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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

여름 노을과 자퇴길 해질녘 퇴근은 따뜻하다. 칼퇴가 제일 즐겁지만, 아름답기는 해질녘이 그렇다. 요즘에는 7시 30분이 해지는 시간이다. 밤인데도, 하늘은 저녁이라 마음도 몸도 헷갈린다. 오른쪽 바지단이 펄럭여서 두 번 접었다. 이렇게 그냥 바지를 입고 타다간 금방 못 쓰게 될텐데. 엉덩이를 보면, 안장에 닿는 엉덩이뼈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기름값이 출렁여도 자전거 타는 나는 일단 기름값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출장만 없다면, 아예 차도 없어도 될텐데.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운 나의 출퇴근 머신도 한방. 하늘보다 강이 멋지다. 하지만 하늘이 없다면, 멋진 강도 없다. 세상은 음과 양으로 설명하려고 했던 사람들의 생각은 굉장히 냉철한 관찰에 의한 것이 아닐까. 자연도 사람 사이의 관계도 밀고 당기기.. 더보기
양귀비 출근길 활짝 핀 양귀비. 출근길, 치마를 펼친 것처럼 바람에 하늘 거리는 양귀비 꽃. 닥종이 같은 꽃잎이 햇볕에 반쯤 속을 드러낸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길,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차를 탈 때보다 덜 서두르는데도, 웬만해서는 자전거를 멈추게 되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멈춰서 햇볕에 제 아름다움을 뽐내는 양귀비 꽃을 잠시 본다. 세상에는 내 관심을 바라는 대상이 많고, 나도 그렇다. 사람들이 꽃 같아서, 내 눈도 손도 바빠 가끔은 피로해서 그냥 나도 길가에 핀 꽃이되 눈에 띄지 않는 꽃이었으면 한다. 더보기
아들과 딸로 채우는 주말 주말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소중하다. 집에 있으면 티격태격하고, 심심해 를 연발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같이 나서면 다 좋은 시간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가족이 다 같이 연암도서관에 갔다. 코로나 동안 새롭게 단장한 도서관은 이용하기가 더 좋아졌다. 나도 책을 두 권 빌리고, 아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빌리고, 딸도 학교 독서 인증제 때문에 필요한 필독도서를 몇 권 빌렸다. 몰려오는 잠을 참아가며 책을 읽다가 딸이 음료수 사달라고 해서 레모네이드를 하나 주문해서 나갔다. (인스타는 하지 않지만) 인스타그램 감성의 사진을 찍어볼까 싶어서 딸에게 마시는 음료를 좀 들어 달라고 했다. 저 작은 손. 음료를 찍어뒀다 생각했는데, 딸의 손을 또 사랑하게 된다. 딸은 마시다 음료를 남겼고, 남은 건 .. 더보기
대학동기 회합의 역사적 의의 대학동기들을 근 2년 만에 만나고 돌아가는 길. 서로의 최신 소식을 업데이트하며 기억을 되돌리려 애쓴다. 부모님의 연세를 묻고, 아프신데 없는지 듣는다. 너는 어디 아픈데 없느냐 묻고 나이듦의 팍팍함에 대해 털어놓는다. 너의 새치는 어찌 앞머리만 점령한 것일까, 너는 언제 어느새 염색없이는 견딜 수 없게 되어 버렸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치 식순이 정해진 결혼식의 차례를 지키는 것처럼, 우리는 같은 학번 여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꼽아 본다. 순희, 영희, 지영… 끝끝내 생각나지 않을 이름을 담배 태우러 나갔다가 기억해 내서 들어온다. 그래, 19명 여학생, 7명의 남학생. 후배들 안부까지 묻고 들으며, 각자 가진 조각을 꺼내어 안부의 큰 그림을 누벼본다. 누벼도 누벼도 결국 넝마같은 현재. 대강 마무리.. 더보기
익룡발자국전시관에 거북이 익룡발자국전시관에 발자국이 있는 작은 짐승들이 왔다 거복이, 도마뱀, 배.. 이름은 들었으되 기억은 못한다 4살 난 거북이 앞에 자리를 잡고 지켜본다 고개를 박고 물을 마시는 거북이 한 꿀떡 두 꿀떡 넘어가는 시간이 한 4초 입에 담은 물이 목을 넘어가는 게 보인다 입에서 목까지의 거리는 3초 이상 이 글을 때리며 내가 커피를 넘기는 시간은 촌급 나는 얼마나 쾌속으로 사는가 느리게 사는게 장수의 요령이리라 더보기
쓴 자리 일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때가 있다. 학교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재미를 위한 건 적다. 오늘 앞자리 선생님이랑 이야기 하다가, 쏜살같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각자 글을 쓰고 다시 헤어지는 모임은 어떻겠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는 페트리코에서 시작되었다. 페트리코는 비오는 날 흙에서 나는 냄새다. 비를 맞으면 땅에 있던 박테리아가 향을 뿜어낸다. 오늘은 오랜만에 비가 왔고, 비오는 날 땅냄새 이야기를 하다가, 페트리코를 검색했고, 그걸로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렇다면 글을 쓰는 모임은 어떤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자의식이 강하면, 자유로운 글이 어렵고, 그래서 교사는 글쓰기를 꺼리고, 생리를 하는 여성은 담고 버리는 과정을 통해 남성과는 다른 순환을 가지고, 덕.. 더보기
외면일기 - 수업나눔, 강의요청 비가 올 것 같은 하늘. 일단 자전거에 오르면 자전거를 세우고 싶지 않다. 세웠다가 다시 밀고 가는 게 제일 힘들어서 그럴까. 힘차게 타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집에 와서야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하늘을 사진으로 담아둔다. 일주일, 이제 이틀이 지났는데도 정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다. 학교에서는 늘 정신을 차려야 한다. 잠시 정신을 놓고 여유를 부리면 불쑥 튀어나와 나를 놀래키려는 것처럼, 하나가 마무리되면 하나가 튀어 오른다. 완벽하게 건강한 상태가 없는 것처럼, 완벽하게 평온한 상태도 없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작은 일에도 흔들리게 될 때가 있다. 경상남도교육청에서는 수업나눔 행사라는 걸 운영하고 있다. 어차피 학교에서도 수업 공개는 해야 하니, 누구든 올 수 있게 신청해보는 것도 좋.. 더보기
일기 쓰는 중 매일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10시가 되기 전에 잠들어야 하니, 일기를 쓰고, 일기를 쓰다가 블로그 글감을 생각하고, 블로그 글까지 쓰고 나면 10시를 약간 넘기기도 한다. 주말에는 그것보다 여유가 있는데, 그 사이에는 유튜브 영상이 끼어든다. 30분에서 1시간 영상을 보고 나면, 더 늦어지기 전에 얼른 일기를 써야 한다. 엊그제는 여행가서 아이들과 한 방에 자느라 일기를 쓰지 못하고 잠들었다. 그래도 어제는 정신차리고 일기를 쓰고 잠들었다. 올 해 일기를 다시 매일 쓰기 시작하면서 이가 빠진 날은 단 이틀이다. 아무튼 계속 쓰고 있다. 일기를 쓰면 더 솔직해 지거나, 더 감사할 수 있거나, 또 반성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다. 일기장이라고 해도 매우 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