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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새해 첫날 여권 사진찍기

올해에는 여권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필요할 것 같아서 여권 사진을 찍기로 했다. 31일 연락을 드리고, 1월 1일 일요인데도, 작가님 스튜디오로 갔다. 아는 사람이라 특별히 일요일에도 작업을 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여권 갱신 기간이 5년이라 우리 아들도 다시 만들어야 하고, 딸은 여권을 만들었던 적이 없다. 온 가족의 얼굴을 작가님에게 맡기고 자세를 잡는다.

유근종 스튜디오

예전에는 증명사진 찍는 게 참 힘든 일이었다. 여권 사진의 경우 '웃으면 안되기' 때문에 쉬운 것일까. 어릴 때 동네 사진관에 가면, 웃으라는 사진관 아저씨에 말에 입꼬리만 올라가고는 했다. 잘 웃지 못 했던 걸까, 잘 웃지 않았던 걸까. 어제는 전혀 힘들지 않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받아든 사진 속의 나는 마치 마이크 목소리처럼 어색했지만, 거울에서 보는 나보다 사진으로 담은 나는 분명 더 객관적이지 않는가. 금방 받아들이기로 한다.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는데, 마흔을 넘긴 지 몇 해 전인데, 나는 내 얼굴에 책임감 따위는 갖고 있지 않다. 사춘기 때 거울 속에 자주 내 얼굴을 비춰보곤 하던 때에 비하면 얼마나 편하고 자유로운가. 내 얼굴, 내 몸과 익숙해 지는 데는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망경싸롱 에스프레소 쇼콜라

사진이 인화되기를 기다리면서, 스튜디오 아래 망경싸롱으로 가서 기다렸다. 내가 받아든 에스프레소 쇼콜라. 에스프레소 메뉴이지만, 양이 더 많았으면 할만큼 맛있다.

인화된 사진을 받아들고서, 마치 여권을 받은 것처럼, 어디로 갈 지 우리는 꿈꾼다. 나는 영국, 너는 미국. 올 여름에는 어디든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