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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016 교실환경 : 묻는 말에 답하세요. 국민학교 다닐 때, 중학교 다닐 때, 환경미화 심사일은 아주 곤혹스러운 날이었다. 왜 그렇게 청소를 하는 지도 모르고, 마른 걸레를 들고 금속광택제를 들고 복도에 주저 앉아 난간을 닦고, 계단을 닦았다. 미쳐 머리를 자르지 못해서 학교 안에 있는 '티비보며 아이들 머리를 바리깡으로 자르는' 아저씨에게 머리를 맡기고 땜통을 얻어 오고는 했다. 손수건을 준비해야 하는 데, 준비하지 못해서 티슈를 여러개 겹쳐 흔들어 보고는 했다. (물론 이런 티슈들은 복도로 불려 나가서 좀 맞았다.) 이제 학교에는 그런 환경미화(?) 따위는 없다. 학교에는 청소만 하는 분도 계시고, 학생들은 자기 교실이나 복도 정도를 청소한다. 나는 아주 깔끔한 청소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다. 학생들의 건강을 염려해서, 청소하고 환기도 하.. 더보기
#015 수능을 마친 제자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나는 첫 교사임용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 내 친구들에게 ‘떨어졌노라.’ 연락을 했다. 그리고 아마 밥을 얻어먹었거나, 커피를 얻어마셨을 것이다. 친구는 떨어졌다는 내 연락에 좀 의아해 했다고 했다. 아니. 나를 걱정하고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니, 먼저 연락하면 될 것 같았다. 나의 친구인 사람들은 내 기쁜 소식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내 슬픈 소식도, 내 절망도 탄식도 들어줄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나 떨어졌어.’ 이야기하는 게 힘들거나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또 한 해를 버티기 위해 그 친구들의 응원이 필요했다. 참 신기한 일이 아닌가. 시험만 끝나면, 수능만 끝나면, 취직만 되고 나면.. 언젠가 어떤 끝을 향해서 가는 것 같고, 그 끝이라는 언덕을 넘으면 시원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그.. 더보기
#012 몸살기운에 시달린 박선생 주말동안 몸살 기운에 시달렸다. 앓아 누울 정도는 아니지만, 목이 아프고, 몸에 힘이 없고. 어쩌면 아프다고 생각하고 인정하는 순간 더 확실히 아프게 되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한주를 어떻게 시작하나 걱정이 되었다. 내가 힘이 없거나 아프다고 하면 아들은 나에게 다가와 내 옆구리든 어디든 손가락을 찔러 넣고는 주유하는 듯한 포즈를 취한다. 그리고는 '이제 충전됐어?' 묻는다. '아니.' 라고 대답할 때가 많다. 그래도 이내 '어, 이제 다 됐어.' 한다. 아들이 힘이 없을 때도 내가 충전해주고는 하는 데, 아들은 보통은 먹을 걸 줘야 해결이 된다. 오늘은 아들한테 충전도 받고 아내에게도 충전을 받고 싶은 날이었다. 그렇게 낮게깔린 먹구름처럼 몸이 축처져 있었다. 몸이 좀 피곤.. 더보기
#005 학교 가는 길 학생으로 3년 정도 한 학교에 등하교 하다 보면 늘상 다니는 길이라는 게 정해지고, 그 풍경도 너무나 익숙해 진다. 사계절을 세 번정도 보면, 비올 때 비가 많이 모여 떨어지는 구석이 어디인지, 가장 더운 교실은 어디인지, 가장 빨리 매점으로 가는 길은 어디인지 다 알게 된다. 교사로 일하면서 최소 3년은 한 학교에 있었다. 학생일 때처럼 매점에 뛰어 가거나, 야자 마치는 종이 치기 전에 선생님 눈을 피해 학교를 벗어나야 할 필요가 없어서 어쩌면 학교 곳곳에 대한 기억은 더 적지만, 그래도 출퇴근 길은 등하교길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어쨌든 수업시간을 이겨내고 집에 무사히 가는 길이니까. 우리 학교에는 큰나무도 있고, 꽃나무도 있다. 이미 동백꽃도 봤고, 요즘에는 도토리 나무에 도토리가 그득하다. 도시촌.. 더보기
