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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ional Development

도와드릴께요, 임용 2차시험.

하루 종일 바쁘게 지냈다. 해야 할 일이 많지는 않았는데, 결국 해내기 전에는 계속 신경을 쓰게 되는 일이 있어 조금 전까지 들여다보았다. 아침 일찍 서두르려고 했지만, 충분히 서두르지는 못했다. 어제는 차를 밖에 세웠는데, 출근하고 시동을 걸고 나서 차창에 낀 성에를 보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날이 좀 풀린다고 했는데..'라고 생각하며 조금 얇게 입은 내 옷을 쳐다봤다. 조금 날이 풀린 것은 맞지만, 교무실은 오전 내내 썰렁했다. 교무실 천장에 시스템 냉온풍기가 있는데, 온풍을 뿌려도 따뜻한 공기는 위로만 올라간다. 키가 한 2미터 정도 되면 그 따뜻한 공기를 맛볼 수 있으려나. 수업을 하려고 교실에 들어가니 학생들의 움직임 덕분인지 제법 따뜻했다. 

2019 중등교사임용시험 2차 기출문제 

 

부탁을 받은 게 있어서 내일은 2021학년도 중등교사임용시험 1차 합격생들의 2차 실기 시험 준비를 도와주러 간다. 경상남도의 경우, 2차 실기 시험은 한 차시 분량 수업안 작성, 수업 시연, 면접(영어 질문 하나 포함)으로 진행된다. 합격하기 전까지는 기출이며 예상 문제에 신경 쓰지만, 합격하고 나면 누가 다시 그 문제를 돌아보겠나. 내가 본 시험은 기억 조차 나지 않는다. 이번 부탁을 받으면서, 요즘 실기 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고, 기출문제도 받아봤다. 

시험문제는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 올해 시험 1차(필기시험) 문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벌써 올라와 있다. 1차 시험 문제는 보지 못했는데, 한번 출력해서 봐야지 싶다. 링크는 여기에.. 

kice.re.kr/boardCnts/list.do?boardID=1500212&searchStr=&m=030306&s=kice

 

한국교육과정평가원

 

kice.re.kr

 

경남 영어교과의 경우를 수업안을 작성하는데, 수업 전체 계획을 모두 줄글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기출문제를 보면, 90분간의 블록수업(2개 차시 수업은 한 번에 진행하는 형태로,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학교에서 시행하기도 한다. 작년 초 코로나가 심해지자 온라인 수업 시 교육부는 블록타임제를 권하기도 했다.)이고, 하나의 수업은 4개로 나누어, 각 단계마다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그 과제를 수행하는 수업안을 작성하면 된다. 4가지로 나눈 지시에 대해서, 4단계의 수업안을 작성한다. 수업안이라는 게 자료와 수업 목표만 제시한다면 너무나 다양한 수업안이 나올 수 있으니 저렇게 '지시사항'을 준다. 그렇다면 평가가 좀 더 정량적이 될 수가 있다. 일단 지시한 사항을 수업안에 쓰지 않으면 분명한 감점 요인이 될 것이니까. 

면접의 경우에도 기출 문제가 있고, 기출문제에 대한 좋은 답도 이미 널리 공유되고 있을 것이다. 혼자서 준비하기는 힘들 테니 임용시험 대비를 도와주는 학원의 도움을 많이 받을 것이고.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고민하면 좋겠지만, 시험이 임박한 고시생에게 그럴 여유는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내일 간단하게 도움말을 주려고 한다. 거칠기는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생각은 지난번에 써둔 적이 있다. 

2021/01/05 - [학교 관련/수업방법] - 15년차 교사가 ‘어디선가 임용 2차를 준비하는 예비교사에게’

 

15년차 교사가 ‘어디선가 임용 2차를 준비하는 예비교사에게’

대학을 졸업한지도 긴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어찌 가는지 세어보지 않아서 그런가. 이제 나도 제법(?) 경력이 쌓였다. 해온 만큼 더 하고 나면 퇴직하려나. 정년까지 만족스러운 교사 생활을 할

yagatino.tistory.com

 

내일 만나게 뵐 예비선생님들에게 2019년 기출문제에 대한 수업안을 작성해달라고 부탁했다. 오늘 오전에 메일로 받았고, 파일들은 모두 아이패드에 넣고 일단 지시사항과 수업 자료를 본 다음 수업안을 살펴봤다. 평가도 하면서, 곁들여야 할 조언도 생각하느라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내일 오는 예비 선생님이 4명뿐이라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진행방법은 노션에 정리, 수업안은 아이패드로 리뷰 

수업안을 다시 살펴보니, 수험생일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어쩌면 제법 학교에서 근무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업안을 작성하면서 내가 조금은 성장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시험 문제가 제법 '좋다'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험생일 때는 문제에 대해 '좋은 기분' 따위를 느낄 리가 없다.) 실제 제시된 수업을 하려면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우선 수업 목표가 분명하고, 그 목표에 맞춰서 수업 자료도 잘 준비되어 있다. Writing에서 조금 어려움을 겪겠지만 중학교 3학년 수준에 매우 근접한 것 같다. 세부 정보를 찾아가며 읽기 활동도 하기 좋고, 결국 제안서를 쓸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수업 시간도 90분이니 넉넉하다. 

시험문제를 받아든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되겠다. 수업 시간, 활동의 유형(개별, 짝, 그룹), 학생의 학년과 학업 수준, 학생수. 그리고 수업 목표를 살펴봐야 한다. 제일 중요하다. 수업 목표는 활동을 하나씩 하면서 완료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면 읽기 자료를 숙지해야 한다. 작년 기출문제의 경우, Let's Recycle Properly!인데, 그냥 '재활용하자!'가 아니라, '재활용이 잘 안되고 있으니 제대로 해보자'라는 내용이다. 잘못해서 '재활용해보자'로 수업을 끌고 가면 난감할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내가 다시 시험을 친다면 .... 이라고 생각한다. 아오 무서워. 이건 마치 군대 다시 가는 꿈같지 않을까. 다른 사람과 정해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시험이라면 결국 운도 작용한다. 그 날이 컨디션에 따라 다르고, 내가 잘하는 영역이 비중 있게 출제되어 내가 이득을 볼 수도 있다. 한 번 낙방하고 두 번째에 붙기는 했지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처음 발령받았을 때는 그 '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나 보다. 처음 발령받았을 때, 같이 근무하는 경력 있는 선생님들이 "임용 합격이라니 대단하다.", "요즘 젊은 선생님들이 우리보다 더 낫다.", "나는 시험도 안 치고 교사됐는데, 잘 부탁한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걸 그대로 믿었나 보다. 내가 정말 잘난 줄 알았었나 보다.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도전인 생활이었으니까. 

이제는 내 합격에 '운'(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작용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믿음 덕분에 나는 꾸준히 교직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발령받고 아주 열정에 휩싸인 교사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은근히 더 잘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내 합격은 운으로 가능했지만, 학교에서의 생활은 운으로는 안 되는 것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분하게 운이 좋을 때가 여전히 있다. 좋은 선배 선생님을 만나고, 나를 좋아해 주는 학생들을 만나고, 산과 나무가 가까운 학교에 발령을 받고. 그러니 또 내가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것에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웬만한 문제는 내 힘으로 해결하고, 남은 운이 있다면 중대한 일을 위해 남겨두고 싶다. 다른 사람을 위해 쓸 수 있다면 좀 쓰고 싶다. 내일은 내가 가진 운을 좀 나눌 수 있을까? 운이 아니라면 '기운'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