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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공각기동대 다코치마에게서 배우는 조직의 정보 공유

주말 동안에 '공각기동대' 새로운 시즌을 보느라 시간을 썼다. 공각기동대는 극장판까지 포함해서 모두 봤다. 어떤 분이 순서대로 정리해둔 자료들을 공유해주셔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살펴보니, 원작 만화도, 번외 작품들도 보아야 하니, 아직 다 봤다고 할 수는 없겠다.

공각기동대 보는 순서는 아래 링크 참조
https://ppss.kr/archives/108776

아무튼 워낙 재패니메이션에는 대작이 많고, 게다가 길이도 길어서 선뜻 엄두가 안나는 것이 많은데, 공각기동대는 좀 짧은 편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로 볼 수 있으니 정말 편하다.

공각기동대

주말에 본 것은 공각기동대 SAC_2045 시즌 2. 시즌 1을 본 지 너무 오래되어서, 다시 시즌 1부터 봤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시즌2를 다 보고 나서야. 위 사진에 보는 것처럼, 전편은 공각기동대 SAC_2030이다. 지난 시즌에서 15년이 지난 일인가.
오랜만에 전뇌, 고스트, 해킹, 자폐 모드, 다코치마, 소사(소령)를 들으니 새롭다.

나의 관심은 다코치마

전쟁, 전뇌와 전신의체 등도 재미있는 부분이고, 인간의 진화와 관련된 이야기도 재미가 있지만, '다코치마'라는 인공지능 전차에 주목하게 되었다. 상당히 많은 시간 동안 다코치마들 사이의 대화를 보여주고, TV판에서는 특히 인트로를 타코치마의 대화로 시작하여 제법 비중 있는 캐릭터다.

이들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전차인데, 건물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을 만큼 성능이나 기능이 뛰어나다. 다양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이번 시즌에서 푸린이라는 캐릭터가 죽은 뒤 미국의 스파이로 의심받는다. 다코치마들은 푸린의 뒤를 캐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푸린의 슬픈 과거를 알게 된다. 눈에서 오일을 흘리며 슬퍼한다. 본부로 돌아가서 다른 다코치마와 정보를 병렬하자, 다코치마가 모두 함께 운다.

각 기체가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모일 때마다 정보를 동일하게 유지한다. 기기간 동기화다. 이제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동기화라는 것에 사람들이 익숙해졌지만, 각기 다른 개체들 사이의 동기화는 그 종류가 좀 다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에 나오는 개민들의 의사소통과 닮았다.

정보 격차와 협업

다코치마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정보는 통일되게 유지한다. 이 점이 흥미롭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다. 그리고 의견이 다른 사람을 비난할 때, 종종 알지도 못하면서.. 따위로 말하곤 한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사람마다 그 정의하는 바가 다르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누군가가 안다는 것은, 서로 가늠하기 힘들 만큼 복잡한 문제다. 그렇다면, 서로 비슷한 수준의 앎에 빠르게 도달하는 게 우선 의사소통의 중요한 목적이 될 수 있다. 아니, 의사소통의 전제가 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그런 상태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까?

결정에 대한 믿음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이 어떤 부분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느냐의 정도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고, 그 틈에서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조율이 되지 않아도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학교를 예로 들자. 학교에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결정을 해야 한다.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참여하여 매번 회의를 할 수는 없다. 어떤 문제 때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만 모아서 결정을 할 수도 없다. 학교의 많은 사안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학생이지만, 교육의 틀을 구성하는 것은 교사이기 때문에, 학생을 위해 상당 부분 결정을 한다. 그리고 이 결정의 많은 부분은 법이나 규정, 지침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기도 하지만, 결정된 것을 실천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결정하는 데에만 시간을 쓸 수도 없고, 너무 천천히 결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회의에 참여하여 어떤 사안을 결정한다면, 회의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은 회의 결과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나 회의 과정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교에는 각종 위원회가 있고, 어떤 경우, 위원회 위원으로 자원해주기를 학교에서 요청할 때가 있다. 지원자로 채워지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의 추천이나 투표를 통해서 위원회 위원을 정하게 된다. 위원회들은 선출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선생님들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종의 표본으로 추출된 것으로 보고, 알아야 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결정해야 하는 것들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개미>를 읽으면서, 인간도 저런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상상한 적이 있었다. 상당한 기간 동안, 거짓말을 하던 습성 때문에 당혹스러운 상황에 부딪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함이 가장 훌륭한 전략이 된다. 좋은 의사소통이란, 각자 해야 할 말은 해야 하는 시간에 하는 것이다. 솔직한 대화가 없다면, 정확한 정보 공유가 되지 않는다. 정확한 정보 공유 없이는 멍청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배가 산으로 가는 이유

배가 산으로 가는 이유는 그저 노 젓는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노를 젓기 때문이 아니다. 협의의 과정이 생략되었을 때, 아무 곳으로 가게 된다. 어떻게 갈지에 대해 논의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 사공이 많으면인데, 사공은 배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사람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혼자서 결정하면, 그 배는 방향을 잃는다. 더디 갈뿐더러, 잘못 가게 된다. 그 배는 짜증과 분노, 불만으로 가득하겠지만, 누구도 화해하지 못한다.

조직과 정보 공유

우리 학교 교원의 수는 60명이 넘는다. 6명의 교사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일하는 것과 60명의 교사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일하는 것. 어떤 수준에서,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을까. 관계의 복잡성만으로도 60명이 모인 곳은 사공이 많은 배에 가깝지 않을까. 한 배에 탄 운명 공동체라는 감각은 어떻게 가능할까? 어떤 조직 내에서든 일단 정보의 공유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