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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모임

먼북소리 4월 모임: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우치다 타츠루

먼북소리 4월 모임: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우치다 타츠루

4월 21일 19:00 도시달팽이

전혀 쉽게 읽을 수 없지만 독자를 어느새 구조주의 4총사에게로 안내하는 우치다 타츠루. 이 책은 꽤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 있었다. 아마도 우치다 타츠루 선생이 좋기 때문에 사뒀던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푸코도 라캉도 읽어보리라 생각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언젠가가 지난 한 달이 되었다. 얼마전 읽은 "왜 읽지 못하는가"(자비원)에서 훌륭한 입문서의 예로 이 책을 들었다. 일단 사두었기 때문에, 그리고 자비원님의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읽어야 하는 때가 무르 익었다.

책을 읽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어려우면 생각을 하지 않고, 알만하면 아는 대로, 궁금하면 밑줄을 긋고 넘어가면 되는 일이었다. 오랜만인 독서 모임 같지만, 아무튼 이 책을 함께 이야기 하기 위해서 4명이 모였다. 근황을 이야기하고 바로 책으로 돌입했다. 작가의 도입글부터, 푸코, 바르트... 이렇게 순서대로 집어 갈까 했지만, 우리는 종횡무진 책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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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하는 목적지를 알고 있다면 기실 떠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 going보다는 comin이 가깝지 않을까. 이동에서 중요한 초점은 출발선이 아니라 도착지에 있는 것 같다. 독서 모임은 늘 목적지를 모른채로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나 어딘가로 가는 시간이다. 이날 따라 날씨는 더 좋았고, 나는 좀 일찍 도착한 덕분에 남강에 잠시 앉아서 해질녘을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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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모르는 소리다. 우선 철학에 대한 두려움, 내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이야기의 진행에 자신이 없었다. 모르는 것으로 샤워를 하고 나니, 오로지 내가 무엇을 모르는 지에 대해 잠시나마 알게 된 듯한 기분이 들 뿐이다. 그러니 말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고, 내 말부터 다른 참가자의 말부터 모두 의심이 대상이 된다. 실존주의에서 구조주의로의 이행은 간신히 맥락을 잡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면 내가 사는 이 순간 나는 구조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그 속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라는 주체는 존재하는가? 주체란 있어야 하고 찾아야 하는 것인가?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고등학생 때 '정신분석 입문'을 읽은 적이 있다. 어릴 때였던 만큼, 그저 (누가 보고 있지 않음에도) 있어 보이려고 그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이후로 무의식이니 초자아니 같은 단어를 수업 시간에 들으면 나만이 먼저 알고 있는 것 같은 야릇한 반가움이 있었다. 라캉에 대해 이 책에서 들은바,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에의 참여가 인간이 가진 현재의 문제를 회복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동급생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때 내가 어렴풋이 의도했던 것에 대한 해설을 찾은 것 같았다. 이성으로는 신성에 접근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나 개인은 구조를 파악하기도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나약한가. 바람에 날리는 갈대 같은 인간은 바람에 내가 날리는 바를 알리가 없다.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지평을 넓히는 것만이 일단 가장 최선의 대책이자 전략이 아닐까.

책 속에서..

  • 레비스트로스는 '우리 모두 사이좋게 살아요'라고 한 것이며, 바르트는 '언어 사용이 사람을 결정한다' 라고 한 것이고, 라캉은 '어른이 되어라'라고 한 것이며, 푸코는 '나는 바보가 싫다'라고 했음을 알게 된 것이지요. 
  • 아이의 성장에서 언어의 사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이 세계는 이미 분절되어 있으며 언어를 사용하는 한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 자신이 '세계에 늦게 도착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 계속 반복되고 주입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타자와 언어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함께 만드는 것. 그것이 인간이 지닌 인간성의 본질적인 조건입니다. 
  • '증여'는 인류학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 그 책으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읽어내는 '읽을 수 있는 주체'로 우리를 형성한 것은 텍스트를 읽는 경험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 '알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한결같이 노력해온 결과가 바로 무지입니다. 
  • 입문서가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적 서비스는 '대답할 수 없는 물음'과 '일반적인 해답이 없는 물음'을 제시하고, 그것을 독자들 개개인에게 스스로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천천히 곱씹어보고 음미하게 하는 것입니다. 

 

다음 책은 보르헤스의 말.