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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모임

7월 모임. 영화 <패터슨>을 보고

 

이번 달 독서 모임은 책이 아니라 영화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시집 <패터슨> 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영화 <패터슨>을 보기로 했다. 책을 읽지도 않고 책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영화를 한번에 앉아 보지 못하고 틈만 나면 멈추거나, 요약판을 찾고는 하는 요즘에 특히 같이 앉아 영화를 보는 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두 시간도 되지 않는 영화가 오랜만이다. 짐 자무시 감독은 그 이름만 들어봤는데, 패터슨을 보고 나니 감독의 다른 영화도 보고 싶었다. 패터슨에서 패터슨으로 나오는 애덤 드라이버가 워낙 매력적이라 놓칠 수 업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던 중에, 아내로 나오는 골프쉬테 파라하니의 매력도 알게 된다.

패터슨 이라는 도시의 잔잔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것만으로도 영화에 빠지게 된다. 정성들인 사진을 한 장 한 장 붙인 것 같은 영화의 장면들은 눈을 간지럽힌다. 로라가 그리는 흑백의 동그라미와 선, 개와 산책하며 만들어 가는 왼쪽으로의 이동이나 오른쪽으로의 이동. 성큼성큼 스탠리 런치박스를 들고 걸어가는 패터슨. 특히 하루의 일을 시작하기 전 버스 핸들에 수첩을 대고 시를 쓰는 모습은 영화 내내 그가 바로 윌리엄 칼르로스 윌리엄스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그가 쓴 시가 낭송되며 패터슨의 전경이 지나가면 조용히 패터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내의 변덕과 다양한 시도에도 화를 내거나 흥분하는 법이 없이 아내에서 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시들을 써둔 비밀 노트를 개가 엉망으로 만들어 뒀을 때도 그는 화를 내지 않는다. 가장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데 되려 그는 차분하다. 한번도 자신을 시인으로 소개한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갑자기 만난 일본인은 '패터슨의 버스기사'가 '시적이다'라고 한다.

우리는 우리가 꿈꾸는 무엇일 수 있다. 세상에 무엇인가 증명해 보여야만 우리가 원하는 무엇이 된다면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시인이 되려면 시인으로 명성을 떨쳐야 할까 아니면 시를 써야 할까. 유명한 시인이 되는 것과 시인이 되는 것 사이에 간극은 크다. 영화 속에서 만난 어린 여학생은 패터슨처럼 시를 쓰고 비밀노트를 간직하고 있다. 패터슨은 들어주고 아름다운 시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관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도 관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버스에 탄 승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미소 짓고, 사람들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쳐다본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그러면서도 불현듯 아니 오랫동안 생각해 온 듯 시를 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시가 좋았고, 그래서 시집 <패터슨>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패터슨이 좋아서 패터슨으로 찾아온 일본인과의 대화는 나를 치유한다.

I breathe poetry.
A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