봐야만 피어나는 감성이 있다. 지난 주말 올랐던 비봉산. 코로나의 위협을 견디고 나니 미세먼지는 우습게 느껴지는 착시효과가 있다. 약간의 미세먼지를 뚫고 봄 기운을 느꼈다. 나란한 우리 아들, 딸. 봄맞이 하이킹을 선뜻 따라 나서려 하지 않았지만, 우리 부부보다 훨씬 열심히 봄날을 휘이휘이 젖고 다녔다. 더보기
야근 중 딸의 전화 봄방학 없는 봄. 오늘은 10시까지 일을 하다가 왔는데, 다 마치지 못했으니 아마도 일요일에 학교에 가야할 것 같다. 밤 9시가 되기 5분 전, 딸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지금 바로 와. 아빠, 나 어제 아빠가 사온 폴라포 먹고 싶었는데, 못 먹었어. 엄마가 먹지 말래. 왜? 미술 학원 갔다 와서는 공부하라 하고, 피아노 학원 갔다 와서는 씻으라 하고, 그 다음에 밥먹고.. (딸은 억울한 듯 분한 듯 목소리가 떨린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코 끝부터 눈물이 나려고 한다) 할 거 하다 보니 먹을 시간이 없었구나. 내일 우리 차 타고 놀러 갈 때 먹어. 아니, 난 책 보면서 먹고 싶단 말이야. 그래도 어쩔 수가 없네. 이제 잘 시간이고. 내일 먹어야지. 자고 있어 아빠 좀 더 하다가 갈께. 응. 안녕~... 더보기
반찬과 끝없는 일 2월 8일 경상남도 교원 인사 발표가 있었다. 정든 선생님들이 떠나시고 새로운 분들이 오신다. 떠나 보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으니 떠나보내는 일에 서투르다. 어떻게 인사를 전해야 할까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공립학교에서는 최대 5년까지 한 학교에 근무할 수 있다. 중간에 (애매한) 휴직 등이 끼면, 햇수로 6년도 가능하지만.. 지역 연한도 있으니 대개 그걸 고려해서 자리를 옮긴다. 진주여고에서 지금의 학교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배 선생님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남아 계시게 될 교과 선생님이 갹출해서 선물을 하시는 경우는 있지만, 나는 한 선생님에게서 선물은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내가 별로 해준 것도 없는 후배 선생님으로부터 석별의 선물은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 선물을 받은 것을 왜 나는 잊고 .. 더보기
새해 첫날 여권 사진찍기 올해에는 여권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필요할 것 같아서 여권 사진을 찍기로 했다. 31일 연락을 드리고, 1월 1일 일요인데도, 작가님 스튜디오로 갔다. 아는 사람이라 특별히 일요일에도 작업을 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여권 갱신 기간이 5년이라 우리 아들도 다시 만들어야 하고, 딸은 여권을 만들었던 적이 없다. 온 가족의 얼굴을 작가님에게 맡기고 자세를 잡는다. 예전에는 증명사진 찍는 게 참 힘든 일이었다. 여권 사진의 경우 '웃으면 안되기' 때문에 쉬운 것일까. 어릴 때 동네 사진관에 가면, 웃으라는 사진관 아저씨에 말에 입꼬리만 올라가고는 했다. 잘 웃지 못 했던 걸까, 잘 웃지 않았던 걸까. 어제는 전혀 힘들지 않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받.. 더보기
2022년 회고: 고교학점제, 교육과정부장 2022년 마지막 날이다. 한 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 지 가늠해 보지 못한 채로 한 해를 시작했으나, 어떻게든 한 해의 마무리는 하고 싶다. 익숙한 것들에 대한 안도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바뀐 것들에 대한 어색함은 통증에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일: 교육과정부와 교육과정부장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부장을 맞게 되었다.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도, 선택교과 중심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다. 새학년 워크숍을 준비하기 위해 급히 총론을 읽고, 지침을 읽으며 공부를 하기는 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내가 해야 하는 업무, 하고 싶은 업무, 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한 감이 너무나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문에 발맞.. 더보기
산타의 배신 산타의 배신 크리스마스인데, 아들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새벽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나는 늦게 일어나 아들에게 갔다. 선물 포장은 뜯겨 있는데, 아들은 기분 좋은 얼굴이 아니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아이패드 미니가 갖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린다. 아들이 울면, 나도 울음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나는 조심한다. 아이패드 미니가 많이 갖고 싶었구나, 선물이 다른 거라서 섭섭했구나 물으니, 아들은 이제 더 운다. 아들을 안아주며, 산타를 조금 원망한다. 산타가 두고 간 선물은 문에 걸어 쓸 수 있는 미니 농구대다. 나쁘지 않은데? 이건 내 생각이고, 아들은 생각이 다르다. 그래도, 조립해서 방 문에 걸어두니 아들은 제법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오늘 아들과 나, 딸은 여러 번 자유투 대결을 하며 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