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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ional Development

온라인으로 하는 교육과정워크숍

온라인 교육과정 워크숍 

한 해가 끝나가면 대개 선생님들은 학생들 생기부 정리로 바쁘다. 봉사활동 시간 입력, 출결 마감, 각종 특기사항 입력, 교과 세부 특기 사항 입력. 입력한 내용들이 오류가 있는지 확인하고, 학적에 잘 반영되었는지 확인한다. 그 일은 사실 2월까지 계속된다. 입력 - 확인 - 수정 - 추가입력 - 확인 - 수정이 계속 반복된다. 

그러면서도 새학년도를 준비해야 한다. 내년 업무나 담임을 결정하기 위해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선생님들은 '업무 희망서'를 낸다. 학교마다 서식이 다를 수는 있겠다. 대개 하고자 하는 업무, 담임을 맡고 싶은 학년을 써낸다. 부장을 하고 싶은지 아닌지도 써낸다. 그러면 인사자문위원회를 통해서 누가 어떤 업무를 하는 게 좋을지 결정한다. 일단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그런 식이다. 

올해를 마무리 하기 위해서는 평가가 필수다. 각 부서에서 했던 일들과 모자란 점, 내년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과정은 '교육과정 워크숍'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멀리까지 가서 워크숍을 한 적도 있다. 단합대회 겸 한 해의 교육과정을 톺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그런 행사는 가당치도 않다. 한 자리에 선생님들이 모두 모이는 것도 피해야 한다. 우리 학교는 각 부서 부장들이 모둠학습실(컴퓨터실)에 모여서 Zoom 회의실을 열고, 돌아가며 발표를 하고, 다른 선생님들은 각자 자리에서 청취하기로 했다. 

잘 진행되었다면 좋았을텐데 문제가 좀 있었다. 갑자기 Zoom 회의실 접속을 하지 못하게 된 것. 아이디를 바꿔가며 회의실을 바꿔가며 부랴부랴 진행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예정된 시작 시각보다 40분 정도 지연되고 나서 경남아이톡톡으로 온라인 강의실을 만들고, 선생님들을 불렀다. 시작이 늦었기 때문에, 각 부장들도 좀 빠르게 발표를 이어 나가야 했다. 그래도 무사히 마무리. 

그 과정에 나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애를 썼는데, 정말 부드럽게 진행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Zoom, 구글 meet, 경남아이톡톡... 등등 최신의 도구에 익숙지 않은 분들이,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역시나 컴퓨터는 믿을 게 못된다." 식으로 반응할 게 걱정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고성능의 컴퓨터나 화려한 앱이나 서비스가 교실환경을 갑작스럽게 개선시키는 않는다. 대단한 앱이 하나 나온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갑자기 오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교사는 최신의 기술은 아니어도, 교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지속적으로 익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 배울 수는 없지만, 조금씩 배워는 나가야 한다. 남들이 배우라고 해서 배우는 것 말고라도, 자기가 좋아서 관심 있어서 배우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화상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 아쉬운 점은 딱 그거 하나다. 

잘 모르는 것, 내가 잘 못하는 것을 우리는 피하려고 한다. 나는 변성기가 지나고 갑자기 저음이 되어 버린 목소리를 받아들고 '아, 이제 노래를 잘 부르기는 힘들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는데, 노래방에 가지를 않았다. 수영을 못하면 물놀이도 별 재미가 없다. 내가 모르는 것, 내가 잘 못하는 것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아주 여러 개 댈 수 있다. 사실 잘 몰라서, 잘 못해서 그래서 자신 없어서, 부끄러울까 봐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는 것, 하던 것만 하던 방식으로 계속 하려는 것.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나 자신에게 "아니, 그건 별로 효과도 없잖아." 따위의 거짓 변명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또 새로운 것 배우려니 귀찮아서."라고 솔직하기라도 하면 좋지 않을까. 뭐 딱히 달라질 건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왜? 거짓 변명은 내 주변 사람에게도 전염되니까. 

경남교육청에서 네이버와 한글과 컴퓨터에서 개발했다는 '경남아이톡톡' 서비스는 안 쓸 생각이었는데, 오늘 생각이 바뀌었다. 당장 기능을 모두 익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