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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보물꼭지

반찬과 끝없는 일

반찬과 비타민

2월 8일 경상남도 교원 인사 발표가 있었다. 정든 선생님들이 떠나시고 새로운 분들이 오신다. 떠나 보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으니 떠나보내는 일에 서투르다. 어떻게 인사를 전해야 할까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공립학교에서는 최대 5년까지 한 학교에 근무할 수 있다. 중간에 (애매한) 휴직 등이 끼면, 햇수로 6년도 가능하지만.. 지역 연한도 있으니 대개 그걸 고려해서 자리를 옮긴다.

진주여고에서 지금의 학교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배 선생님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남아 계시게 될 교과 선생님이 갹출해서 선물을 하시는 경우는 있지만, 나는 한 선생님에게서 선물은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내가 별로 해준 것도 없는 후배 선생님으로부터 석별의 선물은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 선물을 받은 것을 왜 나는 잊고 있었을까.

올해에는 다른 학교로 가시는 선배 선생님이 선물을 두고 가셨다. 책상 아래 놓여 있어서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나는 알지 못하는 나물 절임과 비타민이었다. 이런 선물 받은 건, 보물 코너에 넣어둬야 할 것 같다. 어떤 이는 한 해 동안 일어나는 좋은 일을 짧게 메모지에 써서 투명한 병에 넣어두기도 한다는데. 나는 블로그에 그리 할까 싶다. (어딘가 메모앱에 넣어두면, 꺼내 보기가 어렵다.)

감사하다고 일단 문자는 보냈다. 바로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선물을 할까 했지만, 그 선물은 좀 늦고 시의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선물을 받자 다시 선물을 보내는 건 마치 선물을 받아야 화답하는 느낌이랄까 걱정이 되어서 그렇다. 다음 적당한 때를 봐서 선물을 해야지. 받은 것은 잊지 말고, 준 건은 잊으라고 했다는데.. 가끔 받은 것을 잊게 되어 부끄럽다.

선생님은 나를 좋게 봐주셨으나, 그 칭찬에 나는 모자르다.

벌써 끝냈어야 할 일을 아직도 잡고 있는 것 같아서 오늘 밤에도 나는 잠시 한숨을 쉰다. 더 빨리 끝내기 어렵다 생각하면서도, 더 빨리 끝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요즘 잡고 있는 학생들 반편성. 이미 반편성을 끝냈어야 했지만, 2월 개학 후 학생들이 선택 과목 변경을 신청하면서, 그리고 담임 선생님들이 선택과목 중심의 반편성을 요청하셔서 다시 반을 편성해 보고 있다. 17일까지 반편성 완료가 보고 되어야 하니, 내일 학교에 가면 반드시 내 선에서는 반편성이 끝나야 한다.

무엇무엇 해야 한다..는 나를 비판하게 만드는 말이라고 비폭력대화에서 썼다. 무엇무엇을 위해서 어찌어찌 하기를 선택한다가 더 좋은 서술이라고. 나는 자꾸 선택하는 데도, 일이 끝이 없다. 내일은 누군가를 잡고 한탄이라도 한 다음에 일을 시작해야 겠다.

블로그에 다시 쓰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