#002 학생들의 유등은 버려진다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500"] [오징어 아저씨][/caption]아침 직원회의. 교실에서 아이들 자습을 지도하다가 본관에 있는 본교무실로 간다. (아이들 자습 지도한다는 건, 떠드는 아이들에게 앉아서 공부를 시작하라는 지도를 말한다. 내일부터 시험이라 금새 분위기는 진정이 된다. 학교에 도착하면, 아이들에게는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 즐거움이 있다. 자습이나 영어듣기는 그 재미를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리라.) 특별한 안건은 없다. 학생들의 외투 착용에 대해 지도해달라는 것. 요즘에는 하복이나, 동복을 어떤 시기에 입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학창시절을 기억해보면 그대로 조금 차이가 생긴 것이다. 예전에는 몇 일부터 하복을 입을 것, 몇 일부터 .. 더보기
교실에서 아이패드(iPad)를 활용하는 완벽 안내서 #샘_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덜하긴 하지만, 제가 팔로우 하고 있는 많은 외국의 교사들을 보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학교에서 활용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미국 등지에서는 학교에서 노트북의 사용은 꽤 오래전부터 진흥되어왔던 것 같습니다. 외국인 교사들이 전하는 여러가지 글들을 보다가, 오늘 보게 된 글은 이글입니다. The Ultimate Guide To Using iPads In The Classroom 저도 아직 아이패드가 없고, 학교에서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서, 확실한 사용처를 찾지는 못했지만, 아이패드 전용 앱만 소개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에서도 원활하게 사용가능한 앱을 소개 하고 있어서 이 글을 통해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제 나름의 간단한 설명도 덧붙이겠습니다. 이미 간.. 더보기
축제 : 어른들이 너희들에게 해줘야할 일 오늘은 우리 학교의 축제 공연날이었습니다. 며칠전부터, 아니 몇주전부터 담당선생님은 이것저것 계획하고, 준비하느라 바빴고, 아이들도 틈틈히 연습을 시작한 것 같았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무대에 오를 수가 없으니, 각 반 공연은 하되, 그룹별 공연은 오디션을 통해서, 몇 팀을 또 선별했죠. 저도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이 될까해서 축제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노래 1절을 준비하고, 다른 선생님 두분과 세 명이서 이승기와 김연아가 부른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준비라고 해봤자 몇 번 같이 노래 불러보며, 어떤 동작을 취할지 정도만 얘기 했네요. 그리고 1부 반별 무대를 보는 데, 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냥 공부만 하고, 그 스트레스에 힘들어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마음대로 확 풀어져서,.. 더보기
드디어 끝났다. 71만이 얘기하겠지. 오늘은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 수능시험 감독이라, 절대 늦으면 안된다 생각하고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시험장에 도착했다. 감독관 다운 차림(?)을 하고 나서서 그런지, 차에서 내리니 찬 바람이 몸안으로 헉하고 밀고 들어왔다. 사람들이 감독대기실을 채우고, 또 주의 사항을 듣고, 감독을 시작. 1교시, 2교시, 4교시 감독을 하게 된다. 한 시간 수업할 때는 서있는 게 힘든지 느끼지 못하는 데, 시험장에서 한 시간 서 있는 건 대단한 고역이다. 물론 앉아서 시험치는 아이들만큼 긴장된 마음은 아니겠지만, 그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아야 된다고 교육(?)받기 때문에, 내 마음도 편하지는 않다. 그나마 좀 더 부담이 되는 부감독이 되길 바라지만, 두번 정감독을 했다. 열심히 하는 아이도 있고, (일찍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