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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초등 아들이 좋아하는 여학생, 사귀자고 말해야 겠어?

마치 디멘터 같은 작품을 보고 있는 아들




“어떻게 고백하지?”
초등 4학년 아들은 이미 “사귄다”라는 말을 주변에서 들어봤고, 자기도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기면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일단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해준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도 고맙다. 나는 아들 나이에, 아빠나 엄마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자주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했다.

“아빠, 조** 만나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사귀자고 말할까?”

“아니, 니가네가 생각하기에 ‘사귄다’라는 게 무슨 말이지? 네가 그냥 그 친구와 무얼 하고 싶은 지 생각해봐.”

초등학생들이 ‘사귀는 사이’ 라는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관계가 ‘명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아들에게는 그 친구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은 좋다. 그렇다면 무엇을 같이 하고 싶은 지 생각해봐야지.

아들이 아는 형(그래봐야 5학년)은 아침에 ‘사귀자’ 말하고, 오후에는 ‘헤어졌다’라고 했단다. 그래, 사귀자고 해서 사귀게 되고 헤어지자고 말해서 헤어지게 되는 사이라면 그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직 어린 아이가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가 되는 것에 너무 겁을 낼 필요는 없지만, 그저 주변에 들은 것만으로 말로 모두 떼우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 이러한 고민이 중학생이 된다고, 고등학생이 된다고, 대학생이 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대학생이 되어서도 혼자서 좋아하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고민하는 후배들을 종종 봤다. 그때쯤 되면 사귄다라는 관계가 무엇을 함께 한다에 대한 개념은 대강 생겼겠지만, 좋아한다는 감정의 결과가 모두 사귄다로 귀결될 수는 없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더라도,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애정을 그대로 돌려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러니 그 마음을 어떻게 전하는지 매우 중요하다. 말로만 나 너 좋아해 해버리면 듣는 사람은 당혹스럽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러니 그 사람을 이해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행동을 하면 된다. 늘 그 사람의 마음을 염려하면서 말이다. 그 사람의 행동과 말에 나는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내가 혼자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만큼은 아니어도 보상받으려 하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그저 혼자만 좋아하며 행복한 순간은 길지 않고, 그걸 오래 지키기도 어렵다.

나도 완벽하지 않지만, 아들에게 이걸 말로 설명할 수가 있을까. 그래도 아들은 이미 많이 알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기도 하다. 엉뚱하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아들은 해리포터 전편으로 책으로 세 번 읽고, 영화도 전 시리지를 두 번 봤다. 특히나 해리포터와 초쳉이나 지니, 론과 헤르미온느의 이성 관계와 관련된 장면이 나오면 특히나 유심히 보더라. 남자와 여자가 서로 좋아하게 된다는 데 대해서 아들은 분명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직접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들의 레퍼토리를 부족한데, 마음은 쿵쾅거려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심정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자신이 보고 생각한 것들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겠지.

그저 상처는 조금 받고, 사랑은 많이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