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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오후 산책 후
















조금 전 아이와 아내와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아내와 앉아서 포도를 먹으며, 낮잠자고 있는 민준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 )

오후 두시가 지나서, 나른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었는 데, 좋은 날씨에 집에서만 있는 아들을 보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자'라고 마음 먹으니 또 금방 챙겨나갈 수 있었습니다.

생각난 곳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창원대학교 였습니다. 학교내 생활관 앞에 꽤 큰 못이 있었고, 또 거기 오리도 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민준이랑 놀러 가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도심을 약간 벗어나 산을 등지고 있어서 '공원'느낌이 나겠다 생각했었구요.

시원한 커피를 한잔 사들고, 주차를 하고 아이를 안고 좀 걸었습니다. 나무 그늘도 있고, 갈대도 이쁘더군요. 그렇게 아이와 걸으며(물론 안고서요) 아내와 사진도 찍고, 셋이서 셀카도 찍고 했습니다. 오리를 카리키며,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오리 꽥꽥'하며 아빠는 싱거운 웃음 지으며 노래를 합니다. 아이와 놀다보니 힘이 나더군요. 이건 모든 아빠와 엄마들이 그러하겠죠? 목마도 실컷 태워주고, 번쩍들어 나무도 구경시켜주고, 나뭇잎도 좀 만져보게 했습니다. 꺄르르 웃는 민준이도 좋다는 말을 마음 속으로 크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놀다보니 40분쯤은 쉬이 가더군요. 아이를 다시 태우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이를 태우고 집에 오려고 출발하는 길에 보니, 멋진 집들이 참 많이 보이더군요. 우리 아이도 갇힌 아파트가 아니라, 저런 멋진 집에서 살게 해주고 싶은 데 생각도 잠시 합니다. 그러면서도, 멋진 집이 행복을 주는 게 아닌데.. 하면서 스스로를 나무랍니다.

스스로 늘 해오던 생각이고, 아이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생각이지만, 늘 적극적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길 꿈꿉니다. 물질적 풍요에서 만족감을 얻기 보다는, 삶 그자체에서 늘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우리 아들이 자라기를 바랍니다. 그럼 저부터 그런 아빠가 되어야 하는 건 분명합니다. 지금처럼 세상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모든 마음을 담아 웃고 우는 아이를 보면, 이 아이에게 정말 해주고 싶은 것이 많다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조용하게 아이가 잠든 틈에 거실에 앉아 있으니 또 아들이 그립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민준이는 잠이와요 잠이와요 옹알이를 합니다. 그리고 집에 와선 아내가 잘 재웠네요. 이제 제법 잘 기어다니는 민준이를 위해서라도 청소를 더 열심히 해야 해서, 또 거실을 한번 청소합니다. 청소기를 돌릴 수 없으니, 무릎꿇고 거실을 구석구석 쓸고, 구석구석 닦으려고 걸레를 적셔 거실을 누빕니다. 놀이 매트도 다시 깔고, 쏘서며 보행기도 제 자리를 찾습니다. 아내는 빨레를 널고, 저는 침실에 공기청정기를 켭니다.

아내는 제게 와서 앞머리를 잘라 달라 그러고, 전 3000원이야 거들먹 거리며 앞머리를 잘라줍니다. 벌써 네 번째 저에게 앞머리를 맡기는 걸 보면, 제 실력이 그리 나쁘지 않은 듯.

아내가 씻어온 포도를 둘 앞에 두고, 저는 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아내는 포도를 한 알 두 알 제 입에 넣어줍니다.

오늘도 행복한 부부이며, 행복한 부모일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아들 덕분이며, 사랑하는 아내 덕분이죠. 그리고 사랑하는 스스로의 덕분입니다.

내일도 모레도, 늘 행복하겠다 다짐합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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