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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염색 까짓 것



하고 싶으면 해야지. 딸은 한 세 달, 아들도 그보다 긴 시간 염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여러가지 이유로 반대한 것 같다. 너무 눈에 띄는 외모는 좋지 않다. 염색약이 눈 건강에 안 좋다. 염색하면, 머릿결이 상한다. 등등.

내 생각은 다르기 때문에, 냄새를 맡은 아이들은 나에게 와서 자꾸 부탁을 한다. 그래 가자. 일단 내가 그렇게 허락하고 나자, 아내도 더 이상 반발(?)하지는 않았다.

해볼 수 있다면, 해보는 게 좋다. 염색 따위야 한번 하고 나면, ‘해보고 싶어’라는 마음이 적어진다. 금지된 것의 마력. 딸은 빠마를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더니, 한번 하고 나지 그 다음에는 별 다른 말이 없다. 아들은 전체적으로 탈색, 딸은 귀밑으로 안쪽을 탈색. 이왕 하는 거, 누가봐도 달라졌다는 느낌이 팍팍 나게 했다.

내가 아닌 것 같아.

아들은 파격적인 자신의 변신에 스스로도 적응 중인 것 같다. 염색 안 한 아들이 나는 더 이쁜 것 같지만, 지금도 나쁘지 않다.

나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머리도 길러보고, 염색도 여러번 해보고, 귀도 뚫어봤다. 그러고 나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스타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허세도 금세 빠졌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내일 학교에 가면, 아들과 딸은 단연 교실에서 돋보이겠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또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연습도 필요하다.

나도 염색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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