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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은 '나'다운 교사 되기 나는 집에서는 아빠와 남편으로 역할하고, 학교에서는 교사이자 동료의 역할을 수행한다. 각 역할에 따라 내 모습이 조금 달라지기도 한다. 아빠로서의 나는 우리 집에서 '농담', '웃긴 짓', '체력', '방귀'를 담당하고 있다. 남편으로서의 나는 아내의 고민과 이야기 들어주기라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내가 하루를 보내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깨어 있는 시간 8시간 정도를 제외하고 거의 반 정도는 학교에서 보낸다. 나는 교사로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낸다.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은 하루에 답을 구하기는 너무 먼 질문이지만, 지금 나와 만나는 학생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바꾸면 하루하루 실천으로 답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교실과 학생을 완전히 통제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일단 무.. 더보기
코로나도 싫지만 담배는 더 싫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여전히 2학년과 1학년은 격주로 등교합니다. 어쨌든 학생들이 등교하니, 할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합니다. 오늘은 금연캠페인 및 환경 정화 활동 첫날. 이번 주는 2학년이 등교하는 날이라, 2학년 학생회 학생들과 학교 밖으로 나갔다. 수업이 모두 끝난 학생들에게 미리 주문한 어깨띠를 나눠주고, 아주 멋진 집게도 나눠줬다. 하나씩 챙겨 매고, 챙겨 들고 우선 인증사진을 찍고 시작. 초반에는 담배꽁초가 별로 없어서 열심히 찾았는데, 조금 있으니 열심히 찾지 않아도 갖은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담배꽁초가 있는 곳에는 꼭 담배 비닐 껍질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라이타도 있습니다. 어떤 학생은 꺼진 꽁초인 줄 알았는데, 타고 있었던 것이어서 가지고 나간 쓰레기봉투에 구멍이 .. 더보기
학생들 이름 20분 만에 외우기 한 교실에 학생은 이제 25명 내외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외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코로나 덕분에 학생들을 볼 기회는 줄었고, 또 마스크 덕분에 ‘얼굴 전체’를 볼 기회는 전혀 없습니다. 학생의 이름이란 그저 무의미 철자일 뿐입니다. 학생의 얼굴, 목소리, 성격 같은 그 학생의 특징을 연결 시키지 않는다면 말이죠. 학생의 이름을 여러번 부르면, 그 덕분에 의미가 생기기도 하죠. 그 학생에게 했던 질문, 그 학생과 나눈 대화가 그 학생을 기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영어듣기 평가가 있었습니다. 10시 40분에 교실에 들어가서, 10시 55분에 시작되는 테스트 방송과 함께 OMR카드와 시험지를 나눠주고, 20분 정도 진행되는 시험이 끝나면 답안지를 걷어오면 끝입니다. 시험치기 전, 15분 가량 시.. 더보기
아침커피, 학교 백서, 포토월, 아이디어 학교에서의 아침 커피 시간은 브레인 스토밍 시간이다. 오늘은 수요일이라 커피를 내리고 있는 사이, 인성부장선생님도 연구부장선생님도 같이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회의에서 '백서' 만들기에 대해 언급했다는 말씀을 들었다. 백서의 뜻은 백서(白書, white paper)는 원래 정부가 특정 사안이나 주제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보고하는 책이다. 영국 정부가 만들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의 표지를 하얀색으로 했던 데에서 명칭이 생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연구소 등이 특정 주제에 대해서 연구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는 문서에도 '백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서 보다 넓은 의미의 종합적인 조사 보고서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비슷한 말로 청서(青書, 푸른색 보고서)도 있는데, 이.. 더보기
가르치며 배운다 이 학생들이 1학년일 때에는 주로 직소방식으로 독해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그리고 핵심 표현이나 문법 사항들은 내가 설명하는 것으로 수업을 진행. 대부분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수업 방식에도 잘 따라왔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2학년이 되고 직소방식으로 독해는 하지 않고 학생들이 팀을 이뤄서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발표를 시키기로 했다. 이번 과에서는 전체 리딩의 도입부 해석 및 표현 설명 as if 에 대해 설명하고 예문 들기 it .. to verb 의 용례를 찾고 예문 들어 설명하기 문법이라고 해도 그 범위를 좁게 제시해서 너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했다. 사실,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친구들이 그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는 데.. 더보기
교육과정 설명회, 부모님과의 첫만남 지난주 교육과정 설명회가 있었다.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회이긴 하지만, 학교를 찾는 부모님들의 관심은 담임선생님을 만나보는 것. 아무래도 1학년 학부모님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편이다. 아직도 학교는 찾아오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대부분 생각하고 계신 것을 보면, 앞으로도 학교가 얼마나 많이 변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담임으로, 부모님들이 가진 생각들을 듣고 싶다. 어떻게 내 아이에 대해서 아주 ‘객관적’이고 ‘냉철할’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부모님이 관찰하는 학생의 모습을 듣는 것은 담임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부모님이 학생을 안내하고 양육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다. 이 또한 학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반 학생은 총 36명. 부.. 더보기
타닥타닥 봄오는 소리 타닥타닥 봄오는 소리. 체육관 가는 길 학생들 비 맞지 말라고 지난 겨울 새로 설치한 비, 햇볕가리개. 봄볕 따스한 오늘 걷어가니 타닥타닥 소리가 난다. 깊은 속까지 차가운 기운이었던 것이 봄기운에 녹으며 몸을 좌악 펴는 듯 하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봄을 맞이한다. 교정에 이미 목련은 피었고, 나는 벌써 목련이 질때를 생각하며 목련의 이쁨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다. 내일은 목련 사진을 찍어야지. 더보기
2015. 우리반이 지켰으면 하는 것들 작년 3월 1일, 학급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썼던 편지입니다. 지금 새로 만나게 될 학생들을 위해 편지를 준비하면서 다시 읽어보고 부족한 부분은 더 넣고, 다듬어 봅니다. 늘 담임을 맡고 아이들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시간은 긴장된다. 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게 느끼고, 무엇인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된다. “나는 준비가 되었나?” 돌아볼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고, “나는 괜찮은 어른으로 아이들의 본이 될만한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학급의 주인이거나 경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교무실에서 보내고, 그만큼 아이들의 속속들이 사정을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 교실을 함께 쓰는 아이들의 걱정과 곤란함을 듣고 그것을 해결해주고 갈등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