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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별을 볼까해서 황매산에 갔다가

 

 

 

딸이랑 오전에 산책을 하는데, 초전동 힐스테이트 뒤로 조성된 산책길에 커다란 나무들을 옮겨심고 있다.

어디서 온 나무들일까 잠깐 생각하는데,

그보다 나무의 밑둥에 시선을 빼앗긴다.

 

나무의 덩치에 비하면 너무 적은 흙덩이와 뿌리가 붙어 있다.

뿌리를 쳐내고 저 정도인 상태로 옮겨와서 심어도

저 나무는 잘 자라려나?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 나무들이 먼저 이사를 온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도 갖가지 모양의 나무들이 있다.

아파트 정문에는 가장 키큰 소나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작은 나무들은 제법 자라는 데,

키큰 나무들은 안색이 좋지 않다.

 

여기서 사나부다 하고 뿌리를 내리는데,

싹둑 자르고 파내어 옮겨두면 나무도 힘들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이 굳건하려면 얼마나 뿌리를 내려야 할까.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할까.

사람의 마음은 흙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뿌리를 내리지 않을까.

싹둑 자르고 파내어 옮기려면 옮겨질까.

 

오늘은 비예보가 있었는데도,

밤에 황매산을 찾았다.

정말 어두워서 내 지나간 자리만 잠깐 밝아지고는 했다.

별은 못 보고, 슬픔만 봤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비가 왔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가득 차서

밖으로 다시 나왔다.

우산이 없어 비를 맞고 집으로 들어왔다.

 

비를 털어내려는데, 쉬이 털어지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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