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외면일기

딱 나만큼의 글만 쓸 수 있게된다는 말

 

'작가는 딱 자기만큼의 글을 쓴다' 

 

오늘 아침 커피를 잘 못 마신 탓일까 몇 번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침대에서 시간을 좀 보냈습니다. 침대에서 뒹구는 시간이 늘면서 책 읽는 시간도 조금 늘었습니다. 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고 나서, 다시 '소설'이라는 장르에 관심이 생겨서 읽으려는데, 워낙 소설을 읽지 않아서 '읽고 싶은 작품'을 찾기가 어렵네요. 

2021/02/04 - [책] - 책 한번 써보세요

 

책 한번 써보세요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한겨레출판. 2020. 이렇게 쓰면 된다라고 쓰지 않은 책이라 좋다. 더 많은 ‘쓰는 사람’이 탄생하길 바라는 저자의 바램이 담겨 있어서 좋다. 그리고 결국 전하는 메

yagatino.tistory.com

 

그래서 이 책, 저 책을 기웃기웃 하다가 오래전에 사두고 반쯤 읽은 '글쓰기의 최전선'을 꺼냈습니다. 웃긴 점은 나는 이 책을 반만 읽고도 글 쓰는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모두 이 책을 추천했다는 점입니다. 재미가 없어서 다 읽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아껴읽고 싶어서 읽지 않고 있었던 것이죠. 글쓰기에 게을러지려고 할 때마다 다시 꺼내봐야지 했는데, 제법 오래 묵혀뒀습니다. 

이 글 제일 앞 부분에 쓴 문장. 저 문장이 나오더군요. 저 문장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희망이 되기도 하면서 절망이 되기도 한다고 그는 책에서 썼습니다. 매일 블로그에 글 한 편 쓰면서, '저자'입내 할 수는 없지만,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 저 글은 희망보다는 절망이 되는 것 같습니다. 딱 나만큼의 글을 쓸 수 있다니,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너무 멀고 나는 너무 작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다 괜찮다는데, 내가 나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 같습니다. 내가 쓰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언젠가 쓰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글에 비해서 지금의 내 수준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어쩜 너무 큰 목표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또 다른 방식의 과소평가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는 모르지고 더 읽고 써야 하는 데, 그게 안되는 걸 어디 기숙학원에라도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규제를 받아서 책상에 앉아 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때, 저는 거의 반강제적인 '야자'에 찬성하는 편이었습니다. 스스로를 규제하는 힘이 약했고, 어차피 해야 하는 공부라면 누가 지켜주고 감시하는 것도 괜찮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집은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늘 티브이가 틀어져 있고, 따로 방도 없었습니다. 

장대한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재능보다는 성실이 그 힘이라 생각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보다도 그가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제게 더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달리는 소설가라니. 당장의 보상이 주어지는 일이 아니라면, 스스로를 어떤 규칙으로 밀어넣어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런 훈련을 하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시절 공간 시간에 멍하니 공상에 잠겨 있었던 걸 보면 그런 증상은 꽤 오래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을 더 읽기 위해서 제가 쓰는 방법은 책읽는 시간을 기록하는 일입니다. 다양한 시간 기록 앱이 있습니다. 저는 책 읽기, 피아노 치기, 글쓰기라는 과업을 만들어 놓고, 그 행동을 할 때 마다 기록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물론 다 기록하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글쓰기' 시간을 기록하지 않고 있네요. 아무튼 책 읽는 시간 한 시간 목표가 제일 먼저입니다. 뉴스나 블로그 등 인터넷 미디어 읽는 시간은 제외합니다. 오로지 '책'을 읽는 시간만 기록합니다. 하루 한 시간이라니 너무 짧은 독서시간이지만, 일단 시간을 확보하다 보면 점점 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은 한 시간을 채우기는 했습니다. 

글쓰기의 발전이 더딘 것은 정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제 연속해서 90일 정도 글을 쓴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생각나는 것에 대해 더 생각하고 쓰는 게 목표라 그렇게 하고 있지만, 점점 쓰는 주제를 날카롭게 하는 게 또 목표입니다. 누군가 이 블로그에 와서나, 제 브런치에 와서 '보게될' 글의 윤곽은 갖고 있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입니다. 

제가 '언젠가 쓰게 될 글'이 어떤 모습일 지 모르겠지만,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 식으로 생각하면 안심이 되기는 합니다. 성장하기 전에는 성장하고 나서의 모습이 어떨지 알 수가 없다는 것. 기어 다니던 아기는 걷게 되면 어떤 세상일지 알 수가 없지만, 일어서려고 노력합니다. DNA에 담긴 정보의 발현일지 모릅니다만, 기어코 '보게 될 무엇인가'를 희망하는 힘을 가진 것이죠. 제가 써야만 하는 글이 있다면, 그 글은 어딘가에서 쓰여지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상사 > 외면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이 언제지?  (2) 2021.02.12
어린이가 아니게 되는 때  (5) 2021.02.02
별을 볼까해서 황매산에 갔다가  (2) 2021.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