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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생활기록부 기록은 왜 매년 힘든가?

제이미스 오로라 야간 라이딩

생기부 기록으로 뻣뻣해진 내 몸에 쉼을 주기 위해 자전거로 밤마실 다녀오면서 찍은 사진

겨울방학은 끝이 났고, 개학이다. 개학이 싫은 건, 학생이나 나나 마찬가지다.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생활기록부 기록을 계속 손봐야 하고, 교과 세특(교과 세부 특기사항)의 경우, 학생들과 함께 확인하면서 내가 보지 못한 오류나 오타가 있는 지도 확인한다.

생활기록부를 쓰면서 한 해 담임으로서의 생활을 반성하게 된다. 매년 담임은 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 해만 거르고 담임을 해도 적응할 게 많다. 정말 괜찮은 메뉴얼이 있고, 그걸 따라만 가면 될 것 같지만, 학교의 일이란 또 그렇지가 않다. 100중에 90이 같더라도, 다른 10 때문에 모든 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생활기록부 기록사항은 교육과정의 변화나 대입 전형의 변화와 같이 움직인다.

2021학년도 1학년의 경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학교 수상기록이 대입전형자료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봉사활동도 축소되고 있어서, 봉사활동의 경우 누가 기록만 하면 되고, 특기사항은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2020학년도를 쉬는 사이에, 진로 특기사항은 2100byte로 늘었다.

대학교에서는 학생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역할이 드러날 수 있도록 생활기록부 기록이 되기를 요구하지만, 그게 참 어려웠다. 코로나 이전에만 해도, 배움중심수업이 수업 개선의 큰 흐름이 되면서, 학생활동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느리지만 고등학교도 그런 영향을 받았고. 코로나는 그런 변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창체활동이나 대회, 체험학습도 이동이 적고 많은 학생이 모이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니, 학생들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역할이 드러나는 활동이 많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이야기하고, 수업 중 기록한 것들, 수행평가를 치르고 받아둔 결과물들을 여러 번 읽어가며 생활기록부를 작성한다. 그런데도 생활기록부 작성은 쉽지 않다.

어디에도 쉽게 생활기록부 작성을 하는 교사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자신만의 방식을 가진 교사는 많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구글 드라이브를 활용하고, 노션을 사용해서 기록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생활기록부 작성을 위한 지침은 있으나, 각 교사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 지에 대한 공유는 되지 않는다. 다들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힘을 쓰고 있다. 교사가 (비유적으로) 자신의 방에 갇히는 건, 학교 전체 혹은 전체 학교의 역량이 떨어지게 만든다.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 볼 수 있을까 요즘 고민하고 있다.

생활기록부에 사용하는 문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기 까지의 워크플로우 공유가 필요하다.

음, 일단 내 워크플로우부터 정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