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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인생이 재미없고 우울하다면 일기를

조경국 작가님 강연

오늘 학교에서 조경국 작가님을 초청해서 강연을 들었다. 일기를 왜 쓰고,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이미 올해 초 진주문고에 아들과 함께 가서 같은 주제로 강의를 듣기는 했지만, 오늘 또 들어도 재미가 있었다. 그런 재미를 다른 선생님들과 나눴으면 해서 조경국 작가님을 초대했다.

사람의 경험은 가끔 진한 기억을 남기고는 한다. 그런 기억 때문에 우리의 행동이 바뀌기도 한다. 직장 생활에서의 경험 때문에 자세한 기록으로서의 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작가님. 개인의 서사를 의미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린 사례들을 보면서, 중요한 것이 기록되는 게 아니라, 기록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셨다.

매일 매일이 거의 똑같은 것 같아서, 일기로 쓸 게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매일은 비슷해 보이는 것일 뿐 다름이 있다. 혹시나 별다를 게 없더라도, 내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추위와 더위, 따뜻함과 차가움, 친절과 미움을 오가지 않나. 그런 감정들의 흐름에는 분명 자극이 있었을 것이고, 그 자극에 대한 내 반응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자극과 반응은 기록되지 않는다. 그리고 비슷한 자극에 괴로워 하기도 한다. 일기는 내 삶의 증거이고, 과학이다. 판단을 하려면, 자료가 필요하고, 우리 삶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지근의 기억만 호출하면, 그 판단은 허술하기 짝이 없을 게 분명하다.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다? 내가 삶을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만하다.

일기를 쓴다고 삶이 막 달라지거나, 내가 갑자기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기를 쓰면, 나는 달라진다. 나에 대해 기록하지 않는 사람에서, 나에 대해 기록하는 사람으로. 삶에 대한 기록함으로써, 나는 내 삶이 내게 요구하는 의미를 답하게 된다. 늘 삶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저 웅얼거리다가는 아무 것도 안되고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하루의 숙제 같은 일기를, 하루의 분석 같은 일기를, 하루의 반성이거나 한탄 같은 일기를, 내일에 대한 준비가 되는 일기를, 아니, 어떤 식으로든 일기를 남기는 것으로 나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된다.

일기 쓰는 쉽지는 않지만, 일기 쓰는 게 좋다. 반드시 좋은 것, 옳은 것 하나를 하루 동안 할 수 있는데, 일기를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