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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마음이 피곤할 때는 읽는다

마음이 피곤할 때는 읽는다

피곤할 때

출근하기가 싫어지는 이유는 안 좋은 한 공간에 대한 나쁜 추억들을 자꾸 반복재생해서 그런 게 아닐까. 마음이 불편하면 무엇을 하면 되나 생각했는데, 별 달리 할 게 없다. 리디북스를 꺼내니 거기에 "서울리뷰오브북스" 잡지가 올라와 있다. 종이잡지로 사서 봐야지 생각했는데, 리디북스 셀렉트로 본다.

김연수 작가의 글을 찾아읽고, 김겨울님의 글을 찾아읽고, 그렇게 읽다 보니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아픔이나 슬픔은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데, 자기 세계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데 있다. 괜히 죽음의 공포 혹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인간을 철들 게 만드는 게 아니다. 손톱이 깨져도 하루 종일 손톱의 존재는 과장된다. 나의 아픔 이외에는 마음을 쓰기가 어렵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신을 돌보게 된다. 자신을 돌보기도 하고, 자신을 학대하기도 한다. 아무튼 세상에 놓여 있어도,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지게 된다. 늘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분명 그런 아픔이 있거나, 아픔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게 아닐까.

오늘은 롤러를 생애 두 번째 타보는 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롤러장을 걸었다. 주말 동안에는 늘 늦게 자려는 내 버릇 때문에, 점심을 먹고 나서는 낮잠도 잤다. 식사 후의 낮잠은 더부룩함만 남기는데, 그걸 알면서도 좀 누워서 숨을 크게 쉴 수 밖에 없었다. 5년 정도 사용한 아내의 휴대폰이 결국 고장이 났고, 새로운 휴대폰으로 과거의 폰에 담긴 것들을 복구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일기 쓰는 딸 옆에서 일기를 쓰고,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서 조금 답답해 했다.

하려고 선택하는 일보다 해야만 하는 일이 많아서, 그 일을 조율하기가 어렵다. 선택한 일도 일이고, 해야 하는 일도 일이다. 결국 많은 일들이 있는데, 조율에 실패하면, 모두 제대로 해내지 못한 일이 될 수도 있고, 나는 그럴까봐 마음이 벌써 좀 힘들다. 나도 타고난 쫄보가 아닌가. 불안과 조용함, 혹은 싸늘함이 내 배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이럴 때 꼭 산사태처럼 밀려 온다.

오늘 자전거를 타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 어제도 오늘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자전거를 좀 타고 나가서 바람을 가르고 왔어야 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약간의 희망은 있구나. 내일 아침 출근은 자전거로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